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자의 동행]돈 벌어서 생명 살리는 '고양이역 카페'를 가다
(인천=뉴스1) 최서윤 기자 = '정당하게 돈 벌어서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곳.'
인천 옹진군 영흥면에 위치한 '고양이역 카페'는 이같이 한마디로 정의 내리고 싶은 곳이다. 고양이 카페라고 하면 '동물을 이용해 돈벌이하는 곳'이라고 부정적으로만 보는 사람들이 있어서다.
인천에서 가볼만한 곳인 영흥도 관광명소 '고양이역 카페'. 이곳은 가정에서 키워지다 버려지고 학대당한 고양이들을 데려와 보호하고 있는 진짜 유기묘 카페다. 현재 60여 마리의 고양이들이 살고 있다.
◇ "아파서 동물병원에 버려진 가정묘들 보호"
지난 3일 인천시수의사회 봉사단 야나의 오보현 단장과 함께 영흥도 '고양이역 카페'를 찾았다.
며칠 전 야나에서는 이곳의 고양이들을 중성화수술하고 예방접종 봉사를 진행했다. 오 단장은 이날 수술 경과를 확인하고 추가 접종을 하기 위해 카페를 방문했다.
탁 트인 해변과 '718고양이역'이라고 쓰인 열차 앞 카페 입구에는 '고양이역 이야기'라고 쓰인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카페 운영 취지를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보호소와 카페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요다아빠' 김영재 대표는 고양이역 카페를 하게 된 계기에 대해 "사람이 버린 가정묘(반려묘)들을 꼭 살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잘나가던 요식업 사업을 하던 그가 보호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동물병원에 버려진 고양이들이 눈에 밟혀서였다.
부평구 위탁 동물보호소를 하고 있는 오보현 원장에 따르면 실제 동물병원에 아픈 강아지, 고양이 진료를 맡기고 연락이 두절되는 보호자들이 꽤 있다.
유기견이나 길고양이를 구조했다며 데리고 와서 병원비를 못 낸다고 가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이 경우 수의사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 일부 수의사들은 인연이라고 생각하고 직접 키우기도 한다.
동물병원에 버려진 고양이들을 본 김영재 대표는 몇 마리는 자신이 책임져야겠다고 생각하고 집에 데려가기 시작했다. 아픈 고양이들이라 격리 공간이 필요했고 원룸을 얻어 돌봤다.
하지만 이웃 민원이 들어왔다. 김 대표는 고민 끝에 부모님이 계신 영흥도에 부지를 얻어 그의 와이프, 딸과 고양이들이 살 집을 짓게 됐다고.
이곳의 고양이들은 다양한 사연을 갖고 있다. 동물병원에 버려진 고양이부터 알레르기가 있거나 가족 반대 등 고양이를 키우기 힘들게 된 사람들이 김 대표와 상의 후 고양이들을 이곳으로 입양 보내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이곳에는 아픈 가정묘들이 많다. 페르시안, 먼치킨 등 특정 품종묘들이 산다. 그런데 일부 애묘인들이 '왜 길고양이는 별로 안 보이고 품종묘가 많냐'며 뒷말을 했던 모양이다. 심지어 품종묘를 분양한다는 말까지 나와서 '분양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안내문까지 내걸어야 했다.
김 대표는 "새끼 때부터 사람하고 살았고 유전병까지 있는 가정묘는 밖에서 살기 힘들어 당장 죽을 수도 있다"며 "이곳의 고양이들은 길거리에서 무작정 데려온 것이 아니다. 집에서 키우다가 사정이 생겨 파양된 고양이들을 받아주다 보니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상 모든 고양이들을 다 구조할 수는 없다"며 "고양이는 영역동물인데 건강한 길고양이들을 데려다 키우라는 것은 오히려 그 영역을 빼앗는 것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바꾸려 노력"
김 대표로부터 고양이역 카페를 하게 된 배경을 들은 뒤 카페 내부로 들어갔다. 카페를 이용하려면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매해야 한다. 입장료는 성인 1만2000원이다.
카페 내부로 들어가자 고양이들이 흡사 강아지처럼 마중을 나왔다. 새끼 때부터 사람하고 함께 살았고 버려진 고양이들. 다시 사람으로부터 위로 받은 덕분일까. 고양이들은 대부분 순했고 애교도 있었다.
카페에서 고양이들의 애교를 감상한 뒤 아픈 고양이들이 있는 보호소로 들어갔다. 보호소 안에는 일부 고양이들이 격리돼 있었다. 내부는 깨끗한 동물병원 입원실처럼 정리가 잘 된 모습이었다.
오 단장은 이곳 봉사를 하게 된 계기에 대해 "보호소장님이 사비로 고양이들을 돌보다보니 카페 수익만으로 관리하기가 쉽지 않았던 모양"이라며 "옹진군과 논의 끝에 봉사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접종 봉사가 끝난 뒤 오후 6시가 돼 가자 김 대표는 '밖에 있는 고양이들을 집에 들여보낼 시간'이라고 했다. 그가 박수를 치며 "집에 가자" 외치니 고양이들이 일사불란하게 집안으로 들어갔다. 카페를 방문한 사람들은 처음 보는 광경에 신기한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김 대표는 열악한 동물보호소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고 싶다고 했다. 고양이들이 지저분한 철창에 갇혀 있지 않고, 안전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다.
보호소를 더 잘 관리하고 싶어도 카페 수익이나 후원이 많지 않으면 힘들 수밖에 없을 터. 하지만 김 대표는 아직 입장료를 올리거나 금전 후원을 받을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고양이들이 아파서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자극해서 금전 후원을 받고 싶지는 않다"며 "그저 고양이들이 풍족하게 먹을 수 있도록 제품만 후원해주셔도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고양이역 카페를 하는 궁극적인 목적에 대해 고양이들에 대한 인식 개선을 들었다. 자녀 세대에게 좋은 환경과 올바른 동물사랑 방법을 알려주면서 부모 세대 때 요물로 통하던 고양이의 이미지를 바꾸고 싶다고 했다.
그는 "가정묘든 길고양이든 한 생명을 키울 때는 단순히 귀엽고 불쌍한 모습만 보면 안 된다"며 "고양이들이 가구를 발톱으로 긁어서 망가뜨릴 수도 있고 대소변을 아무데나 볼 수도 있다. 아프면 병원비도 많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양이들은 사랑스럽지만 이웃에 피해를 줄 수는 없어서 이사를 했다"며 "이곳에서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고양이들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어가겠다"고 웃어보였다.
[해피펫] 사람과 동물의 행복한 동행 '뉴스1 해피펫'에서는 짧은 목줄에 묶여 관리를 잘 받지 못하거나 방치돼 주인 없이 돌아다니는 일명 '마당개'들의 인도적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시골개, 떠돌이개 중성화 및 환경개선 캠페인'을 진행 중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news1-10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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