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대표 "종속과 굴종 강요가 독립인가" 서울시 직격

정철운 기자 2022. 7. 1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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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례안, 법의 형식 빌린 언론탄압…상업광고 허용해도 당장 자립 불가능"
서울시의회 "조례안 상정까지 6개월 걸릴 것"…TBS 탄압 논란 장기화 조짐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TBS.

국민의힘 서울시의원 전원이 지난 4일 '서울시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을 시의회에 발의하며 TBS 탄압 논란이 거세다. 국민의힘 측은 “TBS를 서울시 출자·출연 기관에서 제외해 TBS가 민간 주도의 언론으로서 독립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라고 밝혔으나 조례안이 통과되면 서울시가 매년 TBS에 지원해온 출연금은 사실상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서 TBS측은 언론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태는 장기화될 조짐이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보궐로 취임한 지난해 서울시는 전년 대비 55억 원 감소한 320억 출연금 지원을 결정했다. 2021년 TBS의 서울시 재정의존도가 72.8%이고, TBS가 법적으로 상업광고를 못하기 때문에 서울시 출연금은 절대적이다. 이강택 TBS 대표이사는 지난 8일 발행한 TBS사보에서 이번 조례안을 두고 “아예 민영화를 하든가 기관 폐지를 하자면서 예산을 못 주겠다고 하고 있다. (TBS의) 문제점이 뭔지, 어떻게 대책을 세울지에 대한 협의 없이 양손에 무기를 들고 구성원들을 협박해서 일종의 토끼몰이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례안 폐지가 방송 독립의 기회라는 주장에 대해선 “독립은 자유 의지에 기반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강요에 의해 종속과 굴종을 강요받고 있다. 자본에 의해 장악될 수 있는 민영화가 진정한 독립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TBS에 대한 평가는 '시민참여형 수도권 공영방송'이라는 책무에 근거해 이뤄져야 한다”며 “TBS 콘텐츠는 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공공 부문의 재원이 조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강택 TBS 대표이사. ⓒTBS

이강택 대표는 방통위가 설령 TBS 상업광고를 허용하더라도 “당장 자립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제작 프로세스도 바뀌어야 하고 영업망도 갖춰야”하며 “라디오 광고 시장은 원체 규모가 작은데다가 수년째 줄고 있다”는 이유다. 무엇보다 “이미 <뉴스공장>과 같은 대표 프로그램들은 캠페인과 협찬 광고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상업광고의 순증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 대표는 “(2020년) 재단 독립 당시 방통위는 2년 유예를 조건으로 상업광고를 허용하려고 했지만 타 방송사들의 반대에 가로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도 밝혔다. TBS를 둘러싼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우리와 규모가 비슷한 CBS와 불교방송도 지상파 결합판매와 교단 지원금으로 겨우 유지되고 있다. 상업광고를 허용받으면 광고가 쏟아질 거라는 이야기는 이런 라디오 광고 시장을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물론 서울시 출자출연 기관에서 벗어나면 지금보다는 다양한 수익 사업이 가능해지고, 후원회원 모집을 받거나 방송발전기금 지원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300억이 넘는 서울시 출연금 비중을 메울 수 있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이 대표는 “서울시는 (2020년 당시) 향후 5년간 400억 원 규모의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고 밝히면서 “오세훈 시장 당선 후 예산 삭감으로 TBS를 압박하더니 시의회 구성이 바뀌고 나서부터는 아예 예산을 전액 끊겠다고 하고 있다. 정치적인 이유로 행정의 연속성이 하루아침에 단절되는 건 부당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앞선 오 시장의 교육방송 기능 전환 언급에 대해선 “만약 교육 방송이 필요하다면 방송사의 기능을 바꾸거나 조례를 폐지하지 않아도 TBS에 협조 요청을 하고 예산만 지원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장기화 될 조짐이다. 국민의힘 소속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은 지난 8일 연합뉴스TV와 인터뷰에서 “논의·토론 과정에서 시민들 의견을 들어보고자 공청회를 할 수도 있고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자 해서 토론을 할 수도 있고 아무리 빨라도 (조례안 상정까지) 6개월은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발의안에 의하면 조례는 2023년 7월1일부터 시행한다. 올해 연말에는 '결판'을 내겠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이번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최호정 국민의힘 대표의원(원내대표)이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딸인 사실이 거론되며 대를 이어 언론 탄압을 주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최시중 전 위원장은 이명박정부 공영방송 장악의 핵심 인물로 평가받는다.

▲최호정 국민의힘 대표의원. ⓒMBC 뉴스화면 갈무리

이강택 TBS 대표는 “시장과 시의회 구성이 바뀌었다고 3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공영방송사를 통째로 없애겠다는 건 명백한 언론 탄압”이라면서 “폐지 조례안은 법의 형식을 빌렸을 뿐,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고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직원들을 향해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언론인으로서 여러분의 자존감과 소중한 일터를 굳건히 지키는 일”이라고 했으며 “거취에 연연하지 않겠다. 필요한 때가 오면 제가 그 도구로 명예롭게 활용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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