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스무살 부모 구속 기소..'영아 살해' 묻힐 뻔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검찰이 화장실에서 태어난 영아를 살해한 스무살 부모를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당초 경찰은 사인을 알 수 없다며 내사종결 의견을 냈지만 검찰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고 직접 보완수사를 벌인 끝에 자백을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김수민)와 인권보호부(부장검사 유도윤)는 지난 8일 친모 이모씨(20)와 친부 권모씨(20)를 영아살해·사체은닉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월 서울 관악구의 주거지 화장실에서 아기가 태어나자 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아 살해하고 사체를 가방에 담아 에어컨 실외기 밑에 은닉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지난해 1월 이씨 친구의 신고를 받고 이들의 주거지에서 숨진 아기를 발견해 ‘변사’ 사건으로 접수했다. 이씨와 권씨는 경찰에 ‘출산 당시 아기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지난해 6월 사인 불명이라는 부검 감정 결과를 이유로 검찰에 ‘내사종결’ 의견을 통보했다. 검찰은 대한의사협회에 자문해 보완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경찰은 올해 1월 대한의사협회에 자문한 뒤 사인을 알 수 없다며 다시 ‘내사종결’ 의견을 보냈다.

그러나 검찰은 이씨와 권씨를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검찰은 이들이 고의나 과실로 영아를 사망케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부검 감정 결과 영아가 살아있는 상태로 출생했다고 판단되며, 영아를 살리기 위한 심장마사지나 인공호흡 조치가 없었고 119신고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이 지난 3~4월 이씨와 권씨를 입건해 조사하자 이들은 범행을 자백했다. 경찰은 이씨는 영아살해 혐의, 권씨는 영아살해방조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지만 검찰은 두 사람 모두 영아살해 공범으로 의율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보완 수사를 통해 이들이 범행 전부터 영아가 출생하면 살해하려고 모의한 정황과 사건 초기 수사 과정을 녹음해 서로 진술을 맞춘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변사 사건에 대한 검찰의 사법통제와 보완 수사를 통해 암장될 뻔한 영아살해 사건 실체를 명확히 규명했다”고 말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