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이익 韓화이자도 직원들 짐 싼다".. 글로벌 제약사 해고 칼바람
6개 영업조직 4개로 줄이고 비대면 확대
"희망퇴직 아닌 정리해고 될 것" 우려
스위스 노바티스 인력감축 계획 발표
항암제사업부문 이끌던 신수희 대표 사직
“조직 개편으로 희망퇴직 대상자가 50~70명으로 늘어날 것이란 말도 있다. 희망퇴직이 아니라 정리해고다.”
한국화이자가 지난 5일 발표한 조직 개편안과 관련해 부장급 한 직원은 8일 이렇게 말했다. 한국화이자가 발표한 조직개편안은 현행 6개인 영업부서를 4개 팀으로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팀을 줄이는 만큼 인력 감축은 수순이라는 것이다.
인력 감축은 한국화이자만의 일이 아니다. 화이자는 올해 들어 브라질과 인도에서 326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화이자 외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에서도 칼바람이 불고 있다. 스위스 제약사인 노바티스는 지난 4월 전 세계 직원 10만8000명 중 8000명을 줄인다고 밝혔다. 미국발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우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경제 여건 악화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한국화이자, 지난해 1.7조 매출에도 조직개편
한국화이자가 발표한 조직 개편안을 보면 영업부서를 6개에서 4개로 줄인다. 거래처 병원들을 매출 규모에 따라 순위를 매긴 후 매출 상위 70%는 1팀, 70~90%는 2팀, 남은 하위 10%는 3팀으로 두고, 4팀은 의약품 전문지식을 전달하는 ‘영업지원팀’이 된다. 실적이 저조한 3팀은 100% 비대면으로만 영업하게 하도록 했다.
한국화이자 직원들은 회사가 조만간 ‘희망퇴직’ 명분으로 직원들을 정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화이자의 한 직원은 “10~15명 정도가 퇴직 대상자가 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 숫자가 50~70명으로 늘어나면 정리해고나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한국화이자 전체 직원은 423명으로, 희망퇴직 대상자가 70명이라면 전체 직원의 5명 중 1명이 퇴사한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한국화이자의 조직개편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국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로 지난해 1조69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2020년(3919억원)과 비교해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런 실적 성장세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화이자는 지난 5월 브라질 지사에서 126명, 6월에는 인도 지사에서 20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 스위스 노바티스, 8000명 해고 결정
다른 글로벌 빅파마도 대규모 인원감축에 나서고 있다.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는 지난 4월 앞으로 전 세계 직원 10만8000명 중 8000명을 줄이겠다고 발표하고, 지난달 스위스 바젤의 본사 직원 1400명을 내보냈다. 이는 본사 전체 직원(1만1000명)의 12.7%에 달한다.
노바티스의 지난해 순이익은 240억달러(약 31조원)로 화이자, 존슨앤드존슨(J&J) 등을 뛰어넘는다. 하지만 화이자 등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쟁에서 뒤처진 가운데, 일부 신약이 임상에 실패하면서 경영진의 사업 개선 압박이 커졌다고 한다.
이 회사는 영국 공장 매각 작업에 착수하는 한편, 복제약(제네릭) 사업 부문을 담당하는 자회사 산도즈도 매각을 추진 중이다. 제약 사업부와 항암 사업부도 하나로 통합하기로 했다. 이는 한국 지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장 한국노바티스 항암제 사업부문을 이끌었던 신수희 대표가 최근 퇴사했다.
◇ 4700여명 외국계 제약사 직원들 ‘긴장’
업계 1, 2위를 다투는 화이자와 노바티스에서 인력 감축 얘기가 나오자 외국계 제약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잔뜩 긴장한 분위기다. 글로벌 상위 13개 제약사 한국법인에 근무하는 직원은 4700여명에 이른다.
전국제약바이오노조(NPU) 강승욱 사무국장은 “다국적 제약사의 인사 노무는 국내 노동법을 무시하며 글로벌 본사 지시에 일방적으로 따르는 경우가 많았다”며 “(화이자의 경우) 한국에서만 지난해 1조원 넘게 돈을 벌었으면서 일방적으로 해고하는 것은 묵과해선 안 된다”고 했다.
글로벌 화이자는 조직 개편의 이유를 “디지털 세상에서 의료 전문가들의 요구를 만족시키려면 인력 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서는 글로벌 경제 위기에 선제 대응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던 때 풀린 돈을 각국 정부가 금리를 올려 다시 흡수 중인 탓에 기업들 자금줄이 마르고 있다”며 “테슬라마저 전체 직원들 중 10%를 해고하겠다 선언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인데 제약·바이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금처럼 경기가 위축될 때는 직원들을 내보내 고정비를 줄이는 것이 기업이 쓸 수 있는 가장 쉬운 대응법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화이자 측은 “인력 재분배를 진행 중이나, 인원 감축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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