한달 넘게 멈춰선 대우조선 도크.. 수주 호황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이동렬 2022. 7. 1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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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부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선박 수주시장이 살아나면서 3년치 일감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대우조선해양이 한 달 넘게 계속된 하청업체 노조의 파업으로 세계 최대 규모이자 거제 조선소의 심장인 1도크(dock) 진수 작업을 중단했다.

실제로 파업 37일째인 지난 8일 거제 대우조선해양 일대에선 노동조합이 주최한 파업 지지 집회와 반대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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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업체 노조 임금 30% 인상 협약 요구 
대우조선, 창립 이후 첫 진수작업 중단돼
지난달까지 2800억 손실.. 비상경영 선포
파업지지·반대 '맞불집회'.. '노노갈등' 조짐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투쟁승리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8일 거제 대우조선해양 남문 앞에서 진행됐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제공

지난해 말부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선박 수주시장이 살아나면서 3년치 일감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대우조선해양이 한 달 넘게 계속된 하청업체 노조의 파업으로 세계 최대 규모이자 거제 조선소의 심장인 1도크(dock) 진수 작업을 중단했다.

대우조선은 건조한 선체를 바다에 띄우는 진수작업이 이처럼 장기간 중단된 것은 1973년 조선소 창립 이래 처음이라고 밝혔다. 1도크는 선박 4척 동시 건조가 가능한 축구장 9개 크기 규모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하청지회(하청지회)는 대우조선 협력사를 대상으로 △노조전임자 인정 △노조사무실 지급 △임금 30% 인상 △상여금 300%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2일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특히 지난달 22일부터 하청지회 노동자 7명은 조선소 1도크 원유운반선을 점거해 농성을 벌이고 있다. 6명은 운반선 탱크 15m 난간에 올라가 농성을 벌이고, 1명은 운반선 탱크 바닥에 가로·세로·높이 1m 크기 철제 구조물을 만들어 구조물 안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대우조선은 지난달 하청지회 지회장과 부지회장 등 3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노조원들이 두 차례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자 지난 1일 체포영장을 신청했지만 영장은 발부되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 생산·사무직 직원들이 8일 오후 근무를 중단하고 ‘거제통영고성 하청지회 물러가라’ ‘우리 일자리 일터는 우리가 지킨다’를 외치며 민주노총 집회에 맞서 궐기대회를 열었다. 대우조선해양현장책임자연합회 제공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파업 장기화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회사 존립마저 위협받고 있다"며 공권력 투입을 요청하고 나섰다. 박 사장은 지난 6일 담화문을 통해 직원들의 초과근로 및 특근을 조정하고 야간작업 중단과 긴축경영 돌입을 골자로 한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7일에는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7일 오후 거제시 옥포동 대우조선해양 오션프라자에서 노조 불법행위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동렬 기자

박 사장은 "1도크 점거 농성으로 건조 중인 선박 4척의 인도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내업에서 외업으로 넘어가는 블록이 증가하고 있고, 공장 안에서 일하는 내업 공정도 조만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법 파업에 따른 진수 지연으로 하루 매출 감소 260여억 원과 고정비 손실 60여억 원 등 지난달 말까지 피해액이 2,800억 원을 넘어섰다"며 "LD(인도 일정 미준수로 인한 지체보상금)까지 고려하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박 사장은 그러면서 "오랜만에 찾아온 조선업 호황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 기회가 불법 파업으로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국가 기간산업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불법행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달라"고 호소했다.

사측의 긴축경영 선언으로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대부분의 원·하청 노동자들에게도 불똥이 튀어 '노노갈등'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 실제로 파업 37일째인 지난 8일 거제 대우조선해양 일대에선 노동조합이 주최한 파업 지지 집회와 반대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민주노총 조합원 3,500여 명(경찰 추산)은 이날 오후 대우조선 남문에 집결해 서문까지 1.2㎞ 구간을 행진하며 하청노조의 파업을 지지했다. 이들은 '산업은행이 책임지고 대우조선이 해결하라' '정부는 조선산업 근본 대책 마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대우조선과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반면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대우조선 현장책임자연합회 측 원·하청 노동자 3,500여 명(경찰 추산)도 같은 시각 사내 민주광장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불법점거로 대우조선 구성원만 죽어간다' '더 이상 우리도 참을 수 없다. 불법파업 중단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하청노조의 현장 복귀를 요구했다.

거제= 이동렬 기자 d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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