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징계 사태에 '지지율' 연연치 않겠다는 尹..파장 주시
이준석 사태 장기화 우려…지지율 하락 가속
총선 공천 두고 당내 권력투쟁 점화…지지율 반등 계기 고심
사상 초유의 여당 대표 징계 사태로 국민의힘 내분이 고조되면서 대통령실은 최대한 거리를 두며 파장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무 관련 언급은 부적절하다며 이번 사태와 선긋기에 나선 가운데 대통령실은 지지율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상 초유 당 대표 징계 파장…대통령실, '당무' 거리두기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지난 8일 이준석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내리면서 대통령실을 포함해 여권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일 출근길에서 "참 안타깝다"면서도 "대통령으로서 당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이 대표에 대한 윤리위 징계에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한 대통령 측근 인사들의 압력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읽힌다.
대통령실 관계자들 또한 이 대표 징계 사태와 관련해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며 윤 대통령과 비슷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9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윤리위 징계는 이 대표의 과거 개별 사건에 대한 판단"이라며 "경찰도 수사를 하고 있는 만큼 공정한 법적 절차를 거쳐 처리되는 것을 지켜볼 뿐"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선 과정에서 여당 대선후보였던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빈번하게 충돌했던 터라 현재 상태에서 자칫 말 한마디가 오해를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과정에서부터 시작해 선거대책위원회 구성과 사무총장 인선 등 주요 국면마다 이 대표와 충돌한 바 있다. 특히 무소속 신분의 거물급 후보였던 윤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며 국민의힘 입당을 성사시킨 권성동 원내대표, 장제원‧윤한홍 의원 등 윤핵관들과 이 대표의 신경전은 대선 기간 내내 지속됐다.
'이준석 징계' 현실화…당 지도부 개편 '시계제로'
대선 승리에 이어 6‧1 지방선거까지 승리를 거두면서 여권 내 갈등은 해소되는 듯 했지만, 이 대표가 혁신위원회 구성 카드를 꺼내면서 재차 불이 붙었다. 이 대표는 특히 대선 막판 윤 대통령과 후보 단일화 후 입당한 안철수 의원과 장제원 의원 등과는 SNS에서 공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 대표와 친윤(친윤석열)계 간 신경전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윤리위가 이 대표에게 중징계 결정을 내리면서 파장이 커졌다.
윤리위 징계 결과 나온 후 지난 8일 오전 10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국회를 방문해 권 원내대표와 약 10분 간 비공개 면담을 했다. 이 수석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 건 때문에 온 게 아니라 여러 의견을 전할 게 있어서 왔다"고 했고, 권 원내대표도 "특별할 것 없이 평소 걱정하는 얘기만 나눴다"고 답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대통령실과 원내 사령탑이 일단 현 사태를 수습하는 방안을 함께 논의 후 공감대를 형성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권 원내대표가 당헌‧당규에 따라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공식 선언하면서 임시 전당대회 개최 여부 등 향후 당 지도부 선출 방식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시기 및 방식에 따라 오는 2024년 총선 공천권이 좌우되는 만큼, 잠재적 당권주자들은 물론 대통령실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윤리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 대표의 궐위가 아니라 사고로 인한 직무대행 체제가 맞다"면서도 "임시 전당대회를 여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로 전국위원회에서 다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첫 30%대 기록, 하락세 가속화 우려…반전 카드 고심
문제는 지지율이다. 새 정부 초반부터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高) 현상 여파로 민생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여권 내 이전투구(泥田鬪狗)로 비춰지며 윤 대통령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8일 발표한 결과(지난 5~7일,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37%를 기록했다. 긍정 평가가 30%대로 떨어진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지난 4일 윤 대통령이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선거 때도 지지율은 별로 유념하지 않았다.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했지만 대통령실 내부 실무진들과는 다소 온도 차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8일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만 보고 간다는 것은 달라진 점이 없다"면서도 "지지율은 들여다보고 있고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선 과정에서도 '선수는 전광판을 보지 않는다'며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실제론 신경을 안 쓸 수 없다"며 "하락세에 가속도가 붙게 되면 나중에 돌이키기 힘들기 때문에 반전 카드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여러 이야기들을 잘 듣고 있다"며 "참모들 모두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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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정주 기자 sagamor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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