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다 매장 직원 말에 서둘러 샀는데..바보 된 기분" [안혜원의 명품의세계]
프라다 '바이커백' 가격 인상→인하→인상
널뛰기 가격 조정에 소비자들 "바보된 기분"
일방적 가격정책 '명품이 갑'.. 공지·사과 없어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의 ‘제멋대로 가격’이 입방아에 올랐습니다. 프라다는 이달 초 대부분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그러더니 이내 일부 제품의 값을 슬그머니 내렸습니다. 며칠 만에 가격이 올랐다 내렸다 하는 가격 널뛰기에 소비자들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프라다는 지난 1일 일부 제품 가격을 5~10% 인상했습니다. 올해 들어 벌써 네 번째입니다. 336만원이던 ‘클레오 브러시드 가죽 숄더백’은 360만원으로 24만원(7.1%) 올랐습니다. 이 가방의 미니 사이즈는 기존 319만원에서 335만원으로 16만원(5%) 가량 가격이 조정됐습니다. ‘파니에 사피아노 가죽 스몰백’은 기존 345만원에서 360만원으로 25만원(4.3%) 오르는 등 대다수 인기제품 가격이 인상됐습니다.
다만 일부 제품 가격은 올렸다가 다시 내리는 등 며칠새 가격이 요동쳤습니다. ‘바이커백’이라 불리는 ‘리나일론 및 사피아노 가죽 숄더백은 미디움 사이즈는 237만원으로 인상됐다가 직전 가격인 221만원으로 다시 인하됐습니다. ’테수토 호보백‘으로 불리는 ’프라다 리에디션 사피아노 가죽 트리밍 리나일론 숄더백‘도 224만원으로 올랐지만 216만원으로 조정됐습니다.
소비자들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더구나 프라다 측에서는 인상 며칠 전부터 매장을 찾은 고객에게 가격 조정 소식을 알리며 구매를 부추기거나 선결제를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내용이 온라인 명품 커뮤니티에 올라오면서 지난달 제품을 구매한 고객이 많습니다.
6월 말 버킷햇과 바이커백 등 몇몇 프라다 제품을 구매한 박모 씨(38)는 “매장 직원이 1일자로 버킷햇과 바이커백 등이 기존 가격보다 각각 8만원과 16만원씩 오른다길래 몇몇 제품을 구입하고 재고가 없는 상품은 선결제까지 했다”면서 “그런데 내가 미리 구매한 제품들을 인상했다가 하루이틀 만에 다시 가격을 내렸더라. 바보가 된 기분”이라고 말했습니다.
프라다 제품을 자주 구매하던 윤모 씨(30)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윤 씨는 매장 측에서 인상 예정이란 소식을 듣고 바이커백을 결제했습니다. 그는 “인상 전에 오른다는 소문이 돌면서 미리 제품을 사러 온 고객이 많았다. 매장 측에서도 인상이 확실하다며 얼른 사야 한다고 해 제품을 구매하고 주변 지인들에게도 소식을 알려 구매한 사람도 있다”며 “그런데 가격을 다시 낮춰 조정하다니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한 행동으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프라다 측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여기는 분위기입니다. 며칠새 가격이 두 번이나 바뀌었지만 별도 공지나 고객 안내는 없었습니다.
인상 소식을 듣고 선결제한 고객이나 잠깐 가격이 오른 사이 제품을 구매한 고객은 손해를 보지 않느냐는 지적에는 “가격 인상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을 뿐”이라는 답변을 해 왔습니다. 인기 제품들은 재고가 거의 없어 그 사이 실제 구매한 고객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입니다.
소비자들이 피해를 주장하거나 항의를 한다고 해도 판매 취소를 하면 그만입니다. 프라다 약관에는 ‘경우에 따라 오류(오타나 유사한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제품 가격이 잘못 매겨질 수 있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입니다. 약관상으로는 가격이 달라져도 프라다가 기존 주문을 취소하면 그만입니다.
소비자에겐 대단히 불합리하지만 명품업계에선 이같은 일이 반복돼 왔습니다. 지난해에도 프랑스 명품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운영하는 펜디는 바게트 가죽백 가격을 335만원에서 398만원으로 18.8%(63만원)나 급격히 올렸다가 넉달 만에 375만원으로 슬그머니 내린 사례가 있었습니다. 크리스찬 디올도 '트왈드주이 북토트 라지' 등 인기 상품의 가격을 400만원으로 인상했다가 직후 390만원으로 다시 인하했습니다.
명품업체들이 일방적 가격정책을 고수하면서 나타나는 일들입니다. 판매가격을 정하는 원칙이 오락가락하는 데다 소비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습니다. 값이 하루 사이에 널뛰기를 해도 배경을 설명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가격 조정이 있어도 예고 없이 기습 통고만 되풀이하니 자주 매장을 찾지 않으면 가격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단 가격을 크게 올린 후 판매량이 떨어지거나 소비자들 사이에서 부정적 기류가 감지되면 슬그머니 값을 내리고 다시 반응을 살피는 식입니다. 명품 업체들이 갑(甲)이 되니 가능한 행태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명품 브랜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을 책정할 때 공급가의 2.5~3배 정도로 매기는 식의 원칙이 있다”며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워낙 판매가 잘 이뤄지니 기본적인 원칙을 따르기보다는 일단 얼마까지 비싸게 제품을 내놔도 팔릴 수 있는가를 고려한다”고 전했습니다. 소비자를 의식하지 않고 얼마든지 가격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게 당연시되는 분위기라는 겁니다.
이같이 명품 브랜드의 소비자 우롱이 도를 넘었다는 반응이 나오지만 명품 수요는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명품 오픈런(판매 시작하자마자 달려가 물건을 사는 것)이 일상화되면서 가격 조정 카드는 되레 판매량을 늘릴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됩니다. “명품은 오늘이 제일 싸다”는 사고방식이 고착화된 것입니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이른바 ‘플렉스’ 문화가 번지면서 다양한 연령대에서 명품 매출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삼정KPMG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약 30% 증가한 58억달러(약 7조3000억원)에 이릅니다. 같은 기간 글로벌 시장이 13.5% 증가한 데 비해 상승폭이 두배 이상 컸습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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