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M 안전·저소음 중요..기존 대중교통과 환승 체계 준비해야"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이제껏 공상과학 영화 속에나 나오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2~3년간 도심 상공을 날아 이동하는 비행체 개발이 큰 성과를 거두면서 하늘을 나는 차량이 영화가 아닌 현실 속으로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 특히 프랑스가 2024년 파리 올림픽, 일본이 2025년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를 하늘을 나는 차량의 시험 무대로 계획하고 있어 개발에 박차가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조선’은 하늘을 나는 차량의 현주소와 미래에 대해 집중 조명해 봤다. [편집자 주]
“UAM(Urban Air Mobility·도심 항공 모빌리티)은 전기동력 수직 이착륙기(eVTOL) 등을 이용해 승객을 운송하는 새로운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전 세계에서 도심 교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
정기훈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책임연구원은 6월 17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및 전화 인터뷰에서 미래 UAM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UAM이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지상 교통수단과 연계돼 사용자에게 최적의 루트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발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 책임연구원은 항우연에서 스마트항공모빌리티 선행연구를 담당하고 있고, 한국 정부가 진행하는 UAM 실증 테스트 ‘K-UAM 그랜드 챌린지’의 인프라 구축 및 운용 사업 책임도 맡고 있다. 그는 한국이 UAM 강자로 도약하기 위한 도전 정신도 강조했다. 그는 “현재 새롭게 정의되고 개발되고 있는 UAM은 아직 전 세계적으로 절대 강자가 없는 기회의 영역”이라며 “한국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기술·제도적으로 종속적인 UAM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UAM이 미래 교통수단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메가시티의 증가와 대도시 인구 집중에 따라 현존하는 이차원 교통 체계로는 집중된 인구의 교통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또 기존 도로 및 항공 교통은 화석연료 기반의 동력 시스템이어서,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중립(net zero·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흡수량도 늘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늘어나지 않는 상태) 정책 등으로 제한적 운용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 UAM이다. UAM은 지상이 아닌, 도심 상공에서 eVTOL 등을 이용해 승객을 운송하는 새로운 교통수단이다. 친환경 모빌리티로, 전 세계에서 도심 교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 코로나19 등으로 대규모 교통수단보다 개인 또는 소규모 항공 이동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UAM이 주목받는 이유다. 현재 미래 UAM 시장 선점을 위해 전 세계적인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상 교통수단과 연계되는 교통 체계’라는 것도 UAM의 특징이다.
“UAM은 초연결 기술을 바탕으로 다른 교통수단과 연계돼 ‘심리스 트랜스포테이션(seamless transportation)’ 형태로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다. 우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출발지와 목적지를 지정한다. 그러면 근처 버티포트(vertiport·UAM 이착륙 승객 터미널)까지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율주행차가 대기하고 버티포트로 이동 후 생체인식 등 간단하고 신속한 보안검색을 통해 UAM 항공기에 탑승 후 도심 상공을 비행해 목적 버티포트에 착륙한다. 이후 최종도착지까지 운송을 위한 자율차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다.”
UAM 시대는 언제쯤 올까.
“UAM은 드론, 자율주행차, 전자통신, 전기동력, 배터리, 인공지능(AI), 정보기술(IT) 등 관련 기술 개발과 대중의 수용성 및 수요 증가에 따라 점진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현재의 기술 수준과 항공 안전 기준이 허용 가능한 인증 범위 내에서 조종자가 탑승해 도심 전용 하늘길인 고정형 회랑(回廊·fixed corridor) 내에서 운용하는 방식으로 미국, 프랑스 등 해외의 경우 2024년부터 UAM의 초기 상용화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2025년 UAM 초기 상용화 착수를 목표로 제도 마련, 생태계 구축 및 대규모 실증을 준비하고 있다. 자율비행, 교통 관리 자동화 및 호출형 탑승 등을 통한 택시 수준의 보편적인 승객 이용이 가능한 완전한 UAM 시대는 전 세계적으로 2035년쯤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UAM 시장을 이끄는 국가는.
“아직 UAM 시장 절대 강자가 없는 상황으로, 시장 규모에서 미국과 중국이 중요 국가로 평가받고 있고, 유럽(독일·프랑스·영국·이탈리아 등), 한국, 싱가포르, 일본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미국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글로벌 UAM 시장은 2035년 5000억달러(약 657조원)를 넘어서고, 2040년 1조5000억달러(약 1972조원), 2050년 9조달러(약 1경1835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기업을 보면, UAM 시장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곳은 미국 조비에비에이션(Joby Aviation)이다. 2009년 eVTOL 개념 설계를 시작으로 연구개발을 수행해 왔고, 2017년 무인비행 시제기를 개발했다. 현재 5인승급 eVTOL 유인비행 시제기를 개발해 미국 연방항공국(FAA)으로부터 최초로 항공기 형식인증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조비에비에이션은 UAM 초기 생태계 구성을 주도했던 우버의 UAM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기체 제작 및 운항, 교통 관리 등 전방위로 사업 분야를 확대했다.”
