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서현진의 독한 질주에 급제동을 걸었나('왜 오수재인가')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2. 7. 10. 13:4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왜 오수재인가' 서현진·황인엽의 러브라인 꼭 필요했던 걸까

[엔터미디어=정덕현] 화제를 모으며 시청률 10%(닐슨 코리아)를 돌파하기도 했던 SBS 금토드라마 <왜 오수재인가>는 최근 7%대로 주저앉으며 상승세가 꺾였다. 초반 이 드라마의 상승세를 견인한 건 다름 아닌 오수재(서현진)라는 캐릭터의 시크한 매력 때문이었다. 성공을 위해 목숨 걸고 독하게 싸우는 인물. 그것도 성차별적인 시선이 가득한 TK로펌에서 그 차별을 뛰어넘고 남성 변호사들마저 무릎 꿇리는 독주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하지만 드라마가 조금씩 꺾어지기 시작한 건 공찬(황인엽)과의 멜로가 본격화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로스쿨에서 강의를 하게 된 오수재가 그 곳에서 학생으로 만난 공찬은 과거 오수재의 패소로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까지 갔다 풀려났던 김동구였다. 모두가 자신을 범인으로 몰았을 때 유일하게 자신을 믿어줬던 오수재를 그래서 공찬은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공찬의 사랑이 얼음처럼 얼어붙어 있던 오수재의 마음도 조금씩 녹여간다.

아마도 이 드라마를 집필한 김지은 작가는 오수재와 공찬의 멜로가 시청자들의 호응과 공감을 얻을 것이라 생각했겠지만, 어쩐지 반응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어딘가 두 사람의 멜로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도 그 이유가 됐지만, 그것보다 더 큰 이유는 시청자들이 보고픈 것이 이들의 달달한 멜로가 아니라 오수재라는 인물이 초반부터 보여줬던 독한 싸움들을 통한 카타르시스라는 점이었다.

이제 드라마는 과거 김동구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까지 갔다 오게 됐던 그 사건의 진실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백진기(김창완) 원장과 윤세필(최영준)의 숨겨진 사연도 드러났다. 10년 전 백진기의 딸이자 윤세필의 피앙세였던 강은서(한선화)가 최주완(지승현), 한동오(박신우), 이시혁(원형훈)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도망쳐 나온 그를 김동구의 의붓여동생인 전나정(황지아)이 돕다가 변을 당했던 것이었다. 즉 현재 막강한 돈과 권력을 휘두르는 최태국(허준호), 한성범(이경영), 이인수(조영진)의 아들 셋이 모두 이 사건의 진짜 가해자들이었다.

여기에 드라마는 오수재가 10년 전 그 재판에서 자신의 오빠와 어머니가 입건된 상황 때문에 김동구를 버리는 조건으로 일종의 딜을 받았다는 이야기로 한 회분을 채웠다. 결국 김동구를 버려 오수재가 TK로펌에 들어가게 됐다는 것. 굳이 이 이야기가 강조된 건, 다름 아닌 오수재와 김동구 아니 공찬과의 멜로 라인 때문이다. 두 사람 사이에 달달한 관계의 진전이 있었지만 이를 가로막는 서로에 대한 신뢰를 깨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오수재를 짝사랑하는 최윤상(배인혁)은 공찬에게 하는 이 폭로를 오수재가 들을 수 있게 굳이 전화를 연결해 놓고 한다. 그건 마치 최윤상이 이로써 오수재로부터 공찬과의 관계를 끝내려 하는 의도가 들어간 행위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오수재와 공찬 사이의 멜로라인을 최윤상이라는 인물을 빌어 끄집어내려한 면이 크다.

"상관없어. 상관없어. 교수님이 그 때 나를 버리고 가족을 구했다면 그게 옳아. 그게 맞아. 나라도 그랬을 거니까." 그러면서 공찬의 오수재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토로된다. "세상사람들 모두가 나를 범인으로 몰았고 내 아버지도 날 안 믿었는데 그게 얼마나 지옥인 줄 알아요? 그 지옥에서 유일하게 날 믿어준 사람이 교수님이었어요. 형은 모르겠지. 날 믿는다는 말 한 마디가 사람을 숨 쉬게 하고 살게 한다는 걸. 형은 상상도 못하겠지."

공찬의 이 말을 전화기 저편에서 듣는 오수재는 그 진심에 무너져 버린다. 이 장면은 충분히 감동적이고 먹먹한 내용이지만, 드라마 전체의 흐름을 놓고 보면 굳이 오수재와 공찬의 관계가 멜로가 아니어도 괜찮았을 법한 내용이다. 어쨌든 변호사와 피고인, 교수와 학생이라는 조금은 거리가 있는 관계에서의 멜로 라인은 과한 느낌이 있다.

굳이 멜로라인으로 꼭 갈 필요가 있었을까. 그보다는 법정드라마의 특징에 맞게 인간적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며 공감해주는 '휴먼드라마' 정도의 선이었다면 어땠을까. 오수재라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멜로 앞에서 평이해질 수 있었다면 과감하게 멜로를 버리고 적당한 선을 유지하는 관계가 훨씬 낫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Copyright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