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잡다 침체 올텐데" 외신기자 질문에..되레 면박 준 대통령?[대통령의 연설]
'박정희 대통령의 성평등 인식은?' '이명박 대통령이 기억하는 현대건설은?'…'대통령의 연설'은 연설문을 통해 역대 대통령의 머릿속을 엿보는 연재기획입니다.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에 남아 있는 약 7600개 연설문을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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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경제위기의 중심에 섰던 것은 1980년대 초반까지 시간을 한참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당시 정권은 물가를 잡는 데 혈안이 돼 있었고 수년 뒤에는 이를 통해 경제호황을 이끌어냈다며 자축하기도 했는데요. 물가와 치열한 전쟁을 벌였던 마지막 대통령의 연설들을 통해 당시 경제 상황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장악해나가던 1980년대 초반은 2차 오일쇼크에서 비롯된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지던 시절입니다. 통계청 소비자물가조사에 따르면 한동안 10%대를 유지했던 물가상승률이 1980년 28.7%, 1981년 21.4%를 기록했을 정도죠.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총력을 다했던 전 전 대통령 모습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게 '물가 오름세 심리'란 용어입니다. 1982년에 접어들어 전 전 대통령은 연설에서 이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요. 그해 12월16일 '민주정의당연수원 활동장교육 총재특강'에서 전 전 대통령은 "물가오름세 심리, 외국어로 인플레 심리다. 영어를 잘 모르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내가 '물가오름세심리'라고 붙인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해방 후 지금까지 매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물가가 올랐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래서 경제전문가나 기업을 하는 사람이나 국민이나 물가가 오르는 것은 정상이고 오르지 않는 것은 비정상적이다, 물가는 올라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용어를 만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앞서 7월 '진해 특별기자회견'에서는 " 우리가 우려해야 할 '인플레'는 우리의 경제 현실 속에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우리의 마음 속에 내재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라며 "그러므로 우리 모두는 '물가의 오름세 심리'를 불식시켜 우리 경제의 안정 기반을 한층 더 견고히 하는 데 노력해야겠다"며 경계감을 드러냈습니다.
당시 물가안정화 노력은 결과론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둬 훗날 노태우 전 대통령이 5공화국의 대표적 성취로 언급할 정도였습니다. 이 같은 자신감이 잘 드러나는 장면이 연설문 기록에도 남아 있는데요.
1982년 2월 '미국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지와의 회견'에서 전 전 대통령은 기자로부터 '물가안정을 위해 어느 정도까지 실업과 성장 감퇴를 받아들일 용의가 있냐?'라는 질문을 받고는 곧장 "우선 귀하의 질문에 내포되어 있는 기본 전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문제를 단기적으로 본다고 해도 귀하가 말하는 것처럼 고용과 인플레 간에는 큰 상충적인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답변했습니다. 전 전 대통령은 이어서 "인플레를 감수한다고 해서 고용이 반드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작년 우리나라의 인플레율은 금년의 인플레율보다 최소 2배 이상이나 되었는데 작년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5.2%였고 금년의 실업률은 그보다 오히려 낮은 5%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외신기자 질문은 경제학 이론에 근거한 상식적 내용으로 저런 취급을 받을 정도는 절대 아니었는데요. 전 전 대통령의 말처럼 경제학 이론이 꼭 현실에 들어맞는 것은 아니니 양쪽 모두 틀린말은 아닌 상황입니다. 다만 교과서적 질문 내용에도 정면으로 반박할 정도로 전 전 대통령은 인플레 이해도에 자신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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