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유류세' 尹발언에 물꼬 트이나..추가 인하 폭 '고심'
법 고치면 유류세 50%↓도 가능..실효엔 회의론도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최근 불붙은 물가 상승세의 약 30%는 석유 탓…'
좀체 약발이 들지 않는 기름값에 윤석열 대통령이 특단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유류세 탄력세율 적용 한도를 확대해 법이 허용하는 유류세 인하 범위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유류세 인하율은 현 37%에서 50%까지, 또는 그 이상으로도 오를 수 있다. 다만 정부 내에서는 유류세 인하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론도 다소 존재하는 터라 정확한 탄력세율 확대 폭을 두고 신중한 검토가 예상된다.
10일 정부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8일 비상경제 민생회의를 주재하면서 "고유가 상황이 지속 악화될 것을 대비해 적기에 유류세 추가 인하가 가능하도록 유류세 탄력세율 한도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유류세 추가 인하는 정치권에서 여야를 불문하고 꾸준히 요구해 온 사안이다.
대체로 인하 폭을 현 37%에서 '반값'까지 늘릴 수 있도록 탄력세율 범위를 50%로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이 밖에 유류세를 최대 100%까지 감면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이는 법률 개정이 필수인 사안이라 여야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유류세는 작년 11월부터 20% 인하되기 시작해 올 5월부터 인하 폭이 30%로 확대됐다. 지난 1일부터는 법정 최대 한도인 37%에 다다랐다.
유류세가 100% 적용될 때와 비교하면 휘발유를 기준으로 L당 164원 인하(인하율 20%, 2021년 11월12일~), 246원 인하(30%, 2022년 5월1일~), 304원 인하(37%, 7월1일~)로 할인 폭이 계속해서 넓어졌다.
그럼에도 추가 인하 요구가 지속되는 배경에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기름값이 있다. 쉽게 말해, 이 정도 세금 감면으론 물가 완화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취지다.
통계청에 따르면 유류세가 30% 인하됐던 6월 석유류의 물가 기여도는 1.74%포인트(p)로, 전체 물가 상승률(6.0%)의 29.0%를 차지했다. 유류세 추가 인하에도 전달(1.50%p)보다 물가를 부채질하는 수준이 거꾸로 강해진 셈이다.
유류세를 법정 최대 한도까지 낮춘 이달은 어떨까. 에너지 소비자 단체인 'E컨슈머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류세 37% 인하 시행 1주째인 지난 7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지난달 30일보다 L당 35.75원 하락했다. 유류세 인하율 확대(30→37%)에 따른 가격 인하분 57원보다 22원 낮은 수준이다.
이 기간 전국 주유소 1만955곳 가운데 휘발유 가격을 L당 57원 이상 내린 주유소는 3570곳으로 32.6%에 불과했다. 심지어 전체의 4분의 1에 달하는 2712곳은 휘발유 가격에 변화가 없었다. 323곳은 오히려 가격을 올렸다.
이에 정부 내에선 유류세 인하의 실효성에 대한 다소 간의 회의론도 감지된다.
특히 세제 전반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에서는 세수 감소에 대한 우려와 함께 유류세 인하가 오히려 휘발유·경유 수요를 끌어올려 시장 원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가격 안정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상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올들어 석유류 품목이 전체 물가 상승에 미친 기여도를 보면, 유류세 인하 폭이 거듭 확대되는 중에도 석유류의 기여도는 꾸준히 올랐다.
석유류 물가 기여도는 작년 3월만 해도 0.05%p였으나 국제유가 급등 여파로 같은 해 11월 1.33%p 치솟았다. 이후 유류세 20% 인하 효과가 본격화하면서 1월 0.66%p로 낮아진 뒤 다시 인하 효과가 상쇄되면서 2월 0.79%p, 3월 1.32%p, 4월 1.48%p로 올랐다.
유류세 인하율이 30%로 높아진 5월에도 석유류의 물가 기여도는 1.50%로 소폭 상승했으며, 지난달에는 1.74%p로 상승 폭이 오히려 커졌다.
다만 고물가로 인한 민생 어려움 완화가 최우선 정책 순위라는 점은 기재부 내에서도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기재부는 탄력세율 적용 확대에 딱히 찬반 입장을 정하기 보다 일단 국회 논의를 지켜 보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권고처럼 취약계층을 선별 지원해 물가 부담을 낮추는 방식을 보편적인 유류세 인하의 대안으로 거론한다. 그러나 이는 '사상 최대' 재정 다이어트를 예고한 새 정부가 선뜻 택하기는 어려운 선택지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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