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인 듯 아닌 듯..'안나' 정은채 "자신감 생겼죠"[★FULL인터뷰]

'안나'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 2017년 출간 당시 한국 문단에 강력한 반전을 선사하며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정한아 작가의 장편소설 '친밀한 이방인'을 바탕으로, '싱글라이더'를 통해 실력을 입증받은 이주영 감독이 새롭게 재탄생 시켰다.
정은채는 '안나'(수지 분)의 직장 상사이자 배려도 악의도 없이 오직 자신의 우월한 인생을 즐기는 '현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는 상대방을 압도하는 화려한 외모와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 수지와 미묘한 대립 관계를 형성하며 극에 긴장감을 더한다.
그는 무해한 미소로 유해한 감정을 일으키는 악역 아닌 악역의 느낌을 완벽하게 살렸다. 정은채는 "4~5년 전 이주영 감독님에게 '안나'의 시나리오를 전달받으면서 만나게 됐다. 감독님의 전작을 통해서 알고 있었고, 너무 재밌고, 관심이 많았던 감독님이다. 연출이 개성이 강하고, 섬세하다는 생각을 했고, 특히 이 감독님의 다음 작품이 궁금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먼저 연락을 주셔서 신기하더라. 운명적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께서 '안나'의 주인공이 캐스팅되기 전부터 제가 '현주'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저도 글을 읽어보고 처음 받아보는 캐릭터의 대본이라서 이게 왜 내 손에 쥐어졌는지 궁금하기도 했는데 제가 원래 차갑고 타이트한 성격과는 정반대인 사람이고 오히려 많이 웃고, 느슨하다. 감독님도 이런 저의 다른 모습을 보시고, 작품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으셨던 것 같다"고 밝혔다.
정은채는 "또 제가 '안나'의 시나리오가 발전하고, 바뀌어가는 과정을 함께했는데 미술을 전공하거나 외국에서 살다오는 등의 설정은 저를 생각하시고 조금씩 캐릭터를 변형하신 부분도 있었을 것"이라며 "그걸 캐릭터에 잘 승화시켜보고자 하는 욕심이 강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주' 캐릭터를 설명할 때 핵심적으로 생각했던 게 배려도 없고 악의도 없는 악역"이라며 "이 캐릭터 자체가 입체적으로 쓰여있었다. 감독님도 기존에 봐왔던 주인공을 괴롭히기만 하는 표독스럽기만 한 악역이 아니라 현실감 있고, 그 나이 또래만 가질 수 있는 밝고 명랑한 느낌, 그리고 오히려 너무 무거움 없이 시작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며 "(유미의) 상대적 박탈감을 부각시킬 수 있게끔 글이 쓰여있었고, 그런 점이 매력적인 포인트였다고 생각한다. 현주를 하게 됐을 때도 좀 더 다른 연기를 보여줄 수 있으면 나쁜 선택은 아니겠다 싶은 마음에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예측 불가능한 대사와 과한 제스처가 '현주'라는 캐릭터를 더 밀도 있게 완성시켰다. 정은채는 "그런 부분에서 캐릭터의 매력이나 입체적인 성격들이 드러나는 것 같아서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제스처나 표정을 많이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지만 막상 현장에서 내뱉을 때 대사 안에서 가능하지 않을 때도 많은데 '안나'는 그게 충분히 가능한 대사들이었다. 굉장히 리듬감 있는 대사가 이미 만들어져 있었고 쉬어가는 타임에 제가 뭔가를 할 수 있었다"며 "제가 지내면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미지를 연기할 때 많이 참고한다. 근데 늘 자신감 있고 자기 성격을 표출하는 데 익숙한 사람들이 과한 제스처를 한다. 남들이 쓰지 않는 제스처를 쓰면 유미와 대조적이면서도 익살스럽고, 좀 더 튀는 인물로 보여지지 않을까 했다. 현장에서 애드리브를 많이 했다. 많이 준비하지는 않았고, 이것저것 해봤는데 반응이 좋더라"라고 웃었다.
이어 "작품 속에서 제가 등장했을 때 어두움과 우울감이 늘 깔려있는 작품의 분위기 속에서 공기를 환기시키고, 이 사람이 등장하면 이 신의 리더가 등장하는 느낌으로 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극에 현주가 존재한다고 생각했다"며 "근데 비교적 성공적으로 그려진 것 같다"고 흡족해했다.

이어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이렇게까지 갑, 을 관계가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보여지는 게 괜찮을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는데 감독님께서 전혀 타협을 안 해주시더라. 유미(수지 분)는 저를 만날 때 모든 신에서 대사가 거의 없다. 표정으로 리액션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저 혼자 많은 변주를 줬다. 테이크마다 다르게 연기해서 받아주는 사람도 리액션이 다르게 나오면 극이 더 풍성해진다고 생각한다"며 "원래 대사를 주고받는 신에서 서로의 컨디션을 체크하고, 리허설을 해보기도 하는데 저희는 현장에서 거의 그런 게 없었다. 즉흥적인 상황들을 많이 연출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다른 두 사람이 각자의 연기를 하는 듯한 모습이 많았다. 한 프레임에 다른 낯빛의 두 여자가 잡히는 것 자체로 새로웠던 것 같고, 그 대비감이 재밌었던 것 같다. 촬영하는 순간에 서로 연기에 몰두하면서 진짜 리액션이 포착됐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은채는 '안나'를 통해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연기를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다. 제 나름대로 그동안 직업군도, 연기 톤도 작품적으로 도전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다른 의미에서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연기 톤이라서 (보는 분들이) 많이 놀라셨던 것 같고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걱정도 있긴 했는데 생소한 부분도 신선하게 받아주신 것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
결과물과 반응을 떠나 연기에 대한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해 준 작품이기도 하다. 정은채는 "현장에서 좀 다른 방식으로 연기를 할 수 있었던 작품이고, 저한테 관대하고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 같다. '안나'를 하면서 현장이 훨씬 더 편해지기도 했고, 더 자신감도 생겼다. 앞으로 현장에서 더 용기내서 다양하게 도전해볼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게 배우로서는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참 고마운 작품"이라고 말했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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