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방어 '일등공신' 백신, 재유행에선 왜 해답이 아닐까

CBS노컷뉴스 김재완 기자,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2022. 7. 10.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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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5가 주도하는 하반기 재유행..면역 회피력 높고 감염 빨라
초기 코로나, 델타와 달리 기존 백신으론 감염 차단 효과 떨어져
새 백신 개발 시간 걸리고 보급 느려..재유행 대책되기 어려워
여전히 위중증·사망 억제엔 효과.."고령층 접종률 더 높여야"
지난 4월 서울 강서구 부민병원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에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일등공신'은 언제나 단연 백신이었다. 신종플루 당시 '타미플루' 같은 접근성이 좋은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 백신 접종은 늘 감염을 막는 최선의 방어수단이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저 수준의 코로나19 사망률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도 매회 차 다른 나라보다 높았던 백신 접종률이 첫 손가락으로 꼽혔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를 오미크론 대유행이 지나간 뒤 약 석 달 만에 BA.5라는 세부변이가 주축이 돼 시작되고 있는 재유행 앞에서 전문가들은 '전 국민 백신 추가 접종'의 효과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왜 기존 코로나19(우한 주), 델타, 오미크론과 달리 이번 유행 앞에서는 백신 접종의 효과가 절대적이지 않다고 보는 것일까.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사흘째 1만 명대를 기록한 지난 7일 서울 용산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시민들의 검사를 돕고 있다. 박종민 기자


우선 현재 재유행을 주도하는, 혹은 곧 주도할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오미크론, 그중에서도 몇 차례 더 진화한 BA.5라는 것이 그 이유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지난달 26일 발표 기준 전 세계 신규 확진자의 43%가 BA.5 감염이며 우리나라에서도 발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6월 4주 차 국내 감염사례 검출률이 7.5%에서 1주 만인 6월 5주차에는 24.1%로 올라 우세종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BA.5의 가장 구별되는 특징은 면역 회피성, 즉 백신 또는 감염으로 면역을 획득해도 BA.5가 이를 뚫어내는 수준이 타 변이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지난달 미국 하버드대 산하 병원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메디컬센터(BIDMC)의 면역 회피성 연구에 따르면 BA.5 감염 시 코로나19 원형 감염보다 중화항체 생성 수준이 20배, 오미크론 원형(BA.1)이나 BA.2보다는 3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화항체란 바이러스 등이 활성화될 때 이를 중화해 감염을 막는 항체를 뜻한다.

때문에 초기 코로나19 그리고 델타 때는 물론, 오미크론 유행까지는 일부 감염 차단에 효과적으로 기능했던 기존 백신이 BA.5 앞에서는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BA.5는 기존의 오미크론 하위 변이에 비해 백신이나 재감염에 대한 면역 회피성이 높다"며 "예방접종을 받거나 기존에 감염된 분들도 재감염이 될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도 BA.5가 유행을 주도하는 현 상황에서 초기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방어하기 위해 개발된 백신을 전 국민 대상으로 접종하는 것은 실익이 떨어진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가령 이스라엘을 보면 4차 백신을 맞은 사람의 50% 정도만 효과를 보고 있다. 2차 그리고 3차 백신 접종 후 효과도 2~3개월이 지나면 확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 중화항체를 올리기 위해 다시 한 달 만에 백신 접종을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재감염자가 늘어난다고는 하지만 아직 비중은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화이자와 모더나 등 세계적인 제약사들도 BA.5를 억제할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아직 나오지 않았고 이 회사들이 위치한 미국에서조차 충분한 물량이 보급되는 시점은 10월 이후가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우리나라에 보편적으로 공급되기까지는 더 시간이 걸리는데다 그 기간 변이가 워낙 빠른 코로나19 특성까지 감안하면 당장 코앞에 다가온 재유행 대비를 개량 백신에 의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행이 빨라질 가능성이 있어서 새로운 백신이 개발되고 접종까지 하려면 시간이 꽤 걸리는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으로 가기가 어려워보인다. 고령층 등 고위험군이 아닌 사람들에게 접종할 때 어느 정도 이익이 있을 지도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우리 뿐 아니라 세계 각국도 대체로 비슷한 처지다. 미국, 영국, 독일 등 국가들도 전 국민 대상 3차 접종 계획 후로는 4차 접종은 주로 감염에 취약한 고령층 등 고위험군을 중심으로만 권고하고 있다. 주요국 중 호주 정도가 4차 접종을 최근 30대까지도 허가했지만 이 또한, 선택 사항인데다 남반구 국가라 유행이 더 빠르게 확산하는 겨울에 접어들고 있는 점도 고려됐다.

전문가들은 고령층 등 고위험군의 보호에는 그래도 기존 백신 접종이 최선의 방어책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감염 차단력은 떨어지더라도 위중증과 사망 예방에는 여전히 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최근 확진자 중 위중증 환자의 약 87%, 사망자의 90% 이상이 60세 이상 연령층에 집중돼있다. 특히 사망자 중 80대 이상은 60%를 차지한다.

전 국민 4차 접종이 아닌 기존 4차 접종 대상자인 면역 저하자와 고령층의 접종률 높힐 필요가 있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처방이다. 현재 4차 접종 대상인 면역저하자와 60세 이상 고령층의 백신 접종률은 33.9%에 그치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방역 전략을 중환자와 사망자 최소화로 가겠다고 하면 60세 이상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 전 국민 접종을 부추기는 국가는 없다"며 "젊은 층과 달리 고령층은 백신 접종의 실익이 뚜렷하다. 60세 이상에서 중환자와 사망자가 집중되는 만큼 접종 강력 권고 대상을 60세 이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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