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유행] "고위험군 4차접종 늘리고 개량백신 하루빨리 확보"

최인영 2022. 7. 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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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진단.."확진자 10만명까지 늘기 전에 유행 최소화해야"
"검사소 다시 늘리는 등 즉시 대처 필요"..거리두기 강화엔 부정적
"중증예방 위해 접종 여전히 중요..겨울 유행까지 잘 넘겨야"
코로나19 재확산 국면, 다시 붐비는 선별진료소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조민정 서혜림 기자 =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연일 1주 단위로 '더블링'(2배로 증가) 추이를 보이는 가운데 의료계 전문가들은 이미 국내에서 '6차 유행'이 시작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재유행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다시 확산 국면으로 전환됐다"고 진단하며 오는 13일 방역의료 대응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60세 이상 등 고위험군 대상 4차접종 확대와 치료제 추가 확보, 의료대응체계 정비 등 정책을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6차 유행 시작" 면역 감소하는 시기에 BA.5 확산

김탁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0일 연합뉴스에 "해외에서 BA.5가 재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며 "시기적으로 이미 재유행의 초입에 들어갔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하위변위인 BA.5는 전파력이 BA.2보다 전파력이 35.1%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BA.5는 면역회피 능력도 강해 이미 코로나19에 걸렸던 사람이나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도 이 바이러스로 다시 감염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김 교수는 "바이러스의 면역회피성이 커도 사람들의 면역력이 강하면 피할 수 있는데, 현재 감염·접종의 면역 효과가 떨어지는 시기와 겹쳐 있다"며 BA.5가 재유행을 주도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BA.5 주도로 6차 유행이 시작했다며 "지금은 정부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할 때가 아니라 검사를 늘리는 등 행동에 나서야 할 때"고 지적했다.

이어 "하루 2만명 가까운 확진자가 나오는데, 검사를 안 받는 사람이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2∼3배 많을 것"이라며 "적절한 방역 조치가 없으면 확진자 수가 10만명은 쉽게 넘고, 20만·30만명까지도 갈 수 있다"며 경고했다.

정기석 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재유행 양상을 2가지 시나리오로 예측할 수 있다면서 "10만명이든 20만명이든 어느 정도로 유행하다가 가라앉은 뒤 겨울에 다시 유행할 수 있고, 지금부터 조금씩 계속 올라가서 멈춘 뒤 폭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여름 유행은 적당한 선에서 멈추도록 해야 한다"며 "10만명까지 규모가 커지기 전에 경각심을 더 고취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항서 코로나19 검사 기다리는 사람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4차접종, 전국민 대상은 '글쎄'…"고위험군 접종률 올려야"

방역당국은 방역 상황 변화에 따라 현재 고령층과 면역저하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4차접종을 확대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 4차접종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고위험군의 4차접종을 끌어 올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7일 기준 60세 이상 4차접종률은 31.4%에 머무르고 있다. 전체 인구 대비 4차접종률은 8.7%다. 그러나 위중증 환자의 83%, 사망자의 85%가 60세 이상에 집중돼 있어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

국가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회 위원장인 정기석 교수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BA.5 예방에 효과가 있는 개량 백신이 아직 없는 상황에서 지금 가진 백신으로 국민 전체가 추가 접종하는 것은 효율이 떨어져 권고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모든 국민을 위한 개량 백신을 확보할 수 있도록 외교·정치적으로 모든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인 김남중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는 "BA.5에 대한 백신의 효력은 기존 오미크론보다 더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백신의 효과가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백신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남중 교수는 특히 고위험군 대상 백신 접종이 중요하다며 방역당국도 젊은 층으로 4차접종을 확대하지 않는 방향으로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김탁 교수는 "추가접종은 감염예방보다 중증예방을 보고 하는 것"이라며 "백신의 감염예방효과는 3개월, 중증예방효과는 6개월 지속되는 것으로 나오는 만큼 고위험군은 마지막 접종 또는 감염 후 6개월이 지나면 추가접종을 적극 권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은 감염 차단보다는 피해 최소화에 집중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에 고위험군의 접종률을 최대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며 "언제 나올지 모르는 개량 백신을 기다리다가는 유행이 다 지나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재확산... 다시 분주해진 선별진료소 [연합뉴스 자료사진]

"거리두기 효과 없어…잘 넘기면 내년 실내서 마스크 벗을 수도"

전문가들은 재유행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방식의 방역 조치는 효과가 떨어진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탁 교수는 "지난 2년간 했던 거리두기는 접종·대응에 필요한 시간을 버는 조치였는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면역회피성이 있는 바이러스라고 해도, 사람들의 면역력이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는 의료대응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 정부는 서둘러 지침을 발표해야 한다"며 "재감염을 피하려면 국민 개개인도 방역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교수는 "경제도 안 좋아서 거리두기는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며 "줄어든 선별진료소를 확대 설치하고, 신속한 진단검사와 격리로 확장을 막아야 한다. 그래야 의료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잇따른 사퇴로 인한 방역 컨트롤타워 공백을 우려하며 "장관 대신 지휘할 사람을 위임하고, 구체적인 근거에 바탕을 두고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기석 교수는 "이제 코로나19는 피할 수 없다. 독감처럼 걸릴 사람은 걸리는 것"이라며 "중환자가 발생하지 않게 관리하면서 환자가 발생하면 잘 치료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치료제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탄탄히 준비해놓고 기다려서 이번 겨울만 잘 넘기면 내년에는 실내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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