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집값 폭등, "낄끼빠빠 모르고 시장 무시한 결과"

차학봉 부동산전문기자 2022. 7. 10.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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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학봉 기자의 부동산 봉다방>
윤석열 캠프 주택정책 공약 설계 김경환 서강대 교수 정년 퇴임 인터뷰
"시장 무시한 정책은 효과 없고, 국민 피곤, 정부 불신 심화"
"주택정책 목표는 주거 수준 향상, 수요 있는 곳에 공급해야"
"정부와 국민, 장기간 걸리는 공급보다 단기 효과 규제 선호"
"과열 우려, 재건축 미루면 주택문제 영원히 해결 못해"
"주택 정책의 정치화, 포퓰리즘 넘으려면 과학적 검증 필요"

국토교통부 차관을 역임하고 윤석열 캠프에서 주택정책 공약을 설계한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가 8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최근 서강대에서 ‘도시와 경제, 삶의 질’이라는 주제로 고별 공개강연을 했다. 김 교수는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주택 전문가이다. 본지는 김 교수를 만나 젊은이들을 절망시키고 사회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는 주택 문제에 대해 물었다. 그의 해법은 예상 밖이었다. “정부에도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다)의 자세가 필요하다.” 시장을 무시한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파괴적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집값과의 전쟁을 선포했던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이 사상 유례 없이 폭등한 것은 정부가 해서는 안되는 무리한 규제, 할 수 없는 정책 목표를 내세운 탓이라고 김 교수는 분석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양도세 중과세 정책이 임대료 전가, 저가 주택 매물 품귀현상을 초래해 결과적으로 서민이 최대 피해자가 됐다.김 교수는 “정치인과 관료가 입법이나 정책을 추진하기 전에 자신이라면 어떻게 행동할까 고민했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주택 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주거 수준의 향상”이라며 “시장을 역행하는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 붙이면 정책 효과도 없고 국민은 피곤하고 정부 불신만 누적된다”고 말했다.

서강대를 정년 퇴임하는 김경환 전 국토부 차관. 윤석열 캠프에서 새정부의 주택정책을 설계했다. /김경환 교수 제공

김 교수는 1980년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은행을 거쳐 프린스턴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UNCHS(UN Habitat) 재정자문관, 건설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 아시아 부동산학회 회장, 한국주택학회 회장, 국토연구원장 등 다양한 대외활동을 통해 시장주의 주택정책을 전파해왔다. 윤석열 캠프에서 ‘5년간 전국 250만 호 이상 공급’, ‘청년 원가 주택 30만 호, 역세권 첫집 주택 20만 호 공급’, ‘종부세 개편과 보유세 부담 완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적 배제’ 등 새 정부의 주택정책 공약 설계를 총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정년 퇴임을 한다. 학자로서의 보람은?

“나는 경제학자다. 경제학자의 역할은 과학자(연구자)와 정책 조언자 두 가지라고 한다. 연구자로서 전공 분야인 주택, 토지, 도시에 관한 다양한 주제의 연구결과를 국내 국제 학술지와 저서로 출간했다. 도시경제학과 부동산경제학 교과서도 집필했고, 최근에는 전 국민에게 개방되는 온라인 강좌인 K-MOOC에 ‘도시경제’를 개설해서 호평을 받았다. 가장 많이 팔리는 경제학원론(맨큐의 경제학원론) 번역을 통해 학생들과 일반인들이 경제학을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는 얘기를 듣는다. 무엇보다 34년 동안 학교에 있으면서 많은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 정책조언자 또는 행정가로서는 주택, 토지, 도시 분야에 시장 친화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평범한 논리를 부각시키는데 조금은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보람과 감사가 넘치는 시간들을 보냈다.”

- 정부 주택정책의 목표는 무엇이어야 한다고 보는가?

“주택 정책의 목표는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국민들의 평균적인 주거수준 향상이 가능한 여건을 조성하고 지원하는 일이다. 또 하나는 주거취약 계층의 주거안정과 주거복지를 확충하는 일이다. 여기에 국가적 과제인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청년과 신혼부부 등 미래세대의 주거안정과 자산형성을 지원하는 것도 추가적인 목표로 볼 수 있겠다. 물론 이러한 목표들을 달성하려면 집값 안정이 중요하다.”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금리 등 주택시장 외부 변수들도 집값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주택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집값을 결정한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소득이 늘면 질 좋은 주거를 찾는 수요가 늘어난다. 수요에 부응하는 공급이 이루어지면 가격도 자연스럽게 안정되고 주거수준도 향상된다.

