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초 동안 뭐했나?"..아베 피살에 日서 쏟아지는 허술한 경호 지적

용의자 치명적인 '두 번째 총격'도 제지 없이 해.. 미국 대통령 경호 전문가 "반사적으로 몸 던져야"

아베 신조 전 일본총리가 8일 선거 유세 중 일어난 첫 번째 총격 소리에 뒤를 돌아보는 모습. /사진=트위터 영상 갈무리

'3초.'

선거 유세 중이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향해 발사된 두 발의 총격 사이엔 3초의 시간이 있었다. 용의자가 첫 총격 이후 경찰의 제지를 피해 쏜 두 번째 총알에 맞아 아베는 사망했다. 유세 중인 전 총리에게 7~8미터 거리까지 접근해 총을 쏠 수 있었던 것과 관련해 당시 현장 경호를 맡았던 경찰 총책임자는 "경호에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10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오니즈카 도모아키 나라현 경찰 본부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현장 경찰관들은 승인된 계획을 따랐다"며 "오전 11시30분 사건의 첫 신고가 접수되고 상황이 공개된 뒤 27년간 경찰 생활 중 가장 큰 죄책감과 후회를 느꼈다.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본부장은 "당일 경호 태세는 계획대로였고 경호상의 리스크 등 사전 징후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첫 발사 후 어떻게 총격범이 경찰에 잡히지 않고 두 번째 발사를 할 수 있었나'는 질문에는 "대응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는 앞으로 정확히 확인할 것"이라고 답했다.

[도쿄=AP/뉴시스] 8일 일본 도쿄에서 시민들이 TV를 통해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피격 소식을 지켜보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나라에서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선거 유세 중 총성과 함께 가슴 부위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2022.07.08.

앞서 아베 전 총리가 총격을 받을 당시 현장 경찰관들이 첫 총성이 울리고서야 뒤늦게 괴한을 인식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아사히신문과 NHK는 10일 경찰 당국을 취재한 결과 지난 8일 아베 전 총리의 유세 현장인 일본 나라현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지역 앞 거리에서 경호 업무에 참여했던 여러 경찰관이 "첫 번째 총성이 들린 뒤에야 수상한 사람을 처음으로 인식했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전직 해상자위대원 출신인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는 유세 중이던 아베 전 총리 등 뒤 7∼8ｍ 거리까지 접근해 직접 만든 사제 총으로 두 발을 쐈다. 야마가미가 첫 발을 쏘자 놀란 아베 전 총리는 총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돌아봤으나 3초 뒤 두 번째 총격에 쓰러졌다.

(나라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8일 (현지시간) 일본 나라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를 하는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총기로 저격한 해상 자위대원 출신의 용의자가 체포되고 있다. (C) 로이터=뉴스1

전문가들도 두 번째 총격이 가능했던 게 가장 큰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야마가미는 당시 경찰관의 제지를 전혀 받지 않고 아베에게 접근해 총을 두 발 쐈다. 이와 관련 경호 관계자들은 총격 발생 전 제지하지 못한 것은 문제라며 용의자가 아베 전 총리에게 접근한 단계에서 대처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시청 간부는 니혼게이자이에 "의심스러운 물건을 소지한 인물을 접근시킨 (경호) 배치에 문제가 있었다"면서 "원래 같으면 연설 장소의 사각지대는 어디인지, 수상한 물건이 있을 가능성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한다. 이번에는 이런 게 부족했던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로이터=뉴스1) 박정호 기자 =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피격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야마가미 테츠야가 10일 일본 나라현 나라시 경찰서에서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C) 로이터=뉴스1

일본 경찰 특수급습부대(SAT)에 근무했던 한 경호 전문가 역시 "문제가 되는 건 두 번째 총격 대응"이라고 했다. 경호를 맡은 경찰관은 문제 발생 시 경호 대상자에게 달려가 머리를 숙이게 한 뒤 현장에서 빠져나가게 하는 것이 원칙인데 아베가 총에 맞아 쓰러질 때까지 밀착 경호하는 경찰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또 미국 대통령 경호 관련 전문가는 아사히신문에 "미국 외교보안국에선 훈련에서 모의탄을 사용해 폭발음을 듣거나 충격을 느끼면 반사적으로 경호 대상자를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지는 연습을 거듭한다"며 "배후 공격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360도를 경계해야 한다. 도로를 봉쇄하고 배후로부터의 위협을 완전히 배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경찰청은 현장 상황 등으로 미뤄 아베 전 총리의 배후 경호 태세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경호 태세 시스템을 검증할 계획이다.

한편 아베 전 총리의 장례는 12일 가족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이후 정부와 자민당의 합동장례가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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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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