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진주서 활약한 노응규 의병장 친필 상소문 확인

김상연 2022. 7. 1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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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병항쟁 전기(1894∼1896)에 국왕에게 상소문을 올린 것은 노응규 선생이 유일합니다."

이태룡 인천대 독립운동사연구소장은 10일 "진주 의병장 노응규 선생의 친필이 담긴 상소문 자료를 일본 아시아역사자료센터에서 처음 확인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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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 독립운동사연구소, 정한용 친필 격문도 발견
인천대 독립운동사연구소 이태룡 소장(왼쪽)과 강효숙 박사 [촬영 김상연]

(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의병항쟁 전기(1894∼1896)에 국왕에게 상소문을 올린 것은 노응규 선생이 유일합니다."

이태룡 인천대 독립운동사연구소장은 10일 "진주 의병장 노응규 선생의 친필이 담긴 상소문 자료를 일본 아시아역사자료센터에서 처음 확인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아시아역사자료센터는 일본 국립공문서관·외무성 외교사료관·방위성 방위연구소의 역사 자료를 디지털 판본으로 받아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있다.

이 소장과 강효숙 박사는 최근 센터 측이 공개한 조선 의병 관련 자료를 검토하던 중 노 의병장의 친필 상소문으로 추정되는 자료를 발견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노 의병장은 1896년 1월 경남 함양에서 의병을 일으킨 뒤 경남 지역에서 1만명이 넘는 병사를 이끌고 일제와 맞서 싸웠다.

그는 당시 고종에게 올린 상소문에서 "갑오경장(갑오개혁) 때 조정의 법도가 문란해 저들(일제)의 발꿈치를 불러들였고 갑자기 8월에는 국모가 시해당하는 괴변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는 섬나라 왜적과 앞서 두 차례의 능욕이 있어 하늘 밑에 같이 살 수 없는 원수지간"이라며 "전하께서는 이런 행위를 으레 있는 일처럼 도외시하시고 불문에 부치시겠냐"고 되물었다.

노 의병장은 또 명나라 마지막 황제를 예로 들며 "의종 황제는 청나라 병사에게 욕됨을 피하려고 15살 공주를 불러 왼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오른손으로 칼을 휘둘러서 목을 쳤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하의 형세가 그 당시와 같으므로 신하들을 불러 도성을 등지고 한판의 결전을 치르시어 전하께서는 국가를 위해 죽으시고 신들은 임금을 위해 죽으면 흉적의 욕을 받지 않고 나라는 망해도 대의는 살아있을 것"이라며 결의를 다졌다.

다만 노 의병장의 상소문은 진주에서 서울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일제 관헌에 빼앗겨 국왕에게 직접 전달되지 못했고, '고종실록'이나 '승정원일기' 등 사료에도 실리지 않았다.

실제로 '주한일본공사관기록'에 수록된 일제 문서에는 "진주 폭민 노응규의 상소문 등을 입수해 참고하시도록 사본 각 1통을 올립니다"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김해를 공격해 양곡의 일본 반출을 저지하는 등 활약을 펼친 노 의병장은 의병 활동을 계속하다가 1907년 2월 일제에 의해 감호소에 수감된 뒤 모든 식사를 거부하며 단식한 끝에 순국했다.

인천대 독립운동사연구소는 또 다른 진주 의병장인 정한용 선생이 의병 모집 당시 작성한 친필 격문도 아시아역사자료센터를 통해 새롭게 확인했다.

이들 상소문과 격문은 애초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에도 저장돼 있으나, 해당 자료는 일본영사관 용지에 기록원이 원본 내용을 옮겨 적은 것이라고 이 소장은 전했다.

이 소장은 "노응규 선생의 유고집 '신암유고'에 담긴 친필 등을 대조한 결과 아시아역사자료센터가 공개한 자료들은 원본에서 추출한 것이 맞다"며 "이는 친필 상소문과 격문이 처음 입증된 사례로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응규 선생의 상소문은 고종실록 등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아 과격한 표현 탓에 보류됐을 것으로 추정했는데 실제로는 일제의 방해가 있던 것"이라며 "친필 상소문 자료를 기존 유고집에 첨부해 완성본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태룡 소장(오른쪽)과 강효숙 박사 [촬영 김상연]

goodlu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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