주택공급은 얼마나 공급하는가보다 국민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주택이 지어지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과거 너무 공급 목표에 집착해서 수요가 없는 지역에 무작정 주택을 짓다가 빈집이 남아도는 사례도 있었다. 수요를 억제하면 주택 가격이 안정되더라도 주거 수준의 향상을 보장할 수 없다. 다른 나라들도 주택의 부담가능성(housing affordability)을 높이는 것은 중요한 정책 목표로 삼지만, 우리나라처럼 집값, 그것도 특정 지역의 집값 안정에 집착하는 나라가 또 있는지 모르겠다.”

◇다주택자의 역할 인정하고 공공기여 활용방안 찾아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집값이 오르 내릴 때마다 주택 정책이 바뀌었다.

“역대 정부의 주택정책은 집값 등락과 주택경기 부침에 따라 온탕·냉탕을 반복했다. 돌이켜보면 규제가 도입, 강화된 시기는 집값이 많이 오른 시기였고 규제가 완화, 폐지된 시기는 경제위기나 주택시장 침체기였다. 경우에 따라 정부가 금융을 통해 주택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어느 정도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할 세제와 공급 관련 제도까지 너무 자주 바꾸었다. 일관된 정책 틀에 대한 신뢰와 합의보다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는 대책을 앞세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한국사회에서 다주택자 문제는 뜨거운 감자이다. 다주택자의 주택투기가 주택시장 과열의 원인이기 때문에 원천봉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다주택자들에 대한 중과세가 시작된 것은 집값이 폭등한 참여정부에서였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 일부지역의 집값 불안의 근원으로 다주택자들을 지목했다. 다주택자들의 투기를 막겠다며 양도소득세를 중과했지만, 매물이 많이 나오지 않자 다시 정부는 보유세도 중과세 했다. 그러자 다주택자들이 증여를 선택하고 ‘똘똘한 한 채’ 라는 시장 왜곡현상이 발생했다. 또한 주거용 오피스텔을 업무용으로, 상가주택을 점포로 바꾸는 등으로 저가 주택이 줄어들고 전월세 가격이 급등했다. 결국 집값 안정에도 실패했고 저가 주택 세입자들이 피해를 봤다. 당시 정부 정책의 의도는 선했을지 모르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정책은 의도가 중요한 것이 아나라 결과로 말한다.

입법을 하는 국회의원이나 공무원들이 그 정책이 나왔을 때 자신이라면 어떻게 행동할까를 한번 고민해봐야 한다. 사람들은 각자 제 살 궁리를 한다. 다주택자 규제 정책과 임대차 3법을 밀어붙였던 일부 정치인과 관료들도 정책과 정반대로 행동하지 않았나. 자신이 하지 않을 일을 남에게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

-시장 친화적 주택정책이 결과적으로 다주택자를 옹호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가치판단을 떠나 대부분의 나라들은 주택시장에서 다주택자의 역할을 인정하고 있다. 많은 선진국들의 자가 보유율은 60~70% 수준이고 모든 국민이 1가구 1주택자인 나라는 없다. 어느 나라에나 저소득층과 대학생 등 내집 마련이 불가능하거나 당장 집을 살 의사가 없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위한 임대주택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정부가 무한정 공공임대 주택을 공급할 수는 없으므로 민간이 임대주택의 대부분을 책임질 수 밖에 없다. 이런 현실을 인정해서 미국, 영국, 독일 등은 임대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 다주택자들을 활용한다. 다주택자들을 임대사업자로 인정하고 임대사업 소득을 과세하지만, 수선 유지비등은 비용처리를 해주고 보유세와 양도세를 경감해 준다. 대신 임대료 인상 제한, 임대기간 등의 의무를 부여한다. 다주택자들에게 공공의 역할을 일부 담당하게 하는 것이다. 다주택자와 세입자들이 모두 혜택을 보는 일종의 시장 친화적인 윈윈 전략이다.

윤석열 캠프에서 주택정책 설계를 총괄했던 김경환 서강대 교수가 최근 서강대에서 퇴임기념고별 강의를 했다. /김경환 교수 제공

◇정부 단기효과에 집착, 규제 정책 선호

-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개업이 부작용을 초래한 사례가 많았다. 정부가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정부도 ‘낄끼빠빠’의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가 해야할 일, 잘할 수 있는 일은 제대로 확실하게 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할 일, 할 수 없는 일, 시장을 역행하는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 붙이면 정책 효과도 없고 국민도 피곤하고 정부 불신만 누적된다.

특정 지역의 집값을 잡으려하거나 투기를 막기 위해 단기간에 세금을 급격히 인상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런 정책은 일시적인 효과 밖에 없고 부작용이 더 많다. 집을 사지도, 갖고 있기도, 팔기도 어렵게 만드는 건 많은 국민들을 괴롭게 만들 뿐이다. 집값 안정을 위해 더 좋은 집에 사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정책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반면에 저소득층과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거복지 정책은 정부의 책무이다. 또한 저출산으로 인해 국가소멸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청년층이 집문제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이들을 위한 주거 대안을 제공해야 한다. 국민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규제, 안정적인 주택공급을 위한 택지개발, 토지이용과 건축 관련 규제의 합리화 등도 반드시 필요하다.

