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트위터 인수 파기선언..이후 시나리오는

이윤정 기자 2022. 7. 10.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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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런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트위터 계정이 스마트폰 화면에 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런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 인수 계약 파기를 선언하면서 향후 시나리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해외 경제매체들은 9일(현지시간) 트위터가 인수 계약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소송을 제기한 때문에 치열한 법정 공방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트위터가 법적으로 유리한 지점에 있다는 게 현재 중론이다.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 8일 440억달러(약 57조2000억원)에 트위터를 인수하기로 했던 거래를 끝내겠다고 통보했다. 트위터 측은 이에 맞서 인수 계약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대응했다.

머스크 측은 트위터가 인수 계약 조건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짜 계정 현황 제공과 관련한 계약상의 의무를 트위터가 준수하지 않았고, 직원 해고 등 영업행위 변경 사항에 대한 동의도 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또 트위터 실적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트위터가 제공하지 않거나 거절했다는 이유도 들며 계약 파기 책임을 트위터에 돌렸다.

로이터·WSJ·FT 등은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머스크와 트위터 양측 모두 소송 과정에서 상당한 출혈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다수 전문가들은 트위터가 법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내다봤다.

트위터는 서류상 테슬라 본사가 있는 미국 델라웨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합의된 주당 54.20달러로 거래를 이행하도록 강제할 계획이다. 테슬라 뿐만 아니라 월마트, 아마존, 구글, 코카콜라 등 미국 주요 기업들은 실제 본사 위치와 무관하게 서류상 본사를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는 델라웨어에 두고 있다.

델라웨어 법원이 머스크 편에 설 가능성이 낮다고 외신들은 내다봤다. 그 이유는 머스크가 내건 계약 파기 사유가 사례가 희박한 ‘사정변경(MAE)’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사정변경은 인수·합병 관련 계약에서 중대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발생하면 거래를 마무리 짓지 않고 무산시킬 수 있도록 하는 거부권이다.

그러나 로이터는 델라웨어 법원이 지금까지 사정변경을 인정한 판례가 단 한 번밖에 없을 정도로 인색하다고 설명했다. 2020년 한국 금융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중국 안방보험이 소유 중이던 고급 호텔을 인수하는 계약을 파기하면서 MAE를 이유로 댔고, 지난해 최종승소한 것이 유일한 예다.

게다가 머스크가 요구한 계정 관련 정보는 ‘개인정보 보호법’ 때문에 제3자에 쉽게 제공할 수 없는 데이터이기도 하다. 존 커피 컬럼비아대 법학 교수는 “델라웨어 법원은 계약파기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머스크가 소송에서 이긴다면 그가 법 위에 군림한다는 뜻일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트위터가 법정 싸움에서 이기더라도 ‘상처 뿐인 승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머스크가 법원 명령을 어기고 트위터 인수를 거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건 릭스 밴더빌트대 법학 교수는 “머스크가 법원 명령을 어기면 법원의 관할권 문제로 넘어가게 된다”며 “재판 결과와 별개로 머스크에 트위터 인수를 강요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위터는 머스크가 단순 변심으로 계약을 파기하려 한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양측이 4월 체결한 인수 계약서에 따르면 계약을 위반할 경우 위약금으로 10억달러(약 1조2950억원)를 내게 돼 있다. 머스크는 트위터 측의 과실을 들어 위약금을 내지 않으려 한다.

물론 양측이 합의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트위터 인수 계약을 맺은 뒤 테슬라 주가가 폭락하면서 머스크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머스크가 인수가를 낮추기 위한 벼랑 끝 협상 전략으로 ‘계약 파기’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그러나 앤 립턴 툴레인대 법학 교수는 “머스크가 ‘계약 파기’를 내걸고 아주 극적인 가격 조정을 원할 수도 있지만 어느 선에서 만족할지 알 수 없다”면서 합의 가능성을 낮게 봤다.

위약금을 조정하는 합의를 할 가능성도 있다. FT는 “소송을 벌이면서 양측 모두 비용과 시간을 허비하게 될 것”이라며 “그 대신 위약금 감액 협상을 통해 법정 싸움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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