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대로]나토, 한미일 안보협력 미래로 北 비핵화 모범될까
기사내용 요약
나토 정상 회의 계기 한미일 정상 회담
한미일 안보 협력, 나토 닮아갈지 주목
나토, 소련 압박해 INF 조약 도출 성공
INF 협상, 북한 비핵화 협상에 참고 가능
한미일 동상이몽은 제2 나토화 걸림돌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말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 회의에 참석했다. 이를 계기로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간 한미일 정상 회담이 4년9개월 만에 성사됐다.
한미일 정상 회담과 별개로 나토는 이번 정상 회의에서 새 작전 개념을 세웠다. 나토는 이를 통해 러시아를 위협으로, 중국을 도전으로 규정하며 중·러에 대한 적개심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나토의 이 같은 새 작전 개념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나토를 이끄는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 그리고 나토까지 묶어 중국과 러시아를 포위하는 데 성공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나토 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안보 협력 구조가 나토와 유사한 집단 방위 체제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냉전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글로벌 중추 국가(GPS)를 자임한 한국이 나토 회의에 참석하면서 동북아에서 나토와 같은 집단 방위 체제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나토는 어떤 집단 방위 체제일까. 그리고 한미일이 나토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제2차 세계대전 종식 후 시작된 냉전 체제하에서 구소련을 중심으로 한 동구권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과 캐나다, 영국, 프랑스, 벨기에,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등 7개국은 1949년 4월4일 북대서양조약(North Atlantic Treaty)을 맺었고 그 결과 나토가 출범했다.
10일 현재 나토 회원국은 알바니아, 그리스, 폴란드, 벨기에, 헝가리, 불가리아, 포르투갈, 아이슬란드, 루마니아, 캐나다, 이탈리아, 슬로바키아, 크로아티아, 라트비아, 슬로베니아, 체코, 리투아니아, 스페인, 덴마크, 룩셈부르크, 터키, 에스토니아, 몬테네그로,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미국, 독일, 노르웨이, 북마케도니아 등 30개국이다.
나토는 회원국 일방에 대한 공격을 전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집단 방위 기구(collective defense organization)다.
나토 동맹국들은 적국을 상대로 재래식 무기를 포함해 다양한 수단을 쓸 수 있다. 미국은 확장 억제 차원에서 나토 동맹국에 대한 최종적인 방어를 보장하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미국은 나토 지역에 핵무기를 배치해뒀다. 핵무기 소유권은 미국에 있지만 나토 동맹국들이 유사시 타격을 공동으로 수행한다. 나토에 배치된 핵무기는 해당 기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탄약지원대대가 관리·통제한다. 또 미 워싱턴이 직접 송신하는 긴급행동메시지(EmergencyAction Message: EAM)라는 발사코드가 입력돼야 핵폭탄이 활성화된다.
이처럼 나토가 핵무기를 준비해둔 것은 소련의 핵 개발 때문이었다. 1950년대 소련의 스푸트니크 발사체 개발과 대륙 간 탄도 미사일 개발 사실이 알려지면서 나토는 전략 개념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특히 1968년 1월 세워진 전략개념, 이른바 유연 반응 전략은 1991년 냉전이 종식될 때까지 나토의 기본 전략으로 유지됐다. 유연 반응 전략이란 직접적 방위(direct defense), 의도적 확전(deliberate escalation), 전면적 핵 대응(general nuclear response)으로 구성된다.
이에 따라 나토는 도발 수준에 따라 직접적 방위를 위해서는 재래식 전력을, 직접적 방위가 실패할 경우 의도적 확전을 해 전술 핵전력을 사용하게 됐다. 두 가지 방법이 실패하거나 대규모 핵 공격을 받을 때는 전술 핵과 전략 핵전력을 사용해 전면적 핵 대응으로 소련의 공격을 막게 돼 있었다.
그러다 1970년대부터 소련의 핵전력이 급격히 강화되면서 기존 작전 개념으로는 대응이 어려워졌다. 소련은 1970년대 중반부터 향상된 성능의 SS-20 중거리 핵미사일(INF: 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을 대규모로 배치했다. SS-20은 사거리 3000㎞ 이상으로 당시 유럽에는 소련의 SS-20에 맞설 LRTNF(Longer-Range Theater Nuclear Force: 중거리 핵전력을 지칭하는 포괄적 용어)가 전혀 없었다. 소련은 이 SS-20을 1977년 12월부터 1983년 12월까지 6년간 369기(탄두 수 1107개)를 배치했다.
이에 따라 나토의 유연 반응 전략에 수정이 필요해졌다. 나토는 연구 끝에 1979년 12월에 이른바 이중 결정(double-track decision 혹은 이중 트랙 결정)이라는 새 전략을 도입했다.
이중 결정은 2개 트랙으로 구성돼 있다. 제1트랙은 소련의 SS-20에 대응해 퍼싱(Pershing)-Ⅱ 탄도 미사일과 그리폰(Gryphon) 지상 발사 순항 미사일(GLCM) 등 중거리 미사일을 서유럽에 배치하는 것이었다. 제2트랙은 소련이 SS-20을 감축하면 서방도 나토가 배치하려는 중거리 미사일에 동일한 조치를 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중거리 핵미사일 증강과 더불어 군비 통제도 추진한다는 이 전략은 전형적인 '채찍과 당근'식 접근이었다.
