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대통령실은 왜 '김건희 이슈' 앞에만 서면 작아지나
"대통령 부부와 오랜 인연이 있어, 대통령 부부의 의중을 잘 이해해 그것을 행사에 잘 반영시킬 수 있다는 분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에 근무할 수 있도록 검토했었고, 초기에 근무한 것은 사실이다."
지난 6일, 대통령실 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나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부인 신 모 씨의 나토 순방 동행 논란에 대해 밝힌 설명이다. 해당 설명은 어디까지나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는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것이었지만, 전날(5일)에 비해서는 그나마 진일보한 것이었다.
동아일보 등의 관련 보도 이후인 지난 5일, 신 씨가 '대통령실에 나와 근무했던 적은 없나'는 기자의 질문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없다'고 단언했다. 다른 언론사에는 "신 씨가 임용 지원을 한 적도 없다"고 답했다. 하루 만에 뒤집힌 말들이다.
대통령실은 신 씨의 초기 근무 사실을 인정했고, 청사 출입을 위한 출입증 발급을 위해선 '임용 예정자' 등으로서 당사자의 신청서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임용 지원도 한 적이 없다'는 말도 사실과 거리가 있다. 더욱이 신 씨가 한 동안 대통령실 내부망에 '부속실 행정관'으로 등록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임용 지원을 한 적도 없다'는 답변은 사실과 다르다고도 볼 수 있다.
5일의 답변은 사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답을 하다 생긴 결과라고 볼 여지가 없지 않다. 하지만, 사실 관계를 공개적으로 살펴본 이후 나왔을 지난 6일의 공개 답변도 의문투성이다.
신 씨 역할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없는 대통령실의 해명
대통령실이 민간인 신 씨가 대통령의 나토 순방에 동행한 이유로 든 것은 다음과 같다. "11년 정도 해외에 유학해 영어에 능통하고 지금 회사를 운영하면서 국제 교류 행사 등 기획 주관하는 일을 주로 했다. 순방 일정 전반의 기획에 참여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를 수행하거나 김건희 여사 일정을 기획해서 간 것이 아니다."
신 씨가 어떤 역할을 했다는 것인지 구체적 설명은 없었다. 스페인이 아닌 영어에 능통한 사람이 스페인에서 어떤 역할을 한 것 인지, 합리적 설명은 없었다. 나토나 스페인이 주최한 행사와 국가 정상 간 양자 및 다자 회담을 제외하면 남는 일정은 김건희 여사의 업사이클링 매장 방문과 마드리드 한인 매장 방문, 주스페인 한국 문화원 방문과 대통령 부부가 참석한 동포 간담회, 윤 대통령만 참석한 스페인 경제인 간담회 뿐이다.
5월 6일의 인사비서관 임명 발표…그 이후에도 근무한 신 씨
신 씨의 대통령실 채용 여부에 대한 대통령실 관계자의 설명도 의문투성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신 씨를 초기에 대통령실에 근무할 수 있도록 저희가 검토를 했었는데, 남편이 인사비서관으로 확정이 되고 나서 이해충돌 등의 문제가 있을 것 같아 그 뒤로 당사자도 고사했고, 결국 채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 전 단계에서 일부 활동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시점과 관계된 설명인데 천천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신 씨 채용을 검토한 시기는 남편의 인사비서관 확정 전', '신 씨의 채용 고사 시점은 남편의 인사비서관 확정 후', '고사 시점과 거의 비슷할 것으로 보이는 남편의 인사비서관 확정 이전 활동 여부는 모른다' 는 것이 시점과 관련된 설명이다. 여기에 해당 관계자가 "신씨가 (취임) 초기 대통령실에 근무한 것은 사실이다"고 밝혔던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 설명에서 공통되는 시점은 '남편의 인사비서관 확정' 시기다. 해당 시점은 언제일까. 검사 출신으로 대선 캠프에서 법률 관련 업무를 한 것으로 알려진 이원모 전 검사가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으로 발표된 건 지난 '5월 6일'로, 새 정부 출범 전이다. 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가 확인한 대로 신 씨는 취임 초 대통령실에서 근무를 했다. 대통령실 내부망에 신 씨의 이름이 적어도 지난 5월 말 정도까지는 검색됐던 것으로 알려진 점을 감안하면 근무 기간은 하루 이틀에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이슈' 때마다 반복되는 대통령실의 궁색한 답변
신 씨 관련 의혹은 대중들의 관심을 끌었던 건 '김건희 여사'와의 연관성 때문이다. 김 여사를 보좌하기 위해서 민간인인 신 씨를 굳이 '기타 수행원'으로 지정해서 스페인 순방에 동행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에 대해 대통령실은 궁색하고 애매모호하며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대통령실의 이런 모습은 김건희 여사 이슈를 두고 유독 반복해 발생하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김건희 여사와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찍은 사진이 김 여사 팬클럽을 통해 공개됐을 때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출입을 위해선 엄격한 검문검색이 필요한 건 물론이고, 장소나 자리 배치 역시 보안 사항일 수밖에 없는 대통령의 집무실. 그 집무실을 찍은 사진이 팬 카페를 통해 공개되는 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관심은 누가 사진을 찍어서 외부로 유출했는지에 모아졌는데, 이와 관련한 대통령실의 해명은 오락가락했고, 말이 바뀌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나온 특별감찰관 임명 여부와 관련된 답변도 마찬가지였다. 해당 시기와 대선 기간 동안 윤 대통령이 오랫동안 공석이었던 특별감찰관을 임명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인 것 소위 '김건희 리스크' 때문이었다. 김 여사로 대표되는 친인척의 비위 예방을 위해서 특별감찰관을 임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있었던 것이다. 사진 논란이 제기된 시점에는 대통령실 관계자발로 윤 대통령이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으려 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온갖 억측이 나오기 좋은 상황이기도 했다.
