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5시간 외교장관 회담, 우크라·대만 평행선.."솔직한 대화" 평가
블링컨 "러, 우크라 침공 규탄 해야" 中언급 없어
"솔직·건설적" 평가 긍정..미중 회담 가능성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외교 수장이 5시간여간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양국은 여전히 팽팽한 입장차를 보였지만 회담 자체로는 서로의 오해를 줄인 건설적인 대화였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9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7∼8일)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만났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8개월만에 만난 두 사람은 양자 회담에 이어 오찬을 함께 하며 5시간 가량 대화했다. 현장에서 두 사람은 나란히 길을 걸으면서 통역 없이 대화하기도 하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악수를 하기도 했다.
중국 관영 매체 보도와 회담 후 블링컨 장관의 기자회견 등을 종합하면 양측의 관심사는 달랐던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측은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대만 문제에 집중했고,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공조 움직임을 집중적으로 견제했다.
왕 부장은 회담에서 “미중 관계는 지난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조성한 곤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점점 더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미국 측이 중국 체제의 변화를 추구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이상 중국 인민들이 선택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길을 존중하고, 중국의 정치 제도와 대내외 정책을 공격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또 “냉전적 사고를 지양하고 제로섬 게임을 하지 않아야 한다” 며 “미국 측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이상 ‘하나의 중국’ 정책 왜곡과 대만 문제에 대한 살라미 전술을 중지해야 하며 대만 카드로 중국의 평화통일 과정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국의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존중하고 중국 내정 간섭, 인권 때리기, 중국의 정당한 이익 침해를 중단해야 한다”며 “미국의 대중국 고율 관세를 최대한 빨리 폐지하고, 중국 기업들에 대한 독자 제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왕 부장은 △대중국 정책과 언행 중 잘못을 수정해야할 점 △중국이 우려하는 중요 사안 △중국이 우려하는 중국 관련 법안 △양국이 협력할 8개 영역 등을 열거한 4개의 리스트를 미국에 건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블링컨 장관이 “중국에 대해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는다. 중국의 체제 변화를 추구하지 않고, 중국 공산당 집권 지위에 도전하지 않고, 중국을 포위하거나 ‘대만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반면 블링컨 장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논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대만 주변에서 중국이 보이는 행동과 언사가 갈수록 도발적”이라고 지적하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또 “우리는 중국과 러시아의 연계를 우려한다”면서 “명백한 침략자가 존재하는 분쟁에서 ‘중립’을 지킨다는 것은 어렵고 심지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중국이 중립적인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금은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중국 측은 발표에서 러시아와 관련해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우크라이나 문제,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전했다.
다만 미중 양측은 이번 대화가 건설적이었다는 데는 같은 평가를 내놓았다. 회의 후 블링컨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날 대화가 “유용하고 솔직하고 건설적이었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양측이 미·중 관계 및 공통 관심사인 국제·지역 현안에 대해 포괄적이고, 깊이 있고, 솔직하게 긴 시간 동안 소통했다”며 “양측은 이번 대화가 실질적이고 건설적이며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오해와 오판을 줄였으며 동시에 양국 고위급 교류의 여건을 마련하는데 도움에 됐다고 의견을 함께했다”고 평가했다.
고위급 교류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간 정상회담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미중 정상 간 소통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10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번 미중 외교장관 회담에 대해 “향후 정상간 회담을 위해 좋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18일(현지시간) 개인 별장이 있는 미 델라웨어주 레호보스 비치 인근에서 기자들과 만나 시 주석과 언제쯤 대화를 가질 것이냐는 질문에 “머지않아”라고 답한 바 있다. 지난해 1월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 지금까지 4차례 화상 회담 또는 전화 통화로 접촉했으나 아직 직접 만난 적은 없다.
신정은 (hao122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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