한편 임대차보호법처럼 일부 국민들에게 득이 되고 일부에게는 해가 될 수 있는 정책의 경우 수혜를 보는 계층이 사회적 약자인지 확인해야 한다. "

-주택정책을 크게 구분하면 수요 억제와 공급확대, 두가지 축이 있다. 각각 정책의 장단점은?

“금융, 세제, 거래 규제 등 수요억제 정책은 신속한 집행이 가능하다. 세제는 법률 개정이 필요해서 시간이 좀더 걸린다. 그러나 수요억제 정책은 가격 안정에 기여한다 해도 주택의 생산과 소비의 축소를 가져온다. 반면에 공급확대 정책은 시간이 걸리지만 가격 안정과 함께 주거수준의 향상을 가능케 한다. 주택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를 국민들이 보다 나은 집에 살 수 있도록 하는데 둔다면 공급정책이 더 바람직하다.

그런데 정책에도 시장 원리가 작용한다. 수요자는 국민들이고 공급자는 정부이다. 수요억제는 공급자 입장에서 비용이 작게 들고 수요자들의 호응은 높은 정책이다. 특히 소수의 국민에게만 적용되는 중과세 정책은 정치적 수용 가능성이 높다.

반면 공급확대 정책은 공급자 입장에서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지만 수요자들이 효과를 확신하지 못한다. 따라서 공급확대 정책, 특히 규제완화를 동반하는 공급 정책은 채택되기가 쉽지 않다. ‘주택공급은 충분하고, 부동산 대란의 원인은 다주택자’라던 김현미 전장관이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고 말했다. 아파트는 빵을 만드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많은 시간이 걸린다. 아파트 하나 짓는데도 2~3년, 신도시는 최소 7년 이상이 걸린다. 그래서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서는 아파트를 제조하는 컨베이어벨트를 계속 돌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재건축 단기 과열 우려 미루면 기존 신축 주택가격만 올라

-현 정부는 재건축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집값을 끌어 올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재건축·재개발을 억제한 결과 서울의 신규 아파트 공급이 부족해졌고 가격이 크게 올랐다.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수요가 많은 곳에 공급을 늘려야 한다. 재개발 재건축을 하지 않고 서울, 혹은 대도시에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그린벨트를 활용하는 것이다. 그린벨트는 재건축 재개발보다 더 논란이 많다.

재건축, 재개발을 활성화하면 단기적으로 집값이 오를 수 있다. 도로가 너무 막혀 지하철이 근본적인 해결책이지만, 막상 지하철 공사를 시작하면 길이 더 막히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공사 기간 동안 길이 많이 막힌다고 아예 지하철을 건설하지 말아야 할지 아니면 그 불편을 최소화하고 국민들을 설득해서 공사를 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재건축 재개발도 마찬가지이다. 단기적으로 집값을 올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양질의 주택 공급확대로 이어져 집값 안정과 주거수준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반면에 재개발 재건축을 억제하면 기존 신축주택의 가격만 오를 것이다. 어떤 정책이 사회적으로 더 바람직할까?.”

-바람직한 부동산 세제개편 방향

“지난 정부에서 부동산 세제가 집값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동원되면서 세법이 누더기가 됐다. 부동산 세제 전반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정치 지형상 법률 개정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단편적인 처방으로는 불충분하다. 구입, 보유, 처분 전 단계의 세제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세금 부담 수준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고. 조세원리에 부합되는 개편안을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보유 주택 수가 더 많다고 해서 보유 재산의 가치가 더 많은 사람보다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현행 종부세는 조세의 수평적, 수직적 공평성에 위배된다.

◇임대차 3법, 베를린도 신규 주택은 규제 안해

-임대주택 3법 관련 논란이 많다. 외국이 한국보다 세입자 보호 장치를 더 강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임대주택의 수급에 문제가 없으면 임대료가 과도하게 오르지 않을 것이므로 규제할 필요가 없다. 반면에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면 임대료 규제를 통해 모든 세입자를 보호할 수 없다. 규제로 혜택을 보는 임차인들의 주거안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아예 집을 구하지 못하는 세입자들은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한 보호를 받는 세입자들이 반드시 주거약자라는 보장도 없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임대료 규제에 반대하는 이유다.

우리나라처럼 모든 주택과 모든 세입자들에게 획일적인 임대료 규제를 적용하는 외국 사례는 찾기 어렵다. 신규 주택까지 임대료 통제를 하면 주택공급이 크게 위축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가 벤치마킹하려 주목했던 독일 베를린의 임대료 통제도 2014년 이전에 지은 주택에만 적용되었다.

