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존슨 총리 사임에..우크라 "슬프다" 러 "서로 싫어하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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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총리의 사임 발표에 '당연한 일'이라는 반응이 대세인 영국과 달리 우크라이나에선 아쉬움과 탄식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존슨 총리가 사임한 직후인 7일 전화를 걸어 "나뿐 아니라 전 우크라이나 사회, 우리 모두가 슬픈 소식을 들었다"며 "영국의 지원이 지속될 것으로 의심하지 않으나, 당신의 개인적 지도력과 카리스마가 영국의 지원을 각별하게 했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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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기 지원으로 키이우에서 러 군 격퇴에 역할
우크라이나 지원에서 영국의 선도적 역할 약화 전망
러시아, "싫어하는 감정은 상호적"
보리스 존슨 총리의 사임 발표에 ‘당연한 일’이라는 반응이 대세인 영국과 달리 우크라이나에선 아쉬움과 탄식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러시아의 침공에 대해 전 세계적인 강경 여론을 이끌어 온 ‘큰 우군’을 잃게 돼 향후 국제 사회의 지원을 받는데 차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존슨 총리가 사임한 직후인 7일 전화를 걸어 “나뿐 아니라 전 우크라이나 사회, 우리 모두가 슬픈 소식을 들었다”며 “영국의 지원이 지속될 것으로 의심하지 않으나, 당신의 개인적 지도력과 카리스마가 영국의 지원을 각별하게 했다”고 아쉬워했다. 이 말대로 존슨 총리는 지난 4월 서구 주요국 지도자 가운데 처음 키이우를 방문하며 강한 연대의 의지를 밝혔고, 동시에 러시아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도해왔다. 존슨 총리의 리더십으로 아래 영국은 28억달러의 군사지원, 18억달러의 경제지원 등 총 46억달러(약 5조9800억원)의 지원을 공약할 수 있었다. 이는 미국에 이어 두번째 큰 규모다.
존슨 총리는 우크라이나에게 꼭 필요한 중화기 지원도 선도했다. 전쟁이 발발하기 전인 1월엔 ‘탱크 킬러’로 불리는 재블린 2천대, 5월 들어 우크라이나가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이자 6월 초엔 미국도 지원을 단념한 M270 다연장로켓포(MLRS)(사거리 80㎞)를 제공했다. 존슨 총리가 확고한 입장을 보이자 우크라이나 지원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 온 독일과 프랑스도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었다.
물론, 영국은 지난 2월 말 러시아의 침공 전에도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해왔다. 러시아가 2014년 3월 크림반도를 합병하자, ‘궤도 작전’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의 훈련 등을 담당했다. 2016년에는 15년 간 방위협력협정도 맺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위기가 고조되는 국면에서 영국이 적극 지원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존슨 총리의 의지 때문이었다. 그는 2차 세계대전의 영웅 윈스턴 처칠 전 총리를 정치적 우상으로 삼는 등 뿌리 깊은 보수우파적 견해를 갖고 있다.
영국에선 이를 두고 코로나19 방역기간에 총리실 직원들이 음주파티를 했다는 ‘파티 게이트’로 인한 정치적 곤경을 타개하려는 포석이라 보기도 한다. 영국의 여론조사 전문가 피터 켈너는 <시엔엔>(CNN)에 “존슨이 파티 게이트 등 스캔들과 급격한 물가오름세에 몰렸을 때 러시아가 침공했다”며 “국내의 취약함을 가리려고 해외에서 강경함을 이용한 국가 지도자는 그가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고 지적했다.
존슨 총리의 퇴장이 영국의 대외 정책에 당장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긴 힘들다.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됐지만 불출마 의사를 밝힌 벤 월러스 국방장관은 “영국은 그의 뒤에서 완전히 단결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주는 지원은 한 사람이나, 총리 차원이 아니라 전 국민적인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국의 주도적 역할이 지속될 지는 의문이다. <가디언>은 전쟁이 장기화되어 지금도 심각한 물가 상황이 더 악화되면, 수천㎞ 밖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영국의 자원을 쏟아붓는 정책에 대한 우호적 여론을 지속시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존슨은 우리를 아주 싫어했는데, 그런 감정은 상호적이다”고 말해 불편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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