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지우기' 나선 지도부, '버티기' 나선 이준석
중앙당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침묵을 지키며 주말을 보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내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명분 아래 발 빠른 '이준석 지우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10일 이 대표 측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9일)과 이날 서울 모처에서 참모진들과 함께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예정돼 있던 언론 인터뷰는 모두 취소했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도 한 유튜브 영상만 공유했을 뿐 별도의 글을 올리지 않았다.
이 대표는 윤리위 재심 청구와 법원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징계 결정 이후 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선택지를 두고 장고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가까운 당 관계자들 및 법률대리인을 만나 당헌·당규와 법리 부분에 대한 해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즉각 수습에 나섰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윤리위 결정 다음 날인 지난 8일 곧바로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하고 이 대표의 직무가 정지된 상태라는 것에 총의를 모았다. 이주 주말 지도부 일정 공지에도 이 대표의 이름은 삭제된 채 권 원내대표의 일정이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라는 이름으로 공지됐다.
권 원내대표는 당내에 사실상 '금언령'을 내리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윤리위 결정에 대해 익명 인터뷰는 절대 하지 말자"며 "지금은 말 한마디가 당의 갈등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권 원내대표의 이같은 노력에도 일정 기간 당내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직 당 대표에 대한 징계는 처음일뿐더러 징계 대상인 이 대표가 최근 전국 선거를 두 차례나 승리한 대표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무겁기 때문이다. 또 최근 당 지지율 하락세와 내년 총선 공천권을 쥘 수 있는 차기 당대표 후보군들의 수 싸움 등 다양한 상황이 맞물려있다.
당장 이날도 당 인사들의 발언이 쏟아져나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이 대표를 향해 "업보라고 생각하십시오"라며 "바른미래당 시절 대선배이신 손학규 대표를 밀어내기 위해 그 얼마나 모진 말씀들을 쏟아내셨나. 지금 당하는 것은 약과라고 생각하시고 차분히 사태를 정리하시고 누명을 벗기 위한 사법적 절차에만 집중하십시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좀 더 성숙해져서 돌아오시라"라며 "나는 이 대표의 모든 점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김기현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당 대표로서 개인이 과거 문제로 촉발된 혼란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지도자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일갈했다.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원인과 과정에 대한 진실 규명도 중요하겠지만, 결과에 대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는 것은 정치인에게는 매우 중요한 덕목"이라며 "특히 지도자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그동안 당의 외연 확장과 체질 개선에 기여해오신 이준석 대표께서도 이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계실 것으로 믿고 싶다"고 했다.
반면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를 옹호했다. 유 전 의원은 전날 대구 수성구의 한 아트센터에서 북 콘서트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 징계는)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아무도 진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윤리위가 의혹만 갖고 중징계를 내린 것"이라며 "지금 윤리위나 윤핵관들은 조폭 같다. 이 사람들이 정말 '정치 보복이다', '토사구팽이다' 이런 이야기를, 이런 비난을 듣지 않기 위해선 처음부터 끝까지 공정과 상식에 기반해서 일을 처리했어야 되는데 이번에 이 결정되는 과정을 보면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오는 11일 오후 의원총회를 개최하고 이 대표 징계 이후 대응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듣는다. 또 같은 날 오전에는 자신이 직접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할 계획이다. 이 대표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게끔 곧바로 나서겠다는 의미다. 당초 이 대표가 직무 정지 상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만큼 최고위에도 출석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왔으나 이 대표는 출석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어떤 식으로든 당분간 '버티기'에 돌입할 것으로 내다본다. 그간 이 대표는 어떠한 징계 처분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혀왔다. 특히 '성상납 의혹'과 관련한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받은 징계인 만큼 이를 인정할 경우 이 대표의 정치적 앞날에도 먹구름이 끼게 된다. 어떤 식으로든 이 대표가 해당 징계안에 반발하는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 대표의 마지막 카드는 '여론전'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미 단호한 수준의 결론을 내린 윤리위에 재심을 청구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낮고, 가처분 신청은 기각될 경우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결단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따라서 2030 청년 세대들의 지지라는 자신만의 무기를 활용해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과 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자신에 대한 징계가 부당했음을 주장하며 여론의 힘을 받아 반전의 계기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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