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재세 논란③]고유가 속 나홀로 호황 '정유업계' 직접 겨냥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고유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정유업계가 나홀로 초호황을 누리면서 '횡재세(Windfall tax)' 도입 여부에 대한 국민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영국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기업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기름값이 폭등해 벌어들인 수익에 대해 횡재세를 걷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예상치 못한 기업의 이윤을 거둬들여 국민에게 다시 분배해 물가 상승 부담을 줄여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어서다.
9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국내 휘발유 및 경유 평균 판매 가격은 여전히 리터(ℓ)당 21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이달 1일부터 유류세 인하폭을 30%에서 37%로 확대했지만, 추가 인하 직전인 지난달 30일과 비교해 8일 오후 기준 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당 43원, 경유는 28원 내리는데 그쳤다. 이에 소비자들은 기름값 하락을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고유가 속에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두고 있는 정유사들에게 횡재세를 부과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횡재세 도입 여부는 정치권에서 먼저 검토 중이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법인세를 추가 과세하는 방식으로 법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유류세 법을 개정해 휘발유·경유 가격 인하를 추진하는 한편, 정유업계에 초과 이익을 환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달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고유가 상황으로 인해 역설적으로 정유업계는 역대 최대실적을 달성했다. 1분기 영업이익은 거의 3배 가까이 늘었고, 최대 규모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정유업계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은 석유·가스 기업에 이른바 '횡재세'까지 논의될 정도고, 미국 바이든 대통령도 석유 기업들이 '돈을 많이 벌어들였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정유 4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을 합하면 무려 4조7668억원에 달한다. 서민들은 리터당 2000원 기름값을 감당하지 못해 고통받는 사이에 대기업 경유사는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었던 것"이라며 "정유사들이 기금으로 내든지 아니면 마진을 줄이라고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도 정유사가 고통 분담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권 원내대표는 같은 달 23일 "정부는 세수 부족 우려에도 유류세 인하 폭을 최대한 늘렸다"면서 "정유사들도 고유가 상황에서 혼자만 배 불리려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내 정유사들은 국제유가 급등과 정제마진 강세로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올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역대급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년 동기 대비 152% 증가한 1조2740억원이다. 에쓰오일 영업이익은 91% 늘어난 1조878억원으로 예상된다. BNK투자증권 등 증권업계는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을 7380억원, 507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95%, 91% 증가했을 것으로 관측했다.
그러나 정유업계는 사상 최대 이익을 거뒀다는 이유로 정유사들이 횡재세 부과 대상이 된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석유제품의 70%가 수출이고, 내수용은 30% 정도 되는데, 이 중 초과이윤을 얼마로 볼 것이냐에 대해서는 명확치 않다"며 "횡재세 혹은 초과이윤세를 적용한다면 30%에 해당하는 부분에 부과해야 한다. 영업이익 1조이면 이 중 3000억원에 대해 부과할텐데, 초과이윤에 대한 세금을 매기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정유사가 적자일 때 손해를 정부가 보전해주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석유제품의 60% 이상을 수출하고 있는데, 초과이익을 환수하겠다는 것은 내수에서 이익을 내는 부분"이라며 "그러나 정유사는 휘발유 혹은 경유 유종 하나만 잘라서 원가 산정이 안된다. 원가 산정이 어렵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유사들의 대규모 투자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불과 2년 전에는 적자를 봤다. 이제 수익으로 적자를 메운 상황인데, 올 하반기 수조원 규모 프로젝트에 투자여부를 결정한다"며 "정유사들이 투자를 안하면 뒤쳐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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