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 속 동물원 동물들의 힘겨운 여름나기
불볕더위는 동물들도 지치게 한다. 낮 기온이 34도를 웃돌던 지난 7일 찾은 충북 청주동물원은 고요했다. 무더위에 방문객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이날 기준으로 청주는 8일째 폭염특보가 발효 중이다. 청주는 지난달 30일 폭염주의보를 시작으로 지난 2일 폭염경보로 격상됐다.
폭염경보는 일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주의보는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각각 내려진다.
■무더위에 지친 동물들…선풍기에 에어컨까지 동원
청주동물원 반달가슴곰 사육장에 누워있던 반돌이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무더위에 지친 모습이었다. 25살의 반돌이는 청주동물원의 터줏대감이다. 반돌이는 4마리의 반달가슴곰과 이곳에서 산다. 청주동물원 곰 사육장는 350㎡규모다. 바닥에는 흙과 바위가 군데군데 놓여있고 통나무도 있어 반달곰의 생태환경과 최대한 비슷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더위 때문에 곰들은 활력을 잃고 늘어져 있었다. 반돌이는 더위를 식히기 위해 사육사 내부에 마련된 음수대에 머리를 박고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반돌이를 제외한 나머지 곰들은 선풍기가 있는 실내 사육장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전은구 청주동물원 사육사는 “더위에 지친 곰들을 위해 하루 2~3통의 수박이나 참외 등 특식을 제공하고 있다”며 “날이 더워지면 물에서 수영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더위를 나고 있다”고 말했다.
추운지방인 시베리아에서 서식하는 호랑이들도 더위에 취약하기는 마찬가지다. 수컷 시베리아 호랑이 호붐이(2007년생)는 땡볕이 내리쬐는 야외를 피해 실내 사육장 주변을 서성였다. 호붐이는 더위를 식히기 위해 혀를 내밀고 연신 가쁜 숨을 내쉬었다. 호붐이가 있는 실내 사육장 온도는 25~26도 정도다. 호붐이와 함께 생활하는 암컷 시베리아 호랑이 호순이(2007년생)는 실내 사육장에 들어간 듯 보이지 않았다.
2005년생 수컷 표범 직지도 더위에 기운을 차리지 못했다. 직지는 표범 사육장와 실내 사육장 사이를 오가는 이동통로에서 주로 머물고 있다. 그늘인 데다 사방이 뚫려있어 바람이 불면 시원하기 때문이다.
조류들도 더위를 피해갈 순 없다. 독수리 등 덩치가 큰 가금류 등은 큰 날개를 펼쳐서 체온을 낮추고 있다. 열대조류와 파충류들이 사는 열대관은 대형 에어컨 세대와 선풍기 등을 가동해 35도 이하로 유지한다. 더위가 한창인 대낮에 냉방기를 가동하지 않으면 내부 기온이 50도까지 올라가 동물들이 폐사할 수 있어서다.
■동물 건강 돌봐라…사육사들도 진땀
청주동물원 사육사들도 무더위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사육사들은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평소 출근 시간인 8시보다 한 시간 일찍 출근해 동물들의 건강을 살피고 있다. 동물들에 먹이를 주는 시간도 한 시간 정도 앞당겼다. 날씨가 더우면 동물들이 먹이를 잘 먹지 않기 때문이다. 청주동물원 사육사들은 평일에는 8명, 주말에는 3명이 번갈아 근무 중이다.
전 사육사는 “육식동물은 날씨가 더워지면 식욕이 떨어져 먹이를 잘 먹지 않는다”며 “날씨가 선선한 아침에 먹이를 주기 위해 일찍 출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육사들도 무더위 속에서 동물들을 돌보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주동물원 측은 장마가 끝나면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동물들을 위해 먹이에 종합영양제와 종합비타민제를 섞어 제공해 줄 계획이다.
전 사육사는 “동물들이 무더위에 지치지 않도록 과일과 먹이 등을 얼음에 얼려 일주일에 2~3번 정도 제공할 계획”이라며 “때 이른 더위로 동물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장마 이후 본격적인 더위가 찾아올 텐데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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