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친구들끼리 '로블록스 게임' 만들고 2억 버는 세상이 왔다

김근욱 기자 2022. 7. 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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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초딩은 게임 만들고 학비 번다..충격 받고 뛰어들었죠"
게임으로 돈 버는 '메타버스' 세상..새로운 기회 열렸다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로 게임을 직접 제작하는 장면. 2022.7.8/뉴스1 © News1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게임을 출시한 날이었어요. 차 안에서 휴대폰으로 실시간 동시 접속자 수를 보는데 1000명, 2000명이 되더니 2만명을 넘더라고요. 이게 진짜 된다고? 극도의 쾌감을 느꼈죠."

대학을 막 졸업한 청년 3명이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서 게임을 만들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이 게임의 월간 이용자수(MAU)는 200만명. 국내 대형 게임사들의 신작 MAU가 100만명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믿기지 않는 수치다. 출시 3개월 매출은 19만 달러(2억5000만원). 웬만한 소형 게임사와 맞먹는 기록이다

몇 해 전부터 미국 학생들은 로블록스를 이용해 직접 게임을 만들고 학비를 벌었다. 지난해 로블록스가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국내 시장에도 꽤 이름을 알렸지만 '초딩들의 놀이터'이라는 별명 아래 큰 주목을 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 청년들의 시각은 달랐다. 로블록스에선 비(非)전공자도 쉽게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점, 로블록스에 접속하는 글로벌 이용자 수가 월 1억명에 달한다는 점을 통해 어쩌면 '유튜브'처럼 돈을 벌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로블록스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을 열어줬다"고 입을 모았다.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서 게임을 제작하고 있는 황도이씨(28), 이심인씨(30), 정지훈씨(30) 2022.7.8/뉴스1 © News1 김근욱 기자

◇ 게임 만들고, 돈 버는 세상

8일 경기도 용인시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이심인씨(30)는 두 명의 친구들과 함께 로블록스 게임 개발에 한창이었다. 3평 남짓한 작은 사무실엔 컴퓨터 3대가 전부. 그러나 컴퓨터 화면 속엔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가상 공간이 펼쳐져 있었고, 그곳에선 '캐릭터'와 '용'이 뛰어놀고 있었다.

대학 시절 모바일 게임 10개를 번갈아 할 정도로 게임을 좋아했던 그의 눈에 들어온 '로블록스'. 그는 "미국에선 초등학생들이 로블록스로 게임을 직접 만들어 수백 억원을 벌었다는 뉴스를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지 않아도, 심지어 초딩들도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신기한 데 돈까지 벌 수 있다니' 그는 친구 2명을 불러 모았다.

그렇게 청년 3인방이 불침번까지 서가며 4개월간 밤낮없이 만든 첫 게임은 '터렛 타워 타이쿤'이다. 로블록스에서 인기가 많은 타이쿤(경영 시뮬레이션) 장르에, 한국형 RPG(역할수행게임) 요소를 섞어 차별점을 더했다. 쉽게 말해, 이용자가 직접 사냥도 하고, 돈을 모아 건물도 짓는 게임이다. 이 게임의 결과는 동시접속자 4000명. 그는 "소위 말하는 대박은 아니었지만, 미국과 영국서 접속 비중이 높았다"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면 해볼 만 하다는 확신이 섰다"고 말했다.

그렇게 이들은 두 번째 게임 개발에 도전했다. 미국, 영국 어린이들이 '용'(Dragon)을 좋아한다는 점을 고려해, 원작에 용 콘텐츠를 추가했다. 이용자가 용을 키워 타고 다닐 수 있게 만들고, 자신만의 스타일 대로 꾸밀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시스템도 넣었다. 그렇게 탄생한 게임이 '마이 드래곤 타이쿤'이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마이 드래곤 타이쿤은 월이용자수(MAU) 200만명, 3개월 누적 매출 19만 달러(2억5000만원)이라는 성과를 냈다. 그는 "출시 이후 휴대폰으로 실시간 동시 접속자를 보는데 숫자가 끝도 없이 올라갔다"며 "'우리가 정말 해냈다'는 극도의 쾌감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사실 게임을 즐겨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 성과를 체감하기 어렵다. 다만 유튜브에 'my dragon tycoon'을 검색하자, 영어로 제작된 수백 개의 영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명 해외 게임 유튜버 '랭키박스'(LANKYBOX)가 제작한 영상 조회수는 무려 1123만회에 달했으며, 이 외에도 마이 드래곤 타이쿤을 활용한 영상은 수십~수백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국내 대형 게임사도 힘들다는, 글로벌 공략에 성공한 것이다.

로블록스 게임 '마이 드래곤 타이쿤' 영상 (도스마스스튜디오 유튜브 캡처) © 뉴스1

◇ "로블록스 '새로운 기회' 열었다"

로블록스는 지난 2006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본격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2020년부터였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사회가 도래하면서 IT업계를 중심으로 '메타버스'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메타버스의 핵심 중 하나가 이용자들이 가상 세계에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인데, 로블록스가 이 부분에서 가장 선도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물론 메타버스의 실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도 적지 않다. 아직까지 메타버스의 개념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기업들은 메타버스의 개념을 저마다 다르게 해석하고 있으며, 소비자 역시 기존 게임과 메타버스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

그러나 이들은 로블록스가 메타버스인지, 아닌지를 떠나 보통 '게임'과 확실한 차별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Δ나이를 불문하고 누구나 쉽게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점 Δ자신이 만든 게임을 전 세계 수억 명의 이용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다는 점 Δ게임의 성과가 곧바로 창작자에게 돌아온다는 점을 꼽았다.

이어 "유튜브는 누구나 영상을 만들어 돈을 버는 세상을 만든 것처럼, 로블록스는 누구나 게임을 만들고 돈 버는 세상을 만들 것 같다"면서 "우리를 포함한 청년들에게 분명 새 기회의 땅'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넥슨 프로젝트 MOD 게임 화면© 뉴스1

◇ 韓 게임사도 '메타버스' 열풍

한편, 로블록스의 저력을 확인한 국내 게임업계도 '메타버스' 만들기에 뛰어들었다.

국내 대형 게임사 넥슨은 '한국판 로블록스'를 만들겠다는 포부 아래 메타버스 플랫폼 '프로젝트 MOD'를 개발하고 있다. 이용자가 직접 게임을 개발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일명 'C2E(Create to Earn ·창작자가 돈 버는)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게 목표다. 자사의 대표 게임 '메이플스토리' IP(지식재산권)을 콘텐츠 창작자 무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크래프톤 역시 "크리에이터들이 콘텐츠를 생산해 돈을 벌 수 있게 만든다"는 목표 아래 메타버스 플랫폼 '미글루'를 개발하고 있다. 이용자가 직접 '아바타' '의상 '액세서리' 등을 만들 수 있고, 코인 및 NFT로 상호 거래를 지원하면서 수익을 창출 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출시 목표는 2023년이다.

'카카오 유니버스'라는 이름으로 메타버스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남궁훈 카카오 대표는 "미국이 서부를 개척하고, 달을 탐사한 것처럼, 일론 머스크는 (새로운 땅을 찾기 위해) 화성을 가야 한다고 말한다"며 "대한민국은 메타버스를 개척해야 한다. 우리가 인터넷이라는 땅을 개척해 한국이라는 좁은 땅에서 젊은 세대들이 새로운 기회를 20년 동안 얻었다 무궁무진한 가상세계 메타버스를 개척하면 우리가 화성에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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