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에 6개 탄환 발사'..아베 생명 빼앗은 '외로운 늑대'

강구열 2022. 7. 1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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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범행 전 아베 동선 파악 및 사제 총기 제작
"아베 전 총리 정치 신조에 대한 원한은 아냐"
집에서 비슷한 구조의 수제총 여러 정 발견
실제 범행 전 살상력 큰 것을 선택한 정황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야마가미 데쓰야가 10일 일본 나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며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나라=교도연합뉴스
지난 8일 발생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전 총리 피습 사건에서 사용된 총은 한 번에 6개의 탄환을 날릴 수 있는 구조로 범인 야마가미 데쓰야(山上徹也·41)는 직접 제작한 여러 정의 총 중 파괴력이 큰 것을 골라 범행에 사용한 정황이 확인됐다. 경찰은 야마가미가 특정 정치단체가 폭력단에 소속되지 않은 ‘외로운 늑대형’의 테러리스트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범행도구, ‘한 번에 탄환 6개 발사 구조 수제총’

10일 요미우리 신문은 야마가미가 사용한 총이 “한번에 6개의 탄환을 발사할 수 있는 산탄총과 같은 구조로 집에서도 비슷한 수제총기가 여러 정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사건 발생 당일 현장에서 압수된 총은 길이 40㎝, 높이 20㎝ 정도의 크기로 금속통 2개를 나무판자, 접착 테이프로 고정했다. 금속통에는 탄환 6개를 넣은 캡슐을 넣었다. 1번 발사하면 6개의 탄환이 날아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건 당일 진행된 경찰의 야마가미 집 수색에서는 비슷한 구조의 수제총 여러 정이 발견됐다. 모두 복수의 금속통을 테이프로 붙인 것으로 9개의 통을 연결한 큰 것도 있었다. 이 중 살상력이 큰 것을 실제 범행 도구로 선택한 정황도 확인됐다. 아베 전 총리로부터 20m 정도 떨어져 세워져 있던 선거용 차량의 간판에 총알 관통 흔적이 발견됐다.  

야마가미 데쓰야가 범행에 사용한 수제 총기. 나라=AP연합뉴스
야마가미는 경찰 조사에서 “인터넷에서 화약을 구입했고, 빈 탄피도 입수해 직접 만들었다”며 “처음에 폭탄을 만들려고 있지만 제대로 안돼 총을 만들기로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2∼2005년 해상 자위대에서 일하면서 소총 사격과 해체, 조립에 대해 배운 것으로 확인됐다. 

야마가미는 이렇게 만든 총을 들고 사건 발생 장소인 나라(奈良)시의 유세 현장을 찾았다. 아베 전 총리 뒤편에서 7∼8m 정도까지 접근한 뒤 첫 번째 발사를 했고, 3∼4초 뒤에 두 번째 발사를 했다. 아베 전 총리가 쓰러진 것은 두 번째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경호인력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경비 책임자인 나라현 경찰본부 관계자는 “경호, 경비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며 실패를 인정했다.

◆범행 치밀하게 준비한 ‘외로운 늑대’

야마가미는 범행 전날인 7일 오카야마(岡山)현 오카야마시에서 열린 아베 전 총리 유세 현장에도 갔다. 오카야마시는 나라시에서 210㎞정도 떨어진 곳이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경찰에서 “살해하기 위해 총을 만들어 (아베 전 총리의) 유세지를 따라다녔다”고 진술했다. 마이니치 신문은 아베 전 총리의 동선을 미리 파악하고, 직접 범행 도구를 만들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경찰은 그가 ‘외로운 늑대형’의 테러리스트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야미가미는 경찰조사에서 “아베 전 총리의 정치 신조에 대한 원한은 아니다. 특정 단체에 원한이 있는데 아베 전 총리가 그 단체와 연결돼 있다고 믿었다”고 범행 동기를 진술했다. 

NHK, 요미우리 신문 등은 야미가미가 학창시절엔 조용한 성격의 우등생이었으나 자위대를 나오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동료들과 다툼이 있었다는 주변 사람들의 평가를 전했다. 중학교 동창생인 한 남성은 “공부 잘하고 얌전한 우등생이라는 인상이었다”며 “말수는 적었지만 친구들도 있고 (야마가미가) 고립된 듯한 분위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미가미가 일했던 교토부 소재 공장의 책임자는 “2021년 봄쯤부터 선배들의 지시에 ‘그럴 거면 당신이 하라’고 말하는 등 불만이 있어 보였다”고 전했다.
지난 8일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가 거리 유세 중 총격을 받아 쓰러져 있다. 나라=AP연합뉴스
◆피습 직후 아베 “한 눈에도 심각한 상황”

피습 직후 쓰러진 응급조치를 했던 의사는 당시 아베 전 총리가 “안색이 창백했고, 동공이 풀려 있어 한 눈에도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었다”고 증언했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사건 현장 인근에 있는 병원의 나카오카 신타로(中岡伸悟) 원장은 환자 진료 중 피습이 있었다는 걸 알고 바로 현장으로 향했다. 나카오카 원장은 “(아베 전 총리는) 부르는 것에 대답이 없었고, 손톱을 눌러 통각을 확인하려고 해도 반응하지 않았다”며 “출혈도 심했다”고 말했다. 심장에 피를 보내기 위해 다리를 세우고, 자동심장충격기(AED)를 사용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간호사 2명, 현장에 있던 여성 3명이 교대로 쉬지 않고 심장마사지를 진행했다. 하지만 여전히 반응이 없었고 “어떻게든 빠리 병원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하면서 구급차를 기다렸다”고 밝혔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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