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文정부 인사 사퇴압박..법적 문제 없나요[궁즉답]

한광범 2022. 7. 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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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인사 대신 여당 주축..사퇴압박 총공세
판례고려시 인사 관련자 개입시에만 유죄 가능
법조계 "판례는 인사보장..월권적 행위 부적절"

이데일리는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분야의 질문을 담당기자들이 상세하게 답변드리는 ‘궁금하세요? 즉시 답해드립니다(궁즉답)’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Q. 검찰이 문재인정부의 공공기관장 사퇴 압박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윤석열정부 인사들이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에 대한 사퇴 압박에 나서고 있습니다. 또 다른 ‘블랙리스트’가 되는 건가요?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현재 서울동부지검은 문재인정부의 공공기관 관련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문재인정부 출범 초기 이전 박근혜정부에서 임명된 산하기관장 등에 대해 사퇴를 압박했다는 의혹입니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고, 향후엔 다른 정부부처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검찰이 블랙리스트 수사에 자신 있게 나서는 배경은 대법원에서 이미 관련 판례가 확립돼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인 주진우 당시 부장검사가 주축이 된 서울동부지검은 2018년 12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고발로 환경부 블랙리스트에 대한 수사에 착수해, 이듬해 4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대통령실 균형인사비서관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환경부 블랙리스트 기소 당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상당했습니다. 관행처럼 이어져 온 이전 정부 임명 공공기관장에 대한 사퇴 요구를, 형사적으로 처벌할 수 있겠느냐는 반문이었습니다. 당시 청와대와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 역시 “관행일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 같은 안일한 시각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2월 산하기관장 및 임원에 대한 사퇴 압박을 주도한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하며 법정구속했고, 신 전 비서관에 대해서도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의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대법 “전정권 공공기관장 사퇴요구, 불법적 관행”

판결문에는 “이전 정부에서 정권이 바뀌었을 때 일부 기관장이 사표를 제출하기도 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이 같은 관행은 찾아볼 수 없다. 설령 이전 정부에서 관행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명백히 법령에 위반되고 그 폐해도 심해 타파돼야 할 불법 관행일 뿐”이라는 판단이 담겼습니다. 김 전 장관은 2심에서 징역 2년으로 감형돼 대법원에서 확정됐지만 법원의 시각은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이 같은 판례 때문에 검찰은 문재인정부 블랙리스트 수사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 법조계에서도 검찰의 문재인정부 관련 수사의 핵심이 공공기관장 사퇴압박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윤석열정부 인사들 중에선 문재인정부 임명 인사들에 대한 자진사퇴 압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3월 대선 직후부터 따져보면 김오수 전 검찰총장을 시작으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등이 사퇴 압박을 받는 상황입니다.

홍장표 KDI 원장. 홍 원장은 문재인정부 첫 경제수석 출신으로 지난해 5월 KDI에 부임했다. (사진=이데일리DB)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평가받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4일 문재인정부 임명 인사들에 대해 “단순히 생계수단·자리 보전 수단으로 그 자리에 있는 것 자체가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 본다”며 사퇴를 압박했습니다.

사퇴 압박으로 전정부 인사들이 수사선상에 오른 상황에서 이 같은 사퇴 압박의 자신감은 무엇일까요. 이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이하 직권남용죄)의 법리와 관련이 있습니다. 직권남용죄는 기본적으로 ‘직무상의 권한’이 있다는 전제가 성립이 될 때 성립이 됩니다.

죄 안된다고 사퇴압박?…“새 정부 철학 맞나”

다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주된 혐의 역시 ‘직권남용죄’였습니다. 김 전 장관의 혐의를 자세히 풀어보면 ‘환경부 산하기관장에 대한 인사권을 가진 김 전 장관이, 박근혜정부 임명 산하기관장을 내쫓기 위해 환경부 공무원들로 하여금 산하기관장들에게 사표를 내도록 하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방법으로 정당한 권리행사를 방해했다’는 내용입니다.

권 원내대표의 경우 공공기관장 인사에 대해 애초 ‘직무상의 권한’이 없는 만큼 직권남용죄가 성립될 수 없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윤석열정부 인사들의 사퇴 압박이 직권남용죄가 성립되기 위해선 결국 인사권을 가졌거나, 인사권 행사에 관여하는 정부 인사의 구체적 개입이 드러나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문재인정부 임명 공공기관장에 대한 사퇴 압박 전면에 윤석열 대통령이나 대통령실 관계자들 대신, 인사권과 무관한 여당 관계자들이 나서는 것도 이 같은 법리를 고려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유무죄를 가르는 평가일 뿐입니다. 법원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일관되게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을 언급하며 공공기관에 대한 투명한 인사와 경영을 강조했습니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여권이 이처럼 판결의 취지를 무시하고, 단순히 죄가 되지 않는다고 이전 정부 임명 공공기관장에게 사퇴를 압박하는 것은 집권세력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고 꼬집었습니다.

“공무원들에게 적용되는 직권남용죄의 법리는 기본적으로 ‘권한을 뛰어넘는 나쁜 행위’에 대해선 처벌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죄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월권적 행위를 반복하는 것이 ‘내로남불’을 타파하겠다는 새 정부의 철학과 일치하는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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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범 (toto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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