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공매도 논란②] 7년 전 '채권 파킹 거래' 기억하나요

김경택 2022. 7. 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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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尹 왼팔' 비유 박찬호 전 광주지검장…채권 파킹 철퇴
이복현 금감원장, 무차입 공매도 처벌 강화 앞장서나


[서울=뉴시스] 김경택 기자 = 최근 금융당국이 정조준하고 있는 무차입 공매도는 7년 전 국내 자본시장을 뒤흔들었던 채권 파킹 거래와 닮아있다. 원칙적으로는 금지되고 있지만 수면 아래서 관행처럼 진행돼 왔고, 거래 당사자 간 장외에서 협의 후 수기 거래로 진행되기 때문에 적발이 쉽지 않다는 공통 분모가 있다.

이를 두고 현재의 무차입 공매도 논란이 '제2의 채권 파킹 사태'로 재현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불법이지만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채권 파킹 거래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장본인이 바로 윤석열 사단의 핵심 검사였기 때문이다. 또다른 윤 사단 출신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취임 이후 무차입 공매도 등 불법 행위에 신속하고 엄중하게 대응할 것을 예고한 상태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6월 금융당국과 검찰은 대대적인 수사 끝에 수년 간 불법 채권 거래(채권 파킹)에 관여하고, 이 과정에서 향응을 수수한 펀드매니저 103명과 증권사 임직원 45명 등 시장참가자 총 148명을 적발했다. 이후 6년여가 지난 작년 12월 채권 파킹 거래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재판에 넘겨진 일부 펀드매니저들에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채권 파킹 거래는 펀드매니저가 매수한 채권을 장부에 곧바로 기록하지 않고 잠시 증권사 등 다른 중개인(브로커)에 맡긴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펀드매니저가 직접 매수하거나 다른 곳에 매도하는 방식을 말한다. 펀드매니저들이 자신이 속한 운용사 펀드가 아닌 증권사 등의 명의로 채권을 매수하도록 '미리' 구두로 요청한 뒤 '나중에' 결제한다는 점에서 무차입 공매도와 비슷한 점이 있다.

거래는 중개인과 펀드매니저 간 장외 협의를 통해 은밀하게 진행되고 발생하는 손익은 펀드매니저와 증권사 임직원이 서로 나눠 갖는다. 과거 업계에선 관행처럼 만연하게 이뤄져 왔지만 시장 교란과 투자자 손실을 일으킬 수 있어 엄연한 불법으로 규정되고 있다.

채권 파킹 거래로 100여명이 적발되고 일부가 실형을 선고 받은 이 사건은 한국 채권 시장 역사상 가장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증거 부족으로 기소는 일부에 그쳤지만 금감원에 통보가 되면서 당시 연루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업무정지, 과태료 처분 등 제재 조치를 받았으며 임직원들 역시 정직, 감봉, 견책 등의 징계를 받았다. 이 사건 이후 채권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도 대규모 이직 사태가 벌어졌다.

채권 파킹 거래가 현재는 거의 자취를 감춘 가운데 금융당국은 이제 무차입 공매도를 정조준하고 있다. 무차입 공매도 역시 명백한 불법으로 규정돼 있지만 여전히 시스템 상 허점은 있기 때문이다.

실제 무차입 공매도는 주식 대차 없이 미리 매도하는 것을 말하는데, 미리 매도하더라도 결제일 전에만 해당 주식을 매수해 갚으면 된다. 결제 불이행 등 사고만 발생하지 않으면 사실상 적발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시장에서는 아직까지 무차입 공매도가 성행하고 있을 것이란 의심이 계속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최근의 무차입 공매도와 관련해 채권 파킹 사태가 재조명되고 있는 것은 당시 수사팀 때문이다. 2015년 당시 채권 파킹 거래 혐의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의 부장검사는 박찬호 전 광주지검장으로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인물 중 하나다.

'윤석열의 왼팔'로 비유되기도 했던 박 전 지검장은 사법연수원 26기로 한동훈 현 법무부 장관(27기)의 한 기수 선배다. '특수통'인 두 사람은 지난 2003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SK그룹 분식회계 사건 등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 역시 박 전 지검장, 한동훈 장관에 이어 윤석열 사단 내 대표적인 금융·조세 범죄 수사 전문가로 꼽혀온 만큼 무차입 공매도에 대해 철퇴를 꺼내들 것이란 관측이 높아지고 있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7일 취임 이후 전 금융·증권범죄 '척결'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금감원장은 최근 증권사·운용사 CEO들을 만나 "공매도 조사전담반을 설치하고 점검·조사를 강화하는 등 신속하고 엄중하게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검찰과 공조도 강화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부활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의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에 참여해 가상자산 '루나 폭락 사태' 수사를 지원하고 있다. 금감원의 이런 감독 기조는 경제사범과 부정부패를 겨냥하는 정부의 국정기조와 무관치 않다. 이미 정부는 검찰을 중심으로 경제사범과의 전쟁을 선포한 상태다.

☞공감언론 뉴시스 mrk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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