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왜] 뛰는 中돼지고기 가격..'영끌족' 식은땀

정용환 기자 2022. 7. 10.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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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장기화 국제곡물가 앙등
中 양돈 농가 "사료 가격 부담"
서둘러 돼지 처분→돈육가 폭등
4개월 만에 40%이상 비상 급등
韓 수입 돈육, 전체 소비의 42%
중국발 돈육 인플레에 취약 구조

돈육 수입가 오르면 물가 더 상승
13일 한은 금리 결정에 직접 영향
〈사진=바이두 백과 캡처〉
중국 인구가 세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쯤 됩니다. 2022년 유엔 통계 기준입니다. 그런데 경작지 비중은 8%에 불과합니다. 이마저도 지난 20여년 부동산 난개발로 도시 주변의 쓸만한 경작지는 아파트와 공장 단지로 덮여가고 있습니다.

경작지마다 생산성이 다르겠지만 8% 정도의 경작지로 18%의 인구를 부양해야 합니다. 구조적으로 식량난에 시달리는 나라라는 얘기입니다.

연례 행사인 가뭄과 홍수 피해는 또 어떻습니까. 대두나 옥수수를 파종해야 하는 봄에는 주요 산지인 중서부에 혹심한 가뭄이 덮칩니다. 연례 행사입니다. 여름에는 중남부 지역이 홍수 피해에 시달립니다. 가뜩이나 공급이 달리는 지경에 자연 재해라는 구조적 리스크까지 떠안아야 합니다. 이래저래 식량 생산이 어려운 나라입니다.

식량이 없으니 어쩌겠습니까? 세계 곡물 시장에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은 2011년 캐나다를 제치고 미국 농산물을 가장 많이 사가는 나라가 됐습니다. 특히 대두와 옥수수를 많이 사갑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실까요. 사료용으로 많이 쓰이는 옥수수의 수급 불균형을 잘 보여줍니다.
〈그래픽=S&P 캡처〉

이 옥수수, 중국에선 단연 돼지를 먹이는 사료로 쓰이는데 비중이 소나 닭하고는 비교가 안됩니다.
〈그래픽=GRO 인텔리전스 캡처〉

■ 중국 돼지 수 세계 37%
중국에서 사육되고 있는 돼지 개체 수는 약 3억1600만 마리(통계청, 2019년 기준)에 달합니다. 세계 돼지 개체 수 가운데 37%에 달합니다. 2016~17년만해도 세계의 절반을 차지했는데 계속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돼지 한 마리의 체중 1㎏을 불리기 위해서는 약 3~5㎏의 곡물(옥수수ㆍ대두)을 먹여야 합니다. 중국의 하루 돼지고기 소비량은 약 5만t. 다 자란 돼지 약 15만 마리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지만 이 정도는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다는 게 물가 당국의 판단입니다.

〈그래픽=GRO 인텔리전스 캡처〉
중국이 사료용 옥수수 수입에 적극 나서는 이유입니다. 돼지고기 가격 안정을 위해서죠. 중국이 움직이니 국제 곡물시장엔 충격파가 퍼집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의 옥수수 가격이 2009년 이후 급등세를 보인 데는 중국 요인이 컸습니다.
미국은 40년만의 고물가를 기록하고 우리도 6~7%선을 넘나들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공포가 퍼져 있습니다. 반면 중국은 어떨까요. 비교적 안정돼 있습니다.
〈그래픽=GRO 인텔리전스 캡처〉

■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 국제곡물가 폭등
중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1%. 중국 당국이 연초 목표로 정한 3% 아래에서 관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수입 의존도가 높은 곡물과 에너지 가격이 고공 비행하는 상황에서 안심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사진=연합뉴스〉

2019~2020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여파로 중국에선 돼지 수가 급감하면서 돼지고기 가격이 전년 대비 100% 이상 올랐습니다. 물가에 직격탄이 됐죠. 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 이상까지 치솟았고 며칠씩 톱뉴스가 되곤 했습니다. 중국 인민의 생계가 걸린 일이었으니까요.

