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재세 논란⑤]"실적 안 좋으면 보상해주나?"..전문가들, 신중론 무게
기사내용 요약
정유 4사, 1분기 영업익 4조7669억원 '역대 최대'
정치권서 "초과이익 환수해 고통 분담" 주장 나와
"횡재세 물릴 법적 근거 약해…조세 형평성 문제"
"법인세 등 이중과세 가능성…국내 형편 감안해야"
[세종=뉴시스] 이승재 옥성구 기자 = 국내 정유사들이 급등한 국제유가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내자, 이는 뜻밖의 '횡재'인 만큼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초과이윤세, 즉 '횡재세'를 거둬 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다.
이와 달리 전문가들은 이같은 초과이윤세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반대로 유가가 내려가는 국면에서는 대규모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거나 이중과세라는 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GS칼텍스,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4조766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분기 기준 역대 가장 많은 수준이며 개별로도 모두 기존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를 사들여 이를 휘발유·경유 등으로 가공한 제품을 파는데 이때 발생하는 이익을 정제마진이라고 한다. 즉, 원유보다 석유제품을 비싸게 파는 만큼 많은 돈을 남긴다.
최근 들어 이 정제마진은 배럴당 20달러 중반대를 넘어서면서 유례없는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수급이 불안정한데다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정유사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당장 정치권에서는 이 예기치 못한 초과이익을 환수해 고유가로 인한 소비자들의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1일 "서민들은 리터(ℓ)당 2000원 기름값을 감당하지 못해 고통 받는 사이에 대기업인 경유사는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며 "정유사들이 기금으로 내든지 아니면 마진을 줄이라고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횡재세'를 물릴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말한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세 근거가 없다. 횡재가 무엇인지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그런 논리대로면 테슬라도 주가가 엄청 올랐으니 거기에도 세금을 매겨야 한다"며 "니켈과 구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정유사에만 물릴 경우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윤이 많다고 세금을 매긴다는 건 다른 업체들과의 조세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법인세를 내고 있기 때문에 이중과세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이번에 이익이 많이 나면 과거에 입은 손실을 만회하고, 이월결손금 공제 이후 남은 차익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내게 된다"며 "이미 법인세를 내고 있는데 부가가치세 형식으로 더 걷는다는 것은 이론상 가능해도 현실적으로는 이중과세 문제에 부딪힐 것"이라고 진단했다.
나아가 횡재세가 민생 안정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신 교수는 "독점력이 있는 기업의 경우 정부가 세금을 높이면 그걸 감안해 더 가격을 올릴 것"이라며 "이러면 물가를 잡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물가를 올리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안 교수는 "기업이 법인세를 내게 되면 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이 줄어들고, 결국 소득세가 덜 걷히게 된다"고 전했다.
저유가 국면에서 정유사들이 대규모 적자를 낼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2020년 5~6월에는 원유 선물 가격이 마이너스였다. 기름을 사면 돈을 줬다는 것"이라며 "기름은 많은 데 저장할 곳이 없고 사놓은 사람은 처분을 할 수가 없어 벌어진 일인데, 이러면 횡재세에 반대인 보상세를 줘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횡재세는 주로 산유국에서 하는 거고, 수입해서 비싸게 판다고 횡재세를 매기기는 힘들다"며 "우리 정유업계는 기름을 수입해 정제해서 돈을 번다. 우리나라 형편에 매길 수 있는 세금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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