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만에 다시 헌재 법정 오르는 사형제..14일 존폐 공개 변론

정성조 2022. 7. 10.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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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생명권 박탈, 헌법에 합치되나..1996년·2010년엔 합헌
"수십년 토론으로 존치·폐지 논거 충분히 축적..정치적 결단만 남았다"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오랜 세월 한국 사회의 논쟁거리였던 사형제도 존치·폐지 문제가 12년 만에 다시 헌법재판소 공개 법정에 오른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14일 서울 종로구 재동 대심판정에서 사형제를 규정한 형법 41조와 250조 등에 대한 헌법소원 공개 변론을 연다.

이번 사건의 청구인은 2018년 부모를 살해한 A씨다. A씨는 1심에서 검찰이 사형을 구형하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A씨의 동의를 받아 2019년 2월 사형제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재판소 재판정 [연합뉴스TV 캡처]

"인간 존엄 침해, 범죄 억지력 증명 안 돼" vs "국가의 보복도 정의"

국가는 헌법 10조에 따라 '개인이 갖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보장해야 한다. 헌법 37조 2항은 국가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나, 제한할 때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번 헌법재판에서의 최대 쟁점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기본 중의 기본 권리인 '생명권'을 박탈하는 것이 합당한지를 따지는 문제다. 전선은 범죄자까지 포함하는 인간의 존엄과 정의 실현 사이에 형성됐다.

청구인 측은 "사형제는 범죄인을 도덕적 반성·개선을 할 수 있는 인간으로 보지 않고 사회방위의 수단으로만 취급한다"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제도"라고 주장한다.

아울러 사형제가 다른 형벌에 비해 효과적으로 범죄를 억제한다는 뚜렷한 근거가 없고, 사형 집행 후 오판으로 드러나도 이미 사라진 생명을 되돌릴 수 없어 적절한 형벌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반면 법무부는 "범죄 예방에 따른 공익의 실현 대상은 무고한 일반 국민의 생명"이라며 "정의를 실현한다는 점에서 중대한 흉악 범죄를 저지른 자에게 사형 선고·집행이 이뤄지는 것이라면 사형제가 달성하는 공익을 가볍게 볼 수 없다"고 맞선다.

또 형벌의 목적에는 응보(응징과 보복)도 있으므로 범죄 억지력이 통계에 의해 밝혀지지 않았다고 해서 사형제의 의의를 부정해서는 안 되고, 유럽 각국 등 사형제를 폐지한 대다수 국가가 재판기관의 결정이 아닌 헌법·법률 개정 방식을 택했다고 지적한다. 사형제를 없앨지는 헌재가 아닌 국민과 국회가 결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오랜 논쟁으로 존치론과 폐지론의 법리와 논거는 이미 발전할 만큼 발전한 상황이고, 한쪽이 다른 한쪽을 논리적으로 이길 수는 없게 됐다"며 "정치적 결단만이 남은 셈"이라고 말했다.

사형제 폐지 찬반론 (PG) [제작 조혜인] 일러스트

헌재 위헌 의견 1996년 2명→2010년 4명…6명 이상이면 사형제 폐지

1953년 제정 형법부터 존재한 사형제도는 수십 년에 걸쳐 논쟁의 대상이 돼왔고 헌재가 직접 위헌성을 따진 것만 1996년과 2010년 등 이미 두 차례다. 현재까지 헌재는 사형제를 합헌으로 보고 있다.

1996년 헌재는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첫 합헌 결정을 내린다. 당시 헌재는 "인간의 생명이 자연적 존재로서 동등한 가치를 지니지만, 이것이 서로 충돌하거나 생명 침해에 못지않은 중대한 공익을 침범하는 경우 국가가 '어떤 생명이 보호돼야 하는지' 규준을 제시할 수 있다"며 "필요악으로 선택된 사형이 아직 헌법 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당대 문화 수준이나 사회 현실에 비춰 사형을 완전히 무효로 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 뿐, 결국 사형 역시 '제도적인 살인'이므로 필요성이 없어지면 위헌으로 봐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2008년에는 이른바 '보성 어부 살인사건'을 심리하던 광주고법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면서 사형제가 사상 두 번째로 심판대에 올랐다. 법원이 피고인의 위헌 주장을 받아들여 헌재의 판단을 구한 사례다.

헌재는 2010년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재차 합헌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합헌 의견 재판관 5명 중 2명이 대상 범죄를 줄이거나 시대상을 반영해 제도를 점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입법부에 과제를 남겼다.

종교계와 인권단체들은 헌재가 7대2(1996년), 5대4(2010년)의 의견 변화를 보여온 만큼 이번 '3차' 사형제 헌법재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위헌 결정이 나오려면 헌재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헌재 재판관 9명 가운데 인사청문회에서 사형제 폐지 입장을 명시적으로 밝히거나 적극 검토 의견을 낸 재판관은 유남석 헌재 소장을 비롯해 이석태·이은애·문형배·이미선 재판관 등 모두 5명이다.

헌재는 "사형제는 형사제도에 관한 매우 중요한 논제이며 학계는 물론 국민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고 있다"면서 "이번 변론을 사형제에 관한 헌법적 논의의 장으로 삼아 심판 대상 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라고 했다.

14일 공개 변론에는 청구인 A씨 측과 이해관계인인 법무부 장관 측 참고인이 출석할 예정이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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