이중 결정 전략은 효과를 발휘했다. 유럽 국가 내 반대 여론에도 미국은 1983년 12월부터 퍼싱-Ⅱ 108기와 그리폰 96기를 서유럽에 배치했다. 그 결과 미국과 소련은 1987년에 사거리 500~5500㎞인 중거리 핵미사일(INF) 감축 조약에 서명했다. 조약에 따라 1987년 SS-20을 포함한 중거리 미사일이 모두 폐기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나토의 경험이 한반도와 동북아, 그리고 한미일에 교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한미일이 나토처럼 이중 결정 전략을 통해 북한에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제시함으로써 북한 비핵화 협상을 타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승근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럽안보와 확장억지: NATO에서의 경험과 정책적 함의' 논문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배치할 경우 한반도에 미국의 확장 억지가 적용되고 있음을 북한에 분명히 해 전쟁을 억지하고 이와 동시에 적극적으로 북한의 핵 및 장거리 미사일에 대한 군비 통제를 해야 한다"며 "나토의 이중 결정 전략을 변형해 한반도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또 "유럽에서 냉전 종식과 더불어 동유럽 국가 및 러시아와 평화를 위한 동반자 관계를 맺은 것처럼 북한이 핵개발 및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포기할 경우 북한과의 관계 회복이 가능함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나토 체제하에서 이중 결정에 따른 INF 조약 체결은 한미일이 벌일 북한 비핵화 협상에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
INF 조약은 중거리 핵미사일이라는 특정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한 구조적 군비 통제에 해당한다. 한반도에서 군비 통제 노력은 1972년 7·4 공동 성명부터 50여년간 진행돼왔다. 노태우 정부 시절 채택한 남북 기본합의서 12조에는 대량살상무기의 공격 능력 제거를 비롯한 단계적 군축 실현 문제를 협의·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상호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나토 이중 결정이 최근 INF 사태에 미칠 함의: 동북아에 대한 영향 평가 및 한국의 대응 방향' 논문에서 "냉전 시 INF 협상의 구조와 비교하면 북한은 소련과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보장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믿는다면 김정일은 구소련 말 고르바초프의 입장과 유사하다"며 "그는 개혁 개방을 주장했고 김정은도 개혁 개방이 전제되는 중국식 경제 발전 경로를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박철균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장은 'INF 조약과 한반도 군비통제: 조약체결의 성공 요인과 한반도에의 함의' 논문에서 "고르바초프는 INF 조약을 통해 미국을 포함한 나토와의 신뢰 구축에 수준을 높일 수 있었고 국방비 절감과 경제적 이득을 더할 수 있었다"며 "김정은도 비핵화에 합의한다면 미국과의 적대 관계 해소는 물론 남북 관계의 개선에 더해 제제 해제에 따른 경제적 이득도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한미일이 INF 조약을 금과옥조로만 여길 수는 없다. INF 조약이 2019년 미국에 의해 파기됐기 때문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2001년 미국과 러시아 간 마지막 현장사찰 종료 후 중단된 양국의 검증·사찰 활동, 나토의 확장에 불안을 느낀 러시아의 돌출 행동, 러시아의 조약 위반 의혹, 중국의 중거리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미국의 상응 전력 필요성 대두, 2018년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서 공개된 미국의 핵전략 변화 등을 이유로 INF 조약을 파기했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이었다. 미국이 INF 조약에 묶여 핵미사일 전력을 축소시킨 사이에 중국은 동북아에서 핵미사일 전력을 급격히 증강시켰다. 이를 두고 볼 수 없었던 미국은 결국 조약을 파기했다.
이상호 교수는 "1970~80년대 SS-20으로 야기된 동서 대립이 세력 균형의 성격이었다면 최근의 미국 INF 조약 폐기는 세력 균형보다 패권 전쟁의 일환이자 가장 중요한 군사 패권을 놓고 벌어지는 예방 전쟁의 전초전"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미국은 현재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거래는 하지 않는다. 미국은 2018년 북한 비핵화 문턱까지 다가갔지만 북한 핵 시설을 둘러싼 북미 간 이견을 이유로 협상을 깬 바 있다. 또 중국과의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 견제 약화를 감수하면서까지 북한과의 군비 통제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적 기지 공격 능력 확보'라는 숙원을 해소하기 위해 한미일 안보 협력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일본은 강제 징용 피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 독도 영유권 억지 주장 등에서 한국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등 한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일이 나토 수준의 집단 방위 체제를 결성하고 단일대오를 이뤄 북한과 비핵화 협상에 나설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나토 회원국들은 소련과 공산주의 세력이라는 공동의 적을 앞에 두고 하나의 목표를 지향한 반면 한미일은 서로 동상이몽을 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사람 쳤어 어떡해 엄마"…강남 '8중 추돌' 통화 내용 보니
- '최민환에 양육권 소송' 율희, 변호사 만났다 "늦었지만 바로잡을 것"
- "719만원이던 월급이 66만원"…현대트랜시스 직원들의 고충
- 예측 귀재, 5일 0시반에 "해리스 50.015% 승리 확률" [美대선2024]
- 이주은표 '삐끼삐끼' 못보나…소속사 계약종료(영상)
- 중고 거래 플랫폼 이용하다 '깜짝'…세탁기에 비친 나체男
- 이윤진, 이범수와 이혼소송 중 '밤일' 루머…가짜뉴스 칼 뺐다
- 길 한복판서 '후'…옥주현, 흡연 연기 논란 시끌
- 조세호, 결혼식 하객 '재산순' 자리배치? "3일간 800명 하객 정리"
- 정준하 "카페 운영, 첫달 매출 2억…2년 만에 폐업"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