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시간 게임만 하던 아이, 이 마을 들어가니.."스마트폰보다 더 재미있어요"[르포]

전남=김지현 기자 2022. 7. 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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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청소년 치유기관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에서 아이들이 체육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여성가족부

"48시간 동안 잠 안 자고 게임만 한 적도 있어요."

경기도 부천의 중학생 강모군(14)은 이번 학기 학교에서 진행한 '인터넷·스마트폰 이용습관 진단조사에서 '과의존' 판정을 받았다. 강군은 "부모님이 여행가신 틈을 타 이틀 내내 게임만 했다"며 "새벽 3시가 넘도록 게임을 하다 늦잠을 자고 학교에 지각한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나쁜 걸 알았지만 쉽게 끊을 순 없었다. 레벨이 오를 때마다 드는 성취감과 친구들 사이에서 인정받는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게임은 강군의 공부와 일상생활을 방해했을 뿐만 아니라 시력이 나빠지는 등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이대로는 안 되겠구나' 싶었던 강군은 지난달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의 문을 두드렸다. 자신과 비슷한 고민이 있는 친구들과 함께 체육, 음악 활동 등을 했고 경험담을 나눴다. 강군은 "막상 스마트폰 없이 살아보니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프로그램이 끝나면 여기서 친구들이랑 한 레고 놀이도 하고, 관심 있는 미술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2200명 청소년 다녀가…기수당 평균 20~30명
/자료제공=여성가족부
전남 무주군에 위치한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은 여성가족부가 운영 중인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청소년 대상 맞춤형 치유서비스 제공 기관이다. 학생들이 중독의 고리를 끊고, 인터넷 사용시간을 조절할 수 있게 도와주는 곳이다. 2014년 8월 시범운영을 시작해 지금까지 약 2200명의 청소년이 다녀갔다.

지난 7일 취재진이 방문한 드림마을에는 23명의 중·고등학생과 13명의 대학생·졸업생 멘토가 있었다. 석·박사 출신의 상담심리 전문 선생님들도 13명 있었다. 참가자들은 전부 남학생이었는데, 드림마을 관계자는 "같은 성별끼리 합숙해야 더 효과적이라는 관련 연구결과에 따라 남자와 여자 기수를 번갈아 가며 모집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점심시간 전 학생들은 3개조로 나눠 다양한 활동을 했다. 먼저 활동실 한 곳과 2층 강당에서는 각각 음악, 체육 프로그램이 펼쳐지고 있었다. 프로그램별로 8명의 학생과 멘토 2명, 지도자 2명이 기타와 실로폰 등으로 합주를 하고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옆에서 멘토나 선생님이 도와줬고, 웃음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드림마을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협동심과 사회성을 길러 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취미활동을 찾게 해주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인기 1위 '집단상담'…스스로 사용 습관 반성

지난 7일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 캠프에 참가한 한 학생이 집단상담 프로그램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김지현 기자
하지만 무엇보다 드림마을의 가장 핵심 프로그램은 '집단상담'이다.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도 가장 좋다. 이날도 학생 8명과 선생님 1명, 멘토 2명이 동그란 원탁에 둘러앉아 자신의 인터넷 사용 경험담을 공유했다. 이모군(14)은 종이에 그린 '인터넷 사용 곡선'을 화이트보드에 옮겨 적은 뒤 "열두 살에 오버워치를 접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함께하다 사용시간이 늘어났다"며 "이후 롤(리그오브레전드)을 했는데, 돈을 주고 아이템을 사야 해 사용량이 줄었다 최근 피파를 시작하고 다시 하루에 6시간씩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표가 끝난 다음엔 박수와 함께 공감한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드림마을 관계자는 "상담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인터넷 사용 습관을 되돌아보고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지 스스로 생각해본다"고 설명했다. 일대일(1:1)로 진행되는 상담도 있다.

물론 입소하면 힘든 부분도 있다. 지난달 30일에 입소해 12일짜리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박모군(14)은 "부모님 보고 싶은 게 제일 큰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학생 중 간혹 탈출을 시도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5년째 멘토로 참여 중인 류석민씨(28)는 "센터에서부터 10분 떨어진 거리까지 잡으려고 달려간 적이 있었다"며 "다만 작정하고 도망가는 친구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고모군(17)은 "스마트폰을 못 쓰니 힘들지만, 여기 오기 전 결심한 부분이니 최대한 스마트폰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견디고 있다"며 의지를 다졌다.
"스마트폰 말고도 재밌는게 많구나 깨달았어요"
전남 무주군의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 /사진제공=여성가족부
이날 취재진과 대화를 나눈 학생들은 '돌아가면 인터넷 게임 말고 다른 활동을 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용돈으로 게임에만 450만원을 썼다는 박모군은 "(게임을 잘하면) 친구들 사이에서 칭찬을 받으니까 계속했던 것 같다"며 "이제는 명상이나 사격 등 여기서 체험한 다른 재밌는 것들을 친구들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효과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여가부가 치유캠프에 참가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전과 추후 인터넷 중독 지수는 34점에서 29점으로 개선됐고, 스마트폰 중독 지수는 35점에서 30점으로 나아졌다. 부모 등 관찰자 시점에서도 아이의 인터넷 중독 지수가 38점에서 32점으로 낮아졌다.

배영태 드림마을 원장은 "최근엔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갔을 때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다시 중독되지 않도록 부모님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선생님들과 함께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뿌듯해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코로나19(COVID-19) 등으로 청소년 인터넷·스마트폰 중독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앞으로 이런 프로그램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에서 아이들이 체육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여성가족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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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김지현 기자 flo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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