대선 후보 기간에도 반복된 '김건희 이슈'에 대한 대응 혼선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이슈에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건 단순한 해프닝의 반복일까. 여의도와 용산 안팎에서는 배우자 관련 이슈에 유독 애민하게 반응하는 대통령의 스타일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김건희 여사 관련 이슈'가 발생하면 사실 관계 확인도 어렵고, 대통령의 의중도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려워 일단 엄호에 나섰다가 일을 더욱 키우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비단 현재만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김건희 이슈'는 대선 기간 내내 윤석열 당시 후보 및 국민의힘에 있어 시한 폭탄과 같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김 여사 관련 이슈는 윤 후보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에 김 여사 관련 문제를 정확히 검토해 국민께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털고 가자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윤석열 당시 후보는 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참고 : [취재파일] '레드팀' 없는 윤석열 캠프, 그리고 회색 코뿔소 ) 그 결과는 김 여사의 대국민 사과였다.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6575485 ]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 지난해 12월 26일, 김건희 여사의 이 말을 국민들은 윤석열 당시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조용한 내조를 하는 퍼스트 레이디가 될 것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것은 현실은 전혀 다르다. 김 여사는 광폭 행보를 하고 있고, 행보 때 마다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또, 김 여사 관련 이슈가 대통령 관련 기사를 압도하고 있다. 상대적 평가가 비교에 한계가 있지만, 여권 일각에서 회심의 승부수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나토 정상회의 참석도 김건희 여사 이슈에 묻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 측 관계자'까지 등장…여론의 관심을 즐기는 듯한 김 여사
문제는 이런 상황이 쉽게 바뀔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김 여사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것에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 않다면 팬클럽에 의한 미공개 사진 공개, 친족인 오빠를 통한 일정 홍보가 이뤄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런 김 여사의 스타일 때문인지 언론에는 심지어 '김 여사 측 관계자'도 등장했다. 김 여사의 미공개 일정 등을 언론에 알리는 역할이다.
김 여사가 대통령 후보자의 배우자 신분이라는 현재의 김 여사 행보가 크게 문제될 것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김 여사는 지금 현직 대통령 배우자다. 경호를 제외하고는 법적 지위는 없다지만, 김 여사의 한 마디 한 마디는 대통령을 통해 국정에 반영될 수 있고, 그것이 국민의 삶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배우자 이슈 대응에 대통령(실)이 몰두하는 사이, 국민들의 팍팍한 삶은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
일련의 논란 이후 제2부속실 설치와 특별감찰관 임명 목소리가 높다. 김건희 여사가 제2부속실 설치를 통한 공적 조직의 보좌를 받게 된다면, 제한적이지만 국회를 통한 통제를 받기에 불필요한 논란이 사전에 예방되지 않겠냐는 취지다. 또, 특별감찰관 임명은 김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의 친인척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지 않겠냐는 기대 때문이다.
이렇게 국민과 언론이 나서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지만, 대통령(실)의 응답은 제대로 들려오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은 제2부속실 설치는 없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고, 특별감찰관 임명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직접적인 언급은 나오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된 이상, 그리고 대통령의 배우자가 된 이상, 이제 5년 간 개인의 삶은 사라졌다. 대통령이라는 왕관의 반대 급부다. 윤 대통령이 국민들의 제2부속실 설치와 특별감찰관제 임명 촉구를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긍정적으로 응답하길 기대한다.
박원경 기자seagul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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