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만원쯤 썼어요" 게임중독 14살..산골로 간 까닭은?

김남희 2022. 7. 1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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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전북 무주 '국립 청소년 인터넷 드림마을'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청소년 치유캠프
청소년 3명중 1명 '폰중독'…코로나로 심화
퇴소 후 중독 지수 개선…"부모 역할 중요"

[서울=뉴시스] 전북 무주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 전경 (사진=드림마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남희 기자 = "아마 이 중에 제가 제일 게임에 돈을 많이 썼을 거예요. 어릴 때부터 세뱃돈을 모아 둔 통장에서 450만원 정도 썼거든요.(…) 여기 와서는 명상이 좋아졌어요. 싱잉볼을 치면 고요하게 소리가 퍼져나가고, 눈을 감았다 뜨면 5분이 지나있어서 신기해요. 돌아가면 아빠한테도 명상을 같이 하자고 하고 싶어요."

중학교 1학년인 박모(14)군은 평일에는 하루 5시간, 주말이면 하루 종일 게임을 했다. 지난 4월 인터넷·스마트폰 이용습관 진단조사에서 위험군으로 분류돼 선생님 추천으로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드림마을)에 입소했다.

10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전북 무주에 위치한 드림마을은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청소년을 대상으로 치유 캠프를 운영하는 국립시설이다. 1~4주 과정 프로그램을 연간 22회 운영한다. 1주일 5만원의 식비를 제외한 비용은 국가에서 지원한다.

기수별로 남학생과 여학생을 나눠 선발해 멘토 1명이 학생 3명을 맡아 함께 생활한다. 입소자들은 첫날부터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다. 대신 축구, 농구, 음악활동, 농작물 가꾸기 등 대안활동과 상담을 통해 변화를 유도한다.

[서울=뉴시스] 지난 7일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 입소 청소년들이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드림마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박 군은 같은 학교 친구 6명과 함께 2주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지난 7일 드림마을에서 만난 학생들은 왜 게임에 중독됐는지 스스로 돌아보며 변화를 다짐하고 있었다.

박 군은 "1년 동안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2시간 동안 게임을 하고 학교에 갔다. 처음에 친구들이 추천해서 시작했는데, 잘 하면 칭찬을 받으니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상에서 실력과 인지도를 쌓아가는 재미로 했다"며 "여기서 생활하면서 휴대폰 없이도 다른 대안활동을 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특히 명상이 좋았다"고 했다.

강모(14)군은 "부모님이 없을 땐 48시간 연속으로 게임을 한 적도 있다. 원래 레고나 미술을 좋아하는데 그런 게 비싸서 못 사니까 휴대폰을 더 하게 된 것 같다"며 "여기서 미술이 제 꿈이고 취미라는 걸 알게 됐다. 이번 캠프가 끝나면 미술학원에 다니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모(14)군은 "학교에선 공부밖에 안 하니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게 게임과 축구밖에 없었다. 하루 6시간씩 게임을 했다"며 "집에 돌아가면 부모님과 싸우지 않고 놀러 다니면서 다시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고 희망했다.

[서울=뉴시스] 전북 무주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 (사진=드림마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3명 중 1명(37%)은 스마트폰 과의존 상태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수업이 늘고 야외활동이 줄면서 더욱 심화됐다.

고모(17)군은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작년부터 휴대폰을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게임, 유튜브, 넷플릭스, 음악 등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휴대폰이라는 기기 자체에 중독됐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꿈에 대해 쓰는 활동이 있었는데 '다양한 경험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썼다. 영화보는 걸 좋아하는데 되돌아보면 영화 같은 삶을 살고, 다양한 감정과 경험을 느끼고 싶어서였다. 나가면 휴대폰보다는 친구들과의 관계를 우선시하고 싶다"고 했다.

드림마을 지도자와 멘토들은 '대안 활동'이 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5년차 멘토인 유석민(28)씨는 "게임 아니면 공부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갇힌 아이들이 많다. 여기서 다양한 대안 활동을 제공해 아이들이 성취감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지난 7일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 입소 청소년들이 대안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드림마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모의 역할도 중요하다. 드림마을 측은 "취약계층 청소년이 60~70% 정도다. 맞벌이, 한부모, 조손가정처럼 부모님이 아이를 돌봐주기 어려운 가정이 많다"며 "아이들이 귀가하면 과거 생활패턴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는 가정에서의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부모 양육태도 검사를 기반으로 비대면 교육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14년~2021년 드림마을을 거쳐간 청소년은 3만83명이다. 인터넷 중독 지수는 34점에서 2개월 후 29점으로 개선됐다. 스마트폰 중독 지수도 35점에서 30점으로 낮아졌다.

김성벽 여성가족부 청소년보호환경과장은 "10여년간 시설을 운영하며 느낀 건 아이들을 변화하게 하는 건 결국 관심과 사랑"이라며 "이 시설은 멘토들이 하루 종일 붙어서 활동하고, 규칙적이고 맛있는 식사를 제공한다. 아이들은 존중받는다고 느끼면 스스로 바뀐다"고 말했다.

정부는 향후 청소년디딤센터 등 기존 시설에서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치유 캠프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드림마을에 관한 자세한 정보 및 입소 신청은 '국립청소년드림마을'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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