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냉방 대책 분주한데..반도체 공장 조용한 이유는?
지진이나 정전이 위험..순간 전력공급 장치 등으로 대비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최근 한낮 35도까지 오르는 기록적인 폭염이 연일 이어지면서 조선·철강·중공업 등 주요 기업들은 아이스크림·제빙기·선풍기 제공 등 폭염 대책에 나섰다.
그런데 국내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 공장의 경우 폭염과는 무관하다. 야외 작업이 많은 업종과 달리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제조 시설인 '클린룸'은 항상 냉·온풍기와 제습설비가 가동되면서 1년 내내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한다.
1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클린룸 내부의 온도는 섭씨 23도, 습도는 45% 수준에서 운영된다. 업체와 공장 환경별로 온도는 ±1도, 습도는 ±5% 수준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처럼 연일 40도에 가까운 폭염이나 영하 20도의 혹한에도 작업에 지장이 없다.
이는 사람에 맞춘 것이다. 어떤 공정이든 결국 사람이 직접 들어가 운영해야 하기에 사람이 활동하기 편한 온도와 습도에 맞추는 게 최우선이라서다. 다만 화학 소재별로 최적의 반응을 일으키는 온도·습도는 23도·45%가 아니라 천차만별인데, 그런 특정 조건은 각 반도체 장비 내에서만 구현되도록 하기에 클린룸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클린룸 내부가 적정 온도와 습도에서 벗어나면 반도체 품질에 문제가 생긴다. 반도체는 나노미터(㎚·1나노는 10억분의 1m) 단위의 초미세 공정이라 환경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가령 클린룸 내부 습도가 너무 높다면 반도체 설비·재료가 부식돼 원활한 공정 수행이 어렵고, 습도가 너무 낮다면 정전기가 발생해 기판 제조시 미세 전자회로의 단선이 늘어나거나 클린룸 내부의 미세 이물질의 활동성이 높아져 반도체 제품에 침투해 수율이 낮아질 수 있다.
실내에서 조절 가능한 온도·습도보다는 통제할 수 없는 자연재해가 더 위험하다. 올해 초 일본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르네사스·키옥시아 등 반도체 업체들의 공장 가동이 수 개월 동안 멈춘 일도 있었다. 반도체는 나노 단위의 공정인데, 기준 이상의 진동이 발생할 경우 그 섬세한 공정이 흐트러질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공장을 설립할 때부터 내진 설계를 적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진도 7.0 규모의 지진을 견딜 수 있는 정도로 설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비별로 하중이 다르기에 내진 설계의 수준은 라인에 따라 다르다.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리스크는 '블랙아웃'이다.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내내 돌아가는데, 여름철 대규모 전력 소비로 전력 공급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면 공장 가동이 멈출 수 있다. 지난해 2월 미국에선 한파에 따른 대규모 정전으로 오스틴 인근의 NXP·인피니온 공장의 가동이 중단됐으며 지난해 4월 대만 TSMC도 지하 전력선이 끊어지면서 공장 가동을 6시간 이상 멈췄다.
반도체 공정은 매우 미세하게 이뤄지기에 1초라도 가동이 중지되면 오차가 발생해 정상 제품이 나오기 어렵다. 특히 반도체 장비는 한번 꺼졌다가 가동될 경우 기존 생산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영점 조절'을 해야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장비의 숫자도 많아 처음부터 다시 셋업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 지난해 4월 정전을 겪은 TSMC가 단 6시간 동안 라인을 멈추면서 입은 피해 규모는 1000만~2500만달러(약 130억~325억원)로 추산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했다. 순간 전압강하 보상장치(VDP), 무정전 전원 공급 장치(UPS), 비상 발전기 등을 설치해 순간적인 정전에 대응할 수 있게 했다. 전력 공급선도 복선화해 한 쪽 라인에서 전력 공급이 중단돼도 다른 라인에서 공급받을 수 있다. 정전이 길어질 경우에 대비해 자체 발전시설도 운영 중이다.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반도체 같은 중요 산업시설은 우선 전력공급 대상으로 분류되기에 라인 가동 중단 같은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대책이 있지만 장시간의 정전 가능성을 무조건 배제할 수는 없다"며 "에너지 사용이 급증하는 피크 시간대에는 전력 소모가 많은 작업을 피하는 등 에너지 절감 지침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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