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B컷]형량감경 몸부림의 손정우..美감옥 피한 뒤 한마디
미국 송환 앞두고 울먹이던 손정우..마지막 선고 때 담담한 모습
"계란 18개를 훔친 남성의 구형량과 같다"던 손정우의 주된 범죄(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의 아동 음란물 제작·배포)에 대한 형량은 1년6개월.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국내외 비판에도 아랑곳않고 손정우는 법정에 다시 설 때마다 위장결혼, 셀프 고발, 기초생활수급자 등 법의 허점을 노린 각종 꼼수를 부려왔습니다.
손정우는 2015년부터 2018년 3년 동안 회원수 128만명 규모의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하면서 회원 4073명이 총 7293회에 걸쳐 음란물을 다운받도록 해 수익 4억600만원을 올렸습니다. 미국에서 아동 포르노 배포죄의 법정형은 5~20년인데요, '웰컴투비디오'에서 동영상 1개를 다운받은 한 미국인은 징역5년10개월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손정우는 지난 5일 범죄수익은닉죄 등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주요 범죄와 여죄 모두 합쳐 총 3년6개월의 형기를 살게 됩니다. 재판 때마다 나왔던 꼼수가 위력을 발휘한 겁니다. 그래서일까요, 마지막 선고 때 손정우는 "죄송하다"는 건조한 사과 외에는 별다른 반성의 말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손정우 父子, 재판 때마다 꼼수 부려…참작해 준 법원
2019. 5. 2. 손정우 아청법 위반 항소심 선고 |
피고인이 범죄사실을 모두 자백하고, 어린 시절 정서적·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고 성장과정에서도 충분한 보호와 양육을 받지 못하였던 점, 달리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은 없는 점, 이 사건 범행에 이용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중에는 피고인 운영의 H 사이트(이하 이 사건 사이트라고 한다)에 접속한 회원들이 업로드한 것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는 점, 범죄수익 대부분이 몰수보전 또는 추징보전처분을 통해 환수될 것으로 보이는 점, 2019. 4. 17. 혼인신고서를 접수하여 부양할 가족이 생긴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
직접 제작한 영상을 유포한 게 아닌 데다 부양할 가족이 있다는 점은 형량에 참작이 됐지만, 손정우가 성인 음란물은 업로드를 제한하고 아동 음란물만 공유하도록 고집한 점은 고려되지 않은 셈입니다.
한편 손정우의 2심 판결이 나온 직후 신부 측에서 혼인 무효 소송을 내 법원에서 받아들여졌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위장 결혼으로 형량을 감량받은 데다 혼인 기록마저 깨끗하게 지워졌다는 비아냥이 쏟아졌습니다.
손정우는 1년반의 형기를 마치고 자유의 몸(?)이 되자마자 다시 법정에 섰습니다. 미국 연방대배심은 손씨에 대해 자금세탁과 아동음란물 배포 등9개 혐의로 기소했고 범죄인 인도를 요청한 덕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유죄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반면 미국 법원은 자금세탁방지법에 따라 규모가 50만 달러 이상이면 최대 징역 20년, 50만 달러 미만이면 최대 징역 10년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 미국 당국이 손정우에게 적용한 자금세탁 건수는 총 3건입니다. 미국 송환 위기에 닥쳤던 손정우, 이번에는 아버지의 고발로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미 법무부는 우리 법원이 유죄 여부를 가리지 않았던 자금세탁 혐의로 손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지만 강영수 부장판사는 수사의 효율성과 범죄 관할지를 이유로 송환을 불허했습니다. 범죄인 인도심사 심문 과정에서 손정우는 자주 울먹이며 진심으로 반성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2020. 6. 16 두번째 범죄인 인도심사 심문 |
손정우: 저의 철없는 잘못으로 사회에 큰 피해를 끼쳐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납득하지 못할 정도로 용서받기 어려운 잘못을 해 송구스럽습니다. (중략) 스스로도 너무나 부끄럽고 염치없지만 대한민국에서 다시 처벌 받을 수 있다면 어떤 중형이든 다시 받고 싶습니다. 이렇게 제가 마지막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는데 정말 다르게 살고 싶습니다. 가족이 있는 이곳에 있고 싶습니다. |
눈물 메마른 손정우? 다시 등장한 꼼수
아버지의 고발에 따라 손정우는 올초 범죄수익은닉 및 도박혐의로 불구속기소 됐습니다. 무표정에, 고개 숙이고 있는 모습은 이전 재판과 비슷한 듯 했지만 달라진 점이 있습니다. 5월부터 이달 5일 선고까지 총 3번의 공판에서 손정우는 더이상 눈물을 보이지도, 울먹이지도 않았습니다.
5월 첫 공판에서는 '공소 사실을 전부 제기한 변호인과 의견이 같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같다"고만 답했습니다.
지난달 9일 결심 공판에서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됐다며 "법이 허용한 최대한의 선처를 부탁한다"고 했습니다. 손정우의 변호인은 "재산을 전부 추징당했다. 현재 남아있는 재산이 아무 것도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감량을 노린 전략인 셈입니다.
2022. 7. 5 범죄수익은닉에 대한 선고 |
…범죄수익을 암호화폐로 받아 약 4200회에 걸친 암호화폐 환전·믹싱·텀블링 등의 복잡한 거래를 통하여 지능적이고 치밀하게 수익을 은닉한 점, 피고인이 장기간 적극적으로 위 사이트를 운영할 수 있었던 데에는 위와 같이 범죄수익 은닉이 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이 어느 정도 기여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죄질이 매우 나쁘다. 그러나 한편 피고인이 자발적으로 납부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피고인의 범죄수익 4억여 원이 모두 몰수와 추징으로 국고 환수되어 더 이상 피고인이 보유하고 있지 않은 점, 피고인이 판시 확정판결과 함께 재판받았을 때와의 형평을 고려하여야 하는 점 등을 비롯해 그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수단, 방법 및 결과, 범행 전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제반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
이날 곧바로 법정 구속되는 데 대해 판사가 의견을 묻자 손정우는 아무 말을 하지 않다가 이내 "죄송하다"고 읊조렸습니다. 피고인석 바로 앞 방청석에서도 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였습니다. 미국 송환을 맞닥뜨렸을 때 "용서받기 어려운 잘못을 해 송구스럽다"고 울먹이던 손정우가 지금 이 순간 얼마나 뉘우치고 있는지는 자신 외에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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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희원 기자 wontim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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