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 주사, 팔뚝 주사..맞는 부위 왜 다를까

차지현, 유상연 2022. 7. 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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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환자 상태나 약물별로 주사 요법 차이
주사 변환 플랫폼·패치형 주사 등 차세대 기술 '눈길'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주사를 맞는 건 늘 무섭습니다. 뾰족한 바늘과 특유의 냄새가 긴장하게 만들죠. 한번 '따끔'하면 끝날 걸 알면서도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게 됩니다. 그래도 주사를 피하긴 어렵습니다. 병원을 찾은 환자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으니까요. 궁금해졌습니다. 왜 주사를 맞는 걸까요. 주사를 알약으로 대신할 순 없을까요. 또 주사마다 맞는 부위가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같은 성분의 약물이라도 제형은 다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정제나 캡슐제처럼 먹는 약(경구제)도 있고요. 환부에 바르는 연고제도 있죠. 주사 역시 다양한 약물의 제제 중 하나입니다. 약물의 제제에 따라 약효나 안전성 측면에서 차이가 나는데요. 예를 들어, 경구제의 경우 투여 방법이 쉽고 안전해 가장 많이 이용됩니다. 하지만 약물 복용 후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리고요. 약물의 종류별로 흡수되는 양이 달라 약효 발현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경구제로 약물을 투여하면 약효가 감소합니다. 소화관에서 흡수된 약물은 혈관(간문맥), 간, 심장을 거쳐 전신으로 이동하는데요. 간은 해독을 담당하는 장기죠. 경구 투여된 약물도 간을 지나면서 당연히 해독되고요. 이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약물이 소실됩니다. 이렇게 약물이 간을 통과하면서 약효가 감소하는 현상을 초회 통과 효과라고 합니다.

반면, 주사를 통해 약물을 투여하면 초회 통과 효과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약물이 간의 대사를 받지 않고 모세혈관이나 정맥으로 바로 흡수되기 때문인데요. 약물이 변하지 않은 상태로 몸속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또 주사 투여는 경구 투여보다 약효가 신속하게 발현합니다. 다만 약효 발현이 빠른 만큼 부작용 위험성이 크고요. 경구제와 달리 오염된 주사 바늘에 감염될 위험성도 갖고 있습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그런데 주사라고 다 같은 주사는 아닙니다. 주사를 놓는 위치나 방법은 환자의 몸 상태나 약물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주사를 맞는 부위는 크게 피부, 근육, 혈관 등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주사 요법도 △피내주사 △피하주사 △정맥주사 △근육주사 등으로 나뉘고요. 여기서 약물의 흡수 속도는 혈관, 근육, 피부 순서로 빠릅니다.

피내주사와 피하주사는 피부에 약물을 주사하는 방법입니다. 피부의 구조는 표피, 진피, 피하조직 3가지 층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피내주사는 표피와 진피 사이에 약물을 주사합니다. 주사 요법 중 약물의 흡수 속도가 가장 느리죠. 하지만 약물 반응을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요. 부작용 위험성도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피부 반응이나 알레르기 검사, 약물 과민성 검사를 할 때 사용하는 주사가 여기에 속합니다. 보통 팔의 안쪽 부위에 주사합니다.

피하주사는 피부와 근육 사이에 있는 피하조직 내에 약물을 주사합니다. 피내주사보단 빠르게 흡수됩니다. 특히 피하주사는 주사 요법 중 가장 쉬운 방법으로 꼽히는데요. 그래서 환자 스스로 주사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대표적으로 당뇨 치료제 '인슐린', 지혈제 '헤파린', 일본뇌염 예방접종 등이 있고요. 아랫배나 팔 바깥쪽 등에 주사합니다.

근육주사는 피하조직 밑 근육층 안에 약물을 투여합니다. 근육에는 모세혈관이 풍부해 피내주사나 피하주사보다 흡수가 빠릅니다. 또 근육은 감각신경이 적어 통증이 적다고 하는데요. 이에 따라 근육주사의 경우 자극적인 약물도 주입할 수 있습니다. 주로 진통제나 예방접종 등에 활용하고요. 엉덩이에 맞는 주사가 바로 근육주사입니다. 참고로 엉덩이는 근육이 잘 발달한 부위라 약효를 내기 가장 좋다고 해요.

정맥주사는 약물을 직접 정맥 내에 주사하는 방법입니다. 약효가 가장 신속하고 확실한 방법이죠. 경구투여 용량의 약 25~30%만으로도 동등한 약효를 기대할 수 있고요. 응급상황이나 장기간 약물 치료를 할 때 주로 활용합니다. 수액을 맞거나 수혈, 헌혈 시에도 정맥주사를 사용해요. 정맥주사는 손목, 손등, 발등 등 정맥이 잘 드러나는 부위에 맞습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필요한 양의 약물을 원하는 부위에, 그리고 원하는 시간에 전달하는 기술을 약물 전달 시스템(DDS)이라고 합니다.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DDS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죠. HLB제약, 대웅제약, 휴메딕스 등은 투약 주기를 1~3개월로 늘린 '장기 지속형 주사제(서방형 주사제)'를 개발 중이고요. 알테오젠은 정맥주사를 피하주사 방식으로 바꾸는 '하이브로자임'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환자가 병원에서 4~5시간 맞아야 했던 정맥주사와 달리 피하주사를 이용하면 환자가 집에서 5분 내로 스스로 주사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입니다.

아픈 주사를 대체할 차세대 기술도 나오고 있습니다.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미세바늘을 이용해 체내로 약물을 전달하는 마이크로니들 기술이 대표적인데요. 패치 형태의 약물을 몸에 부착해 피부로 약물을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개발이 쉽진 않지만, 통증이 적고 주사 바늘에 감염될 위험성이 없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고요. 국내 기업 중엔 라파스, 쿼드메디슨 등이 마이크로니들 기술 개발에 나섰습니다. 언젠가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올까요. 기술의 발전을 기대해봅니다.

차지현 (chaji@bizwatch.co.kr)
유상연 (prtsy201@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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