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잃은 코스피 어디까지 추락할까
추가 하락 가능성은 낮지만 박스권 횡보장 불가피
(시사저널=이종우 이코노미스트(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코스피지수가 최근 2300까지 떨어졌다. 1년 전에 사람들이 4000을 기대했다는 얘기가 사실일까 싶을 정도로 시장이 급변했다. 높은 물가가 주가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는 8.6%나 상승했다. 우리 물가 역시 6% 가까이 올랐다. 상반기에 인플레가 고점을 친 후, 연말에 상승률이 4%대로 낮아질 거란 전망을 무색하게 만드는 수치였다.
물가가 예상보다 크게 오르자 연준이 금리를 인상했다. 6월에 0.75%p 올렸고, 7월에도 똑같은 수준의 금리 인상이 있을 걸로 전망된다. 그동안 0.25%p 인상으로 일관하던 한국은행도 이번에는 0.5%p까지 인상 폭을 높일 거라 예상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우리 3년물 국채수익률이 3.5%까지 치솟았다. 작년 이맘때 해당 금리가 1.3% 내외였으니까 1년 사이에 금리가 2.7배가 된 셈이다.
유동성 감소에 의한 하락 멈출 것
더 큰 문제는 경기 둔화다. 올 1분기에 미국이 -1.6% 성장한 데 이어 2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경제가 2분기 연속 역성장하는 것이다. 기준대로라면 올 상반기에 미국 경제가 침체 국면으로 들어가게 된다.
연착륙이든 경착륙이든 이번 미국의 경기 후퇴는 과거보다 심각한 형태가 될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13년간 세계경제는 낮은 금리와 많은 돈에 길들여져 왔다. 해당 정책이 경제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했지만, 기업을 비롯한 경제 주체의 자생적 회복 능력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렇게 대응 능력이 약한 상태에서 예상보다 큰 둔화가 시작됐기 때문에 경제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 발생 이후 2년간 쓸 수 있는 정책을 모두 끌어다 썼다. 경기가 예상보다 심각해지는데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 보니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것이다.
작년에 연준은 물가 상승이 일시적일 거라고 자신했다가 망신을 당했다. 이번에는 연착륙에 집착하고 있지만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자산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부동산이 특히 문제다. 가격이 여전히 사상 최고치 부근에 있어 본격적인 하락이 시작되면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데, 정부와 중앙은행이 이를 진정시킬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주가 하락 요인이 금리 인상에서 경기 둔화로 옮겨온 것이다. 주가가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경기가 더 이상 침체되지 않아야 한다. 이런 상황이 만들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대안으로 주가가 경기에 맞게 내려오고 있는 건데, 투자자들에게는 그 자체가 고통이다.
주가는 예측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호재가 발생했을 때는 최고의 상황을, 악재가 발생했을 때는 반대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움직인다. 지금 중요한 건 주가가 나쁜 상황을 충분히 반영했는지, 아니면 추가로 더 반영할 부분이 남아있는지 여부다. 어느 정도 악재가 반영됐다면 투자심리 불안정 해소와 함께 주가가 상승으로 반전할 수 있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저점을 기대하게 만드는 몇 가지 일이 벌어졌다. 먼저 2년 전 유동성에 의해 상승했던 부분이 사라졌다. '유동성에 의한 상승은 유동성 장세가 끝나면 모두 사라지고, 주가가 원점으로 돌아온다'는 게 주식시장의 준칙 중 하나다. 코로나 팬데믹 발생 직후 코스피가 2200에서 3300까지 상승한 이유는 유동성에 의해 주가가 밀어올려지는 과정이었다. 주요국들이 금리를 내리고 돈을 쏟아부은 덕분에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옮겨왔고, 그 힘으로 주가가 상승했다. 코로나19 이전 30조원에 지나지 않던 고객예탁금이 1년 만에 70조원까지 늘어난 게 그 증거다.
2300 바닥-2600 고점 사이 움직일 듯
지금은 이렇게 상승한 부분이 다 사라지고 우리 경제의 본질적 가치에 맞는 주가만 남았다. 최근 금리 상승과 경기 둔화 우려 탓에 본질적 가치도 낮아졌다는 얘기가 있지만 그렇게 볼 게 아니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로 본질적 가치가 크게 훼손됐다고 얘기했지만, 상황이 정리되자 주가가 곧바로 제자리를 찾았다. 본질적 가치는 좀처럼 손상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두 번째는 주가가 과거 균형점까지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2012년 이후 5년간 코스피는 1950~2200 사이를 벗어나지 않았다. 주가가 오랜 시간 특정 지수대에 머물렀다는 건 해당 지수대가 우리 경제와 일치되는 수준이란 의미가 된다. 앞으로 금융위기에 준하는 사태가 벌어지거나, 올해 성장률이 -2~-3%까지 떨어진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을 경우 주가의 추가 하락은 크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 직후 주가가 급등하는 걸 봤기 때문에 많은 투자자가 이번에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2300에서 바닥을 찍고 곧바로 3000까지 올라가는 그림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상승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코로나 발생 직후의 상승은 일반적인 형태의 회복이 아니었다. 저금리와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의해 벌어진 특수한 형태여서 재연되기는 어렵다. 일반적인 주가 회복은 반등과 재하락을 통해 바닥을 다진 후 천천히 상승하는 형태가 대다수다. 경기 둔화로 주가가 하락했던 2018년이 그 예에 해당한다. 2600까지 상승했던 주가가 경기 둔화와 이익 감소의 영향으로 고점에서 25% 정도 떨어진 후 오랜 시간 박스권에 머물렀다.
이번에도 주가가 바닥을 지난 후 상당 시간 박스권 내에 있을 것이다. 2300이 바닥, 2600이 고점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 주가가 박스권이라는 중간 과정 없이 바로 상승하려면 금리를 내리고 유동성 공급이 재개돼야 하는데 가능성이 희박하다. 주가가 경기 둔화를 어느 정도 반영했다 해도 이는 추가 하락을 막는 도구일 뿐,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지는 못한다. 다시 상승하려면 경기가 저점을 만들고 돌아서야 하는데, 지금이 둔화 초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성급한 기대다.
투자심리가 쇼크를 받았기 때문에 당분간 주식시장은 불안정한 움직임을 계속할 것이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평정심이다.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괴롭기 때문에 사람들은 주가가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더 주식을 내다 팔고 싶어 한다. 이런 마음을 이겨내는 게 지금 취해야 하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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