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 신용평가 '본격화'..자영업자 숨통 트이나

서상혁 기자 2022. 7. 1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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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업자 CB사에 BC카드·한국평가정보 합류..통신·세금 정보 등 업체별 특장점 '뚜렷'
자영업자 데이터 풍부한 카드업계 진출 활발..은행권 활용 여부 '관건'
올해 1분기 코로나19 소상공인 손실보상 신청 및 지급이 시작된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에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날부터 전용 누리집을 통해 손실보상 신속보상 대상 가운데 수령액이 확정된 63만개를 대상으로 우선 신청을 받는다. 2022.6.3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서울 중심가에서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 A씨.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최근엔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설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그런 A씨에게도 걱정이 있었으니, 바로 대출 이자다. 신용대출 만기를 연장하려니 작년보다 1%포인트 가량 금리가 오른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5개월 정도 이자를 내지 못했더니 신용점수가 뚝 떨어졌다고 한다. 이제는 연체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데, 은행에선 이를 몰라주니 답답하기만 하다.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사 대열에 BC카드와 한국평가정보가 추가로 합류하면서 자영업자를 대상으로한 비금융 신용평가 시장 규모가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영업자들은 신용도가 낮은 탓에 고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매출 정보를 바탕으로 한 비금융 신용평가가 활성화되면 보다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BC카드와 한국평가정보(데이터기반중금리시장혁신준비법인)에 대한 개인사업자 신용평가(CB)업 본허가를 승인했다. 이로써 국내 개인사업자 CB는 기존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에 더해 총 네 곳이 됐다.

개인사업자 CB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특화된 신용평가업으로 기존 신용평가에 반영되지 않았던 사업자의 매출 정보를 활용하는 게 특징이다. CB사가 은행이나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에 자영업자의 신용평가 정보를 전달하면 금융회사가 내부신용평가 시 이를 활용하는 식이다.

두 업체의 합류로 개인사업자 CB 시장은 한껏 활기를 띨 전망이다. BC카드는 모회사인 KT의 통신데이터, 유통, 빅테크 등 비금융권 데이터까지 확보해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평가정보는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와 국세청 홈택스 정보를 활용해 자영업자의 상환 능력을 평가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사업자인 신한카드 또한 내부 결제 데이터와 제휴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의 정보까지 이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개인사업자 신용평가가 활성화되면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은 크게 낮아질 수 있다. 자금 흐름이 일정하지 않은 자영업자 특성상 연체율 등 금융정보 중심의 기존 신용평가에선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개인사업자 CB는 일별 결제 건수나 세금 납부 내역 등 비금융 정보로 자영업자의 상환능력을 보여주는 만큼, 기존 신용평가에서 나타났던 사각지대를 메울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개인사업자 영역은 대기업처럼 공시가 의무적으로 이뤄지는 분야가 아니다보니, 사각지대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은행의 기존 신용평가 시스템과 개인사업자 CB 정보를 결합하면 보다 변별력 있는 신용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개인사업자 CB는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는 자영업자 리스크를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한국은행 추정에 따르면 시장의 전망대로 기준금리가 2.5%로 오를 경우 자영업자가 내야 할 전체 이자는 지난 연말 대비 9조6000억원, 1인당 평균 이자는 366만원 증가한다. 4분기부터는 대출 원리금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까지 끝나, 그간 잠재됐던 부실이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관건은 시중은행들이 개인사업자 CB를 얼마나 활용하느냐다. CB사가 아무리 양질의 신용평가 정보를 생산해내도, 대출을 내어주는 주체인 금융회사들이 활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은행권은 개인사업자 CB 정보를 대출 심사에 본격적으로 활용하기까지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까지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사업자 CB 정보는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만들기 어려운 데이터라, 시장이 커지는 것에 대해선 다들 반기는 분위기"라면서도 "해당 CB를 바탕으로 대출 취급 시 실제 리스크가 얼마나 됐는지 검증하는 작업이 필요해, 본격적으로 도입하기까지 수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가운 소식은 카드사들이 적극적으로 개인사업자 CB에 진출하려 한다는 점이다. 카드사들은 금융권에서 자영업자 정보를 가장 많이 축적해놓은 업권이다. 자영업자의 상환능력을 평가하는 데 있어선 전문성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카드업계 관게자는 "카드사는 자체 결제 데이터와 사업자에 대한 분석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며 "신용판매 외에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사업을 다년간 모색해 왔으며, 개인사업자 CB 서비스도 그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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