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당 대표' 권한 놓고 맞붙은 권성동 · 이준석..'징계처분권'은 누구에게?
현직 당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가 내려진 초유의 사태 6시간 만에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직무대행 체제 돌입을 선언했습니다. 불과 그 1시간 전 인터뷰에서 '대표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이 대표의 울분 섞인 불복 선언을 "징계 효력이 이미 발생했다"며 일축했습니다.
"당 윤리위는 국가로 이야기하면 사법부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법부에 해당하는 윤리위 결정에 대해선 수용할 수밖에 없다, 수용해야 한다."
하지만, 당내 사법부인 윤리위의 결정, 또 그 근간이 되는 당의 헌법과 법률, 당헌·당규의 해석을 놓고 이 대표와 권 원내대표 측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권 원내대표 측은 징계위 의결 즉시 이미 이 대표는 대표 권한이 박탈됐다며 이 대표 주장의 근간을 흔들고 나섰습니다. 이 대표는 더 이상 대표가 아니기 때문에 징계 처분을 취소하거나 정지할 권한도 없다는 것입니다.
② 위원회의 징계 의결에 따른 처분은 당 대표 또는그 위임을 받은 주요 당직자가 행한다.
당 윤리위 규정은 '당 대표' 또는 '위임을 받은 주요 당직자'를 징계처분권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자신이 대표이기 때문에 징계의 처분권 또한 자신에게 있으며 스스로 징계의 처분을 보류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은 반면, 권 원내대표 측은 '위임을 받은 주요 당직자'인 이양희 당 중앙윤리위원장이 이미 이 대표 징계처분권을 행사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양희 윤리위원장에게 대체 누가 징계처분권을 위임해줬다는 것일까. 당무감사 업무를 했던 한 관계자는 "관행상 당 윤리위원장에게로 징계 처분 권한이 넘어가는 것으로, 당 대표가 따로 권한을 위임해주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특히 "당 대표가 징계 대상이 되는 이번과 같은 경우엔 특히 당 대표가 아닌 이양희 윤리위원장이 징계처분권을 위임받는 것이 맞는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대로,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윤리위는 당의 하부 기관 중 하나"라며 "징계처분권을 위임할 권한 자체가 당 대표에게 있기 때문에, 당 대표가 사전에 징계처분권을 이양희 위원장에게 공식적으로 위임했어야 권 원내대표 측 주장이 성립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같은 징계 처분 자체에 심각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것입니다.
① 징계는 제명, 탈당 권유, 당원권 정지, 경고로 구분한다.
② 당원에 대한 제명은 위원회의 의결 후 최고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확정하며, 국회의원에 대한 제명은 위원회의 의결 후 의원총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확정한다.
③ 탈당 권유의 징계 의결을 받은 자가 그 탈당 권유 의결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탈당신고서를 제출하지 아니할 때에는 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지체 없이 제명 처분한다.
④ 당원권 정지는 1월 이상 3년 이하의 기간을 정하여 한다.
⑤ 정당한 사유 없이 당에서 실시하는 교육을 받지 아니하거나 1년 동안 당비를 3월분 이상 납부하지 아니한 당원은 위원회의 의결로 당원으로서의 권리 행사를 정지시킬 수 있다.
⑥ 징계 후 추가 징계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전 징계보다 중한 징계를 한다.
21조 ②항을 보면 가장 강력한 수준의 징계인 제명의 경우 최고위 의결을 거쳐 확정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그보다 낮은 수준의 징계의 경우 따로 최고위 의결 같은 추가 절차를 거쳐야 할 필요성이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때문에 제명보다 낮은 수준의 징계는 보통 윤리위 의결 즉시 그 효력이 발휘되는 것으로 봐왔고, 그것이 관행이라는 해석입니다. 특히, 이 관계자는 ③항의 제명 다음으로 강력한 징계인 '탈당 권유'의 경우 징계 의결 통지를 받은 뒤 10일 내로 탈당 신고서를 내지 않으면 위원회 의결 없이 제명 처분하는 것으로 돼있는 부분을 강조했습니다. 그 말인즉슨 징계 의결 즉시 탈당 권유의 효력이 발휘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당원권 정지와 경고 처분의 경우엔 '탈당 권유'보다 더 깊은 수준의 논의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일 테고, 징계위 의결 이후 즉시 효력이 발휘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라고 당 사무처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엇갈리는 해석에 대해 1995년에 이 윤리위 규정을 만드는 데 참여한 인명진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SBS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윤리위에서 결정한 순간 당원권 정지가 발효되는 게 맞는다"며 "당 대표가 자기 자신의 징계를 취소할 수는 없다"는 해석을 내놨습니다.
⑥ 징계 후 추가 징계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전 징계보다 중한 징계를 한다.
당 사무처 관계자는 해당 조항에 따르면 당원권 정지 6개월 기한이 만료된 뒤라도 이 대표에게 불리한 검경 수사 결과가 나오면 추가 징계를 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① 다음 각 호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자는 기소와 동시에 당내 각종 경선(국회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 후보자 선출을 위한 선거 제외)의 피선거권 및 공모에 대한 응모 자격이 정지되고 당협위원장 및 각급 당직을 맡고 있는 자는 그 직무가 정지된다.
1.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범죄
2. 강제추행·공연음란·통신매체이용음란·성매매알선 등 성범죄, 사기, 공갈, 횡령·배임, 음주운전, 도주차량운전, 아동 및 청소년 관련 범죄 등 파렴치 범죄
3. 뇌물과 불법정치자금 공여 및 수수, 직권남용 등 부정부패 범죄
국민의힘 당규상 '성범죄'와 관련해 기소되면 기소와 동시에 당내 각종 경선 피선거권 등이 제한되고 직무가 정지됩니다. 경찰은 일단 시효가 다 한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에 대해 포괄일죄(여러 개의 행위가 포괄적으로 1개의 구성 요건에 해당하여 1개의 죄를 구성하는 것)를 적용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대표의 성 상납 혐의가 수사기관에서 입증될지, 또 입증된 혐의를 '성범죄'로 분류할 수 있을지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를 살펴본 뒤 당 관계자에게 "규정이 너무 성겨서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많은 것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이 관계자는 "재량의 범위가 넓어서 엉성해 보이지만 나름 다양한 지도부와 정치인들의 고민과 욕심이 녹아 있는 것"이라며 "권 원내대표든 이 대표든 단순히 정치적으로만 밀어붙일 순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성 상납과 증거 인멸 교사 의혹의 폭로 배경을 놓고 각종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한 상황에서 '관행이 그러하다'는 이유로 권 원내대표 측이 내놓은 당헌·당규 해석을 이 대표가 쉽사리 받아들일 리는 만무해 보입니다. 어제 당원 가입을 촉구하는 내용의 글을 올린 뒤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은 이 대표가 공을 어디로 넘길지 눈길이 쏠리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이현영 기자leeh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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