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모독'했는데 '관객덕분'에?
[앵커]
관객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물을 끼얹는 등 파격적인 방식으로 유명한 연극 '관객모독' 기억하시나요?
8, 90년대 인기작이었던 이 작품은 재정적인 문제로 8년간 사라졌는데 최근 한 '관객'의 후원으로 다시 무대에 올랐습니다.
신웅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 연극 : 관객모독 / 서울 대학로 아티스탄홀 / 10월 10일까지
201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스트리아 출신 피터 한트케가 지난 1966년 발표한 '관객모독'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77년에 초연됐고 이듬해부터 극단76의 대표작으로 꾸준한 인기를 누렸습니다.
온갖 말장난과 언어유희로 관객을 조롱하며 연극이라는 장르 그 자체를 비트는 작품입니다.
연극계의 고질적인 재정난에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면서 '관객모독'은 지난 8년간 대학로 무대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부산에서 개인 사업을 하는 60대 여성 김 모 씨가 최근 극단으로 연락해 3천만 원을 쾌척했습니다.
[김 모 씨 / '관객모독' 후원자 : 36년 전에 연극을 대학로에서 보게 됐는데 너무 충격적으로 다가왔어요. 너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고 많이 사람들이 접해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연극의 3요소를 배우, 희곡, 관객이라고는 하지만 이 같은 사례는 연극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
관객을 모독한다는 제목의 연극이 역설적으로 관객의 후원 덕분에 살아나면서 극단은 새로운 동력을 얻었습니다.
[기국서 / '관객모독' 연출 : 남쪽에서 귀인을 만났다는 생각이었죠. 꼭 돈만이 아니더라도 유대감이 굉장히 높아지고 작업을 함부로 할 수 없게 되는 좋은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끝내 실명 밝히기를 거부한 후원자의 유일한 바람은 이 작품을 계속 보는 것뿐입니다.
[김 모 씨 / '관객모독' 후원자 : (서울에) 3번 올라갈 거고요. 트리플 캐스팅이니까 각 배우들의 공연을 보고 싶거든요. 어떻게 언어를 파괴했는지 어떻게 유희를 했는지 되게 궁금해요.]
YTN 신웅진입니다.
YTN 신웅진 (ujshi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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