5일 물가 관리 주무 부처인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의 행보가 눈에 띄었습니다. 발개위는 우리로 치면 예전 경제기획원쯤 되는 경제 컨트롤 타워라고 보면 됩니다. 아무튼 발개위는 돼지사육기업과 정육업체 등 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놓고 돼지고기를 일정대로 출하하고 유통업체는 재고를 쌓아선 안된다고 훈시했습니다.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자 시세 차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업체들이 출하를 늦추거나 재고를 늘리면서 유통 시점을 조절하고 있다고 합니다.

■ 돼지고기 가격 기대심리 상승
요즘 중국의 돼지고기 가격이 그야말로 초급등이긴 합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영향으로 출렁일 때를 제외하곤 대체로 kg당 20위안 이내에서 관리돼 오던 가격이 6월 이후 20위안선을 돌파했습니다.

1일 중국 돼지고기 도매 평균 가격이 kg당 24.55위안을 기록했습니다(중국 농업농촌부 통계). 직전 주보다 13% 가까이 급등한 겁니다. 저점이던 올해 3월 중순과 비교하면 4개월 만에 40% 넘게 뛰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입니다. 9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하루 만에 8%씩 상승하기도 했다는군요.

〈사진=연합뉴스〉
이런 이상 기류는 돼지고기 수급에 원인이 있습니다. 중국 전역에서 코로나 확산이 어느 정도 통제되면서 수요는 되살아났는데 공급이 줄어든 겁니다. 돼지열병도 없는데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국제곡물가격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 침공전이 당초 예상과 달리 언제 끝날지 모르는 예측 불가 국면에 빠지면서 인플레이션을 불렀고 옥수수ㆍ대두 가격이 급등하자 사료 비용 부담을 느낀 양돈 농가들이 서둘러 돼지를 처분했습니다. 몇 개월에 걸쳐 사육 개체 수가 줄어드니 출하-유통 단계에서 연쇄적으로 공급량에 영향을 끼쳤고 순차적으로 가격이 뛴 겁니다.

자연 재해도 한 몫 했습니다. 최근 중국 남부를 강타한 홍수로 인해 사육 농가들이 타격을 받으면서 돼지 출하가 늦어졌습니다. 가격 상승에 부채질을 한 거죠.

■ "중국산 돼지고기 안 먹는데 무슨 상관"
중국의 돼지고기 가격을 예민하게 보는 이유가 있습니다. 중국산 돼지고기를 안 먹는 데 무슨 상관이냐 할 때가 아닙니다. 전 세계 돼지고기 수입 가격은 중국의 양돈 사정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주로 미국과 독일에서 수입하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에서 돈육 수입이 늘어 국제 돼지고기 가격이 올라가면 그 파급이 전 세계 돼지고기 수입 시장에 미칩니다. 워낙 수입 물량이 많기 때문입니다. 중국발(發) '돈육 인플레이션'인 거죠.

한국의 2021년 돼지고기 수입량은 52만톤으로 전체 돼지고기 소비량의 42%에 달합니다. 돼지고기 위주의 식문화가 자리 잡은 중국에서 돼지고기 가격 대란이 일어나면 돌고 돌아 우리의 밥상 물가도 충격을 받습니다. 때문에 대륙의 삼겹살 가격 동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물가 동향도 녹록치 않습니다. 6월 국내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6.0% 상승이었습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를 기록한 건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입니다. 체감도가 큰 생활물가지수는 7.4%였습니다. 1998년 11월(10.4%)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돈육 농장. 〈사진=AP, 연합뉴스〉

■ '13일의 수요일', 한은 빅스텝 밟나
문제는 인플레이션 방어입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 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13일 열립니다. 관찰의 초점은 우리도 한국은행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인가 입니다. 금리를 올려 인플레는 잡을 수 있을지 몰라도 동전의 양면 같은 경기 침체의 역습도 방어해야 합니다. 가계 부채가 1900조원인데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0.25%포인트만 올리고 상황을 지켜보는 게 가장 부담이 적은 선택일 텐데요. 관건은 물가입니다. 물가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 경기침체보다 인플레가 한국은행의 금리 판단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0.5%포인트 인상인 거지요. 한은의 빅스텝은 우리 증시와 가계 부채에 직격탄이 될 겁니다. 아파트 영끌족은 식은땀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 돼지고기 가격은 이렇게 우리 생활 경제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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