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창구 좁아졌지만, 생계용은 더 넓어졌다[돈창]
대출자 3명 중 1명 DSR 규제 묶여
청년층은 '장래소득' 인정해 대출한도 확대
40년 이상 초장기 주택담보대출도 확산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연봉 5000만원을 받는 직장인 정모씨(36)는 최근 경기도 김포에 있는 한 아파트를 살 계획이었지만, 대출 한도가 줄었다는 소식에 당황했다. 7월 이전에는 대출액이 3억7000만원이었지만, 이달부터는 3억2000만원으로 줄어들어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씨는 “서울에 아파트 사는 것은 엄두가 안 나 경기도 인근으로 집을 장만하려 했는데, 이마저도 대출이 부족해 어렵게 됐다”고 토로했다.
DSR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유가증권담보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앞서 금융당국은 1단계로 지난해 7월부터 전 규제지역에서 6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한 주택담보대출을 받거나 1억원을 초과하는 신용대출을 받는 이들에 차주별 DSR을 적용했다. 올해 1월부터는 총 대출액 2억원 초과 차주에 대해 DSR 규제 2단계가 확대 적용됐다. 이달부터는 총대출액 1억원 초과로 적용 대상이 늘어나게 됐다. 이에 따라 대출액 1억원이 넘는 차주는 DSR 40%(은행, 비은행 50%) 이내에서만 신규대출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4000만원 마이너스통장(금리 4.58%)이 있는 신용등급 2등급의 연소득 4000만원의 차주가 주담대를 신청할 경우 DSR 2단계가 적용됐던 지난달까지는 1억6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했지만, 이달부터는 1억1040만원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전체 차주의 29.8%, 전체 대출의 77.2%가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추정했다. 올 초부터 카드론도 DSR 대상에 포함됐다. 단 전세대출과 중도금대출, 소액 신용대출 등 서민 주거·생계와 밀접한 대출은 DSR 적용에서 제외된다.
이 같은 조치는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급증한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금융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안정적 관리의 일환이다.
다만 당국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청년층이 대출 규제에 묶이지 않도록 DSR 산출 시 장래소득 인정 비율을 확대해 대출한도를 늘리는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차주의 소득 흐름이 보다 정확하게 반영되도록 통계청 고용노동통계상 연령별 소득 자료를 기초로 장래소득의 계산방식을 개선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차주의 대출시점의 소득과 만기시점의 소득을 평균을 내는 식으로 장래소득을 산출했으나, 앞으로는 대출시점에서부터 만기시점까지의 연령대별 소득 흐름을 5년 단위로 평균을 내 장래소득을 따지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최대소득이 반영되는 만큼 장래소득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이에 따라 만 20~24세 직장인은 현재소득에서 51.6%(만기 30년 기준)를 더한 금액을 장래소득으로 인정받게 된다. 만 25~29세 직장인은 현재소득에서 31.4%, 만 30~34세 직장인은 13.1%를 더한 만큼 장래소득을 인정받아 DSR 규제를 적용받는다. 단 35세 이상은 장래소득이 적용되지 않는다.
가령 직장에서 연봉 4000만원을 받는 27세 A씨는 연 3.5%, 30년 만기로 주담대를 받을 경우 현재는 DSR 40% 적용 시 대출한도가 2억8500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예상소득증가율 31.4%가 적용되면 장래소득을 5256만원까지 인정받을 수 있고, 이에 따라 최대 약 3억75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해진다. 금융위원회는 구체적인 방안을 3분기 중 발표할 계획이다.
DSR 체제에서 줄어드는 대출한도를 늘리기 위해서는 최근 은행권에서 내놓은 만기 40년 이상 초장기 주담대 상품 등도 대안으로 여겨진다. 이미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은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40년으로 늘렸으며, 보험·상호금융 등 2금융권에도 만기를 늘리는 상품이 확산하고 있는 추세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만기가 길어지면 매달 상환해야 하는 원리금이 줄어들면서 전체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 “모든 금융사가 정부 대출 정책 변화에 맞춘 상품을 내놓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정두리 (duri2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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