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에도 '물가 쇼크' 지속 가능성.."과도한 금리 인상 자제해야" [세종픽]
10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엄중한 물가여건이 지속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유가 등 에너지발 공급 측 압력이 물가 상승을 계속해서 견인하고 있고, 여름철 성수기 등 수요 측 상방요인이 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 등에 따라 미국과 유럽연합 등 주요국 물가가 40년 만에 고점 수준에 도달하는 등 대외 여건이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 같은 공급 측 불안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6.0%을 찍은 가장 큰 원인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석유류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9.6% 급등했고, 농축수산물도 4.8% 상승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생산비 등이 증가하면서 외식물가도 지난해 같은 달 대비 8.0% 올랐다. 공급 측면에서 시작된 불안이 수요 측 요인인 개인서비스 가격까지 끌어 올리고 있는 셈이다.
물가는 경제고통지수의 한 축을 구성할 만큼 서민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미친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민고통지수는 10.6을 기록, 2015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았다. 이는 국민고통지수 산출 기간(2015년 1분기∼올해 1분기) 평균치 7.7의 1.38배에 달한다. 이 지수는 미국의 경제학자 아서 오큰이 고안한 것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실업률을 더해 구한다.
물가 충격은 취약계층에 더 큰 부담이 된다. 저소득층일수록 전체 지출에서 식료품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분기 1분위 저소득층 가국의 식료품·외식·교통 지출 비중은 전체의 52.1%에 달했지만 상위 10%인 5분위의 경우 전체의 18.8%에 그쳤다. 지난달 ‘장바구니 물가’라고 불리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7.4% 올라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겪는 고물가를 억제하기에는 정부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 경감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보면 취약계층과 서민 생계비 지원 관련 재원 투자는 상대적으로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향후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과도한 금리 인상을 자제하고 정책·통화당국 간 공조가 절실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스티커 쇼크와 과잉 대응’ 보고서를 통해 “국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안정화시키고 미국과의 금리 역전에 따른 외환시장 불안정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면서 “그러나 다른 국가에 비해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시장의 예상을 넘어서는 과도한 금리 인상은 가계의 구매력 고갈을 유발해 내수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연구원 측은 “인플레 압력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3분기에는 수축적 통화정책(금리인상)을 지속하면서, 재정정책에서는 시장 수요 물가상승압력이 작은 이전지출(자영업자 손실 보상 등)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반면 4분기에는 예상 시나리오대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된다면, 금리 인상 속도를 낮추고 경기 진작을 도모할 수 있는 재정 지출 분야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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