-일반 국민은 물론 학자들도 개인의 이념이나 철학에 따라 주택관련 팩트를 정반대로 해석하기도 한다.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이 하나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정책 논쟁은 데이터와, 증거를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정책에 관한 이론과 분석의 방법론에 학술적 엄격함이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충분한 근거 없이 강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단편적인 해외 사례를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많은 국민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주택정책의 정치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실제로 임대차보호법, 공시가격 현실화 등에 대한 여론은 지지정당에 따라 확연히 다르다. 포퓰리즘을 넘어서 상반된 주장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임대주택 정책을 놓고 좌우간 대립적이다. 바람직한 임대주택정책은?

“임대주택이 필요하다는데는 모두가 동의한다. 문제는 누가 공급할 것인가이다.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은 전체 주택 재고의 8%에 달한다. 우리가 오랜 동안 목표로 삼았던 OECD 평균수준이다. 앞으로 공공임대주택을 얼마나 더 지을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기존 공공임대주택의 품질을 높이는 것도 과제다. 이와 함꼐 전국민의 30% 정도가 살고 있는 민간임대주택에 대한 정책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 지난 정부에서 역할이 대폭 축소된 중산층을 위한 뉴스테이를 복원하고 아파트 등록임대사업 제도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적절한 규제와 함께 지원책의 패키지 정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대응으로 금리를 올리고 있다. 결국 금융위기와 부동산가격 붕괴등 리먼쇼크의 재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 대출기관의 대출 기준이 강화되었다. 최근 미국 집값 상승의 원인은 저금리도 있지만 코로나로 인한 교외와 넓은 주택 수요 증가, 공급사슬 붕괴로 인한 신축 비용 상승도 있었다. 모기지 대출 금리 상승 등으로 집값이 진정되고 지역에 따라 상당 폭 하락할 수도 있겠지만 전반적인 집값 폭락을 전망하는 전문가들은 아직 많지 않다.”

-서울과 지방의 지역격차 해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오래된 숙제고 중요한 과제다. 지역 격차의 핵심은 일자리다. 수도권에 청년들이 계속 유입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양질의 일자리다. 좋은 일자리는 민간이 만든다.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지방에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정부가 지방 인프라 확충에 노력해야 한다. 비수도권광역도시들을 연결하는 ‘메가 시티’ 형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지역에 젊은이들이 좋아할 수 있는 문화 인프라 조성에도 노력해야 한다.”

조선일보가 주최한 ‘2016 대한민국 부동산 트렌드쇼’행사장 내 국토·교통 7대 신산업 부스에서 김경환 당시 국토교통부 1차관이 자율주행차 운전석 모형에 앉아 있다. 최근 서강대를 정년퇴임한 김 교수는 국토부 차관으로 보람있었던 일로,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자율주행차 등 국토교통 7대 신산업 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완중 기자

-국토부 차관도 역임했다. 당시 관료 생활중 가장 보람이었던 일은?

“당시 집값이 안정돼 체면치례는 했다. 무엇보다도 보람있었던 것은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국토교통 7대 신산업 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스마트시티, 자율자동차, 드론, 공간정보, 리츠, 제로에너지 빌딩, 해수담수화 등이다. 또 리츠 제도개선과 부동산 서비스산업 진흥법 입법을 추진하고 ‘부동산 산업의 날’을 제정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이러한 노력이 관심은 높지만 산업으로서의 경쟁력이 취약하고 투명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아온 부동산을 현대적 서비스산업으로 업그레이드하는데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 국제부동산 투명성지수 순위가 2014년의 43위에서 2016년 40위, 2018년에는 31위로 향상되었다. 스마트도시를 신도시뿐 아니라 기존 도시들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제정했던 ‘U시티법’을 ‘스마트도시법’으로 개편한 것 또한 보람이었다. .

1994년부터 UN 정주기구 (UNCHS) 재정자문관으로 있으면서 1996년 유엔 해비타트의 총회 준비에 참여했는데 당시에는 우리나라의 관심과 역량이 부족해서 아쉬웠다. 그런데 20년 후 국토부 차관으로 한국대표단을 이끌고 2016년 해비타트 총회에 참여했고, 총회 결과물인 ‘새로운 도시 어젠더’에 ‘스마트 도시’를 포함시켰다. 뿌듯한 기억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미뤄놓은 ‘도시경제학’ 개정과 우리나라 도시화와 도시문제를 정리하는 영문 저술을 계획하고 있다. 기회가 되는 대로 우리나라의 발전과 정책경험을 해외에 공유하는 국제활동도 해 보고 싶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내게 맡겨진 일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여가와 취미활동도 즐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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