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방어 '일등공신' 백신, 재유행에선 왜 해답이 아닐까
초기 코로나, 델타와 달리 기존 백신으론 감염 차단 효과 떨어져
새 백신 개발 시간 걸리고 보급 느려..재유행 대책되기 어려워
여전히 위중증·사망 억제엔 효과.."고령층 접종률 더 높여야"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에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일등공신'은 언제나 단연 백신이었다. 신종플루 당시 '타미플루' 같은 접근성이 좋은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 백신 접종은 늘 감염을 막는 최선의 방어수단이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저 수준의 코로나19 사망률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도 매회 차 다른 나라보다 높았던 백신 접종률이 첫 손가락으로 꼽혔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를 오미크론 대유행이 지나간 뒤 약 석 달 만에 BA.5라는 세부변이가 주축이 돼 시작되고 있는 재유행 앞에서 전문가들은 '전 국민 백신 추가 접종'의 효과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왜 기존 코로나19(우한 주), 델타, 오미크론과 달리 이번 유행 앞에서는 백신 접종의 효과가 절대적이지 않다고 보는 것일까.
우선 현재 재유행을 주도하는, 혹은 곧 주도할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오미크론, 그중에서도 몇 차례 더 진화한 BA.5라는 것이 그 이유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지난달 26일 발표 기준 전 세계 신규 확진자의 43%가 BA.5 감염이며 우리나라에서도 발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6월 4주 차 국내 감염사례 검출률이 7.5%에서 1주 만인 6월 5주차에는 24.1%로 올라 우세종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BA.5의 가장 구별되는 특징은 면역 회피성, 즉 백신 또는 감염으로 면역을 획득해도 BA.5가 이를 뚫어내는 수준이 타 변이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지난달 미국 하버드대 산하 병원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메디컬센터(BIDMC)의 면역 회피성 연구에 따르면 BA.5 감염 시 코로나19 원형 감염보다 중화항체 생성 수준이 20배, 오미크론 원형(BA.1)이나 BA.2보다는 3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화항체란 바이러스 등이 활성화될 때 이를 중화해 감염을 막는 항체를 뜻한다.
때문에 초기 코로나19 그리고 델타 때는 물론, 오미크론 유행까지는 일부 감염 차단에 효과적으로 기능했던 기존 백신이 BA.5 앞에서는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BA.5는 기존의 오미크론 하위 변이에 비해 백신이나 재감염에 대한 면역 회피성이 높다"며 "예방접종을 받거나 기존에 감염된 분들도 재감염이 될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도 BA.5가 유행을 주도하는 현 상황에서 초기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방어하기 위해 개발된 백신을 전 국민 대상으로 접종하는 것은 실익이 떨어진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가령 이스라엘을 보면 4차 백신을 맞은 사람의 50% 정도만 효과를 보고 있다. 2차 그리고 3차 백신 접종 후 효과도 2~3개월이 지나면 확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 중화항체를 올리기 위해 다시 한 달 만에 백신 접종을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재감염자가 늘어난다고는 하지만 아직 비중은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화이자와 모더나 등 세계적인 제약사들도 BA.5를 억제할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아직 나오지 않았고 이 회사들이 위치한 미국에서조차 충분한 물량이 보급되는 시점은 10월 이후가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우리나라에 보편적으로 공급되기까지는 더 시간이 걸리는데다 그 기간 변이가 워낙 빠른 코로나19 특성까지 감안하면 당장 코앞에 다가온 재유행 대비를 개량 백신에 의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행이 빨라질 가능성이 있어서 새로운 백신이 개발되고 접종까지 하려면 시간이 꽤 걸리는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으로 가기가 어려워보인다. 고령층 등 고위험군이 아닌 사람들에게 접종할 때 어느 정도 이익이 있을 지도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우리 뿐 아니라 세계 각국도 대체로 비슷한 처지다. 미국, 영국, 독일 등 국가들도 전 국민 대상 3차 접종 계획 후로는 4차 접종은 주로 감염에 취약한 고령층 등 고위험군을 중심으로만 권고하고 있다. 주요국 중 호주 정도가 4차 접종을 최근 30대까지도 허가했지만 이 또한, 선택 사항인데다 남반구 국가라 유행이 더 빠르게 확산하는 겨울에 접어들고 있는 점도 고려됐다.
전문가들은 고령층 등 고위험군의 보호에는 그래도 기존 백신 접종이 최선의 방어책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감염 차단력은 떨어지더라도 위중증과 사망 예방에는 여전히 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최근 확진자 중 위중증 환자의 약 87%, 사망자의 90% 이상이 60세 이상 연령층에 집중돼있다. 특히 사망자 중 80대 이상은 60%를 차지한다.
전 국민 4차 접종이 아닌 기존 4차 접종 대상자인 면역 저하자와 고령층의 접종률 높힐 필요가 있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처방이다. 현재 4차 접종 대상인 면역저하자와 60세 이상 고령층의 백신 접종률은 33.9%에 그치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방역 전략을 중환자와 사망자 최소화로 가겠다고 하면 60세 이상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 전 국민 접종을 부추기는 국가는 없다"며 "젊은 층과 달리 고령층은 백신 접종의 실익이 뚜렷하다. 60세 이상에서 중환자와 사망자가 집중되는 만큼 접종 강력 권고 대상을 60세 이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이메일 :jebo@cbs.co.kr
- 카카오톡 :@노컷뉴스
CBS노컷뉴스 김재완 기자 canbestar30@cbs.co.kr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총격범, 아베가 어머니 빠진 종교에 보낸 영상 보고 범행 결심"
- 독일에 소녀상 세운 카셀대 총학회장 "日정부 태도 때문에 관심"
- "다시 만나자" 33번의 송금 메시지·소송까지…'그놈'의 괴롭힘
- 이준석 징계 사태에 '지지율' 연연치 않겠다는 尹…파장 주시
- [법정B컷]형량감경 몸부림의 손정우…美감옥 피한 뒤 한마디
- '6개월 직무대행' 가는 국민의힘…초유의 당대표 징계에 후폭풍
- 신규확진 2만 286명·45일 만에 다시 2만명대…사망자 19명(종합)
- 아베 총격범 "母 심취한 종교단체와 연관됐다 생각해 범행"
- FAO 세계식량가격지수 3개월째 하락…밥상물가는 언제?
- [단독]'대리수술 의혹' 연세사랑병원, 警신청한 영장 檢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