한국의 UAM 경쟁력 수준은.
“국내 UAM 기술 역량은 기체 부품 및 인프라, 서비스 등에서는 미국 및 유럽연합(EU) 대비 1~2년의 격차가 있으며 항행, 교통 관리에서는 3년 내외의 기술 격차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의 UAM 경쟁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시장 경쟁력, 법·제도, 제조 능력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했을 경우, 한국은 미국, 중국, 독일에 이어 4순위로 평가된다.
국내에선 현대자동차, 한화시스템, SK텔레콤 등의 기업이 주목받는다. 현대자동차는 미국 법인을 설립해 UAM 항공기 개발 등의 전반을 진행하고 있고, 한화시스템은 미국 오버에어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UAM 항공기 공동 개발에 나섰다. 두 기업 모두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AAM(Advanced Air Mobility·선진 항공 모빌리티) 실증 테스트’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UAM 실증 테스트 ‘K-UAM 그랜드 챌린지’에도 참여 신청했다. UAM 5G(5세대) 상용통신 적용 등을 내세운 SK텔레콤은 조비에비에이션과 협력해 K-UAM 그랜드 챌린지에 참여 신청했다.”
K-UAM 사업에서 항우연의 역할은.
“‘UAM 팀 코리아’의 간사기관으로서 정부의 K-UAM 정책 로드맵, 기술 로드맵 수립 등을 지원한다. 특히 2025년 초기 UAM 상용화를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실증 테스트 K-UAM 그랜드 챌린지의 인프라 구축 및 운용 주관 기관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이 테스트 1단계 수행을 위해 국내 최초로 버티포트 및 UAM 실증 시험 장비를 구축 중이고, 실증 시나리오 및 통합 운용 시험 계획 등을 준비하고 있다. 실제 UAM 운용 위험도 저감을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 상황에서 UAM 이해 당사자들의 역할, 정보 공유, 운용 절차 등을 통합적으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UAM 가상통합 운용 시뮬레이션 인프라도 구축 중이다. 2025년 초기 UAM 상용 노선용 CNSi(통신·항법·감시·정보) 인프라도 개발 중이다. 또한 UAM 분야의 국제적 협력 일환으로 한국의 K-UAM 그랜드 챌린지와 NASA의 AAM 실증 테스트 간의 업무협약(MOU)도 추진하고 있다.”
UAM 시대 도래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UAM 시대 구축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UAM 기체 및 통합 운용의 안전성 확보와 대중의 사회적 수용성 확보다. UAM은 하늘을 나는 모빌리티로, 특히 도심의 밀집된 빌딩으로 인한 도심풍 등의 저고도 도심 기상 환경과 전파 교란 환경에서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어야 한다. 대중의 생활권에 근접해 운용하는 만큼 저소음 성능도 확보해야 한다. 충분한 저소음 운용 성능을 확보하지 못하면 도심 운용 불가 또는 운용 빈도 제한 및 사회적 민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런 기술력을 확보해 대중이 UAM을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술 인증 등 안전 시스템을 만드는 동시에 UAM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UAM 관련 법·제도 등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UAM과 기존 대중교통과 환승 체계도 준비해야 한다. UAM 경제성 확보도 중요하다. 대중이 쉽게 이용 가능한 택시 수준의 이용 요금으로 경제성을 확보해야 한다. UAM이 부유한 사람들만의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아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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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Part 1. 하늘길로 출근하는 시대 열린다
①현실로 다가온 ‘하늘을 나는 자동차’의 시대
②[Infographic] 미래 항공 시장 이끌 AAM
Part 2. 플라잉카, 어디까지 왔나
③[Interview] 발키즈 사리한 에어버스 UAM전략 이행·파트너십 부문 총책임자
④[Interview] 후쿠자와 도모히로 스카이 드라이브 최고경영자(CEO)
⑤[Interview] 전기비행기 배터리 개발 스타트업 모비우스에너지 최유진 대표
⑥UAM 시장 공략 선두 완성차 업체 현대차·지리차
Part 3. 전문가 제언
⑦[Interview] 앤드루 모리스 러프버러대 교수
⑧[Interview] 정기훈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스마트항공모빌리티 선행연구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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