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흑화' 시동거나..벼랑 끝 의미심장 행보
(시사저널=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불복' 의사를 천명한 가운데 연일 의미심장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자신의 핵심 지지층인 2030을 향한 여론전에 시동을 거는 동시에 '이준석 지우기'에 나선 움직임에 반격 태세를 드러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의 징계 의결이 이뤄진 전날 페이스북에 디즈니 영화 포카혼타스의 OST '바람의 빛깔'(Colors of the Wind) 번안곡 유튜브 영상을 링크했다. 이 대표는 영상 속 '달을 보고 우는 늑대 울음소리는 무얼 말하려는 건지 아나요'라는 특정 가사 부분을 캡처해 올렸다.
노래는 '자기와 다른 모습 가졌다고 무시하려고 하지 말아요', '얼마나 크게 될지 나무를 베면 알 수가 없죠', '아름다운 빛의 세상을 함께 본다면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어요' 등 가사를 담고 있다.
이 대표가 4년 만에 '바람의 빛깔'을 재소환 한 것은 고립무원 처지에서 중징계 철퇴까지 맞은 상황과 연일 커지는 당내 압박을 에둘러 표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이 곡은 이 대표가 바른미래당 소속이던 2018년 6·13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낙선한 뒤 안 의원을 겨냥하며 꺼냈던 노래이기 때문이다. 당시 이 대표는 '유승민계'와 '안철수계' 간 극심한 공천 갈등을 겪었고, 끝내 '0선' 간판을 바꾸는 데 실패했다.
바른미래당 노원병 당협위원장이었던 이 대표는 낙선 이후 방송을 통해 공개편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안 의원을 저격했고, 그 때 활용한 노래가 바로 바람의 빛깔이다.
이 대표는 당시 공개편지에서 "저는 물론 실력이 부족해 낙선했지만, 우리 상계동의 구의원·시의원 후보들이 불필요한 공천 파동 속에 억울하게 주민들께 봉사할 기회를 잃었다는 생각에 아직 저는 밤잠을 설친다"며 "다시는 누군가가 황당한 아집으로 우리가 같이 정치하는 동지들과 그 가족들의 선한 마음에 못을 박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노래 한 곡을 신청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부 호사가들의 정계 은퇴와 같은 이야기는 흘려들으시고 안철수의 변화된 모습을 바라는 민심에 주목해서 앞으로 우리 바른미래당의 화합을 위해 더 큰 정치 해주시리라 믿고 응원한다"는 묘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 대표의 이번 언급이 '안철수 당 대표-장제원 사무총장' 관측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날 JTBC는 이 대표의 중징계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7억원 투자 유치 각서'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과정에서 협상 카드로 활용됐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이 지난 1월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 장아무개씨를 만나 '성상납이 없었다'는 사실 확인서를 받으면서 '7억원 투자를 유치해주겠다'는 증서를 써줬는데, 이 각서가 '윗선'인 윤 후보 측 인사에게 전달됐고 후보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거론됐다는 내용의 음성 파일이 나온 것이다.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대응책 마련을 고심 중인 이 대표는 자신의 SNS에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자신의 지지 기반인 2030 청년층의 당원 가입을 독려, 여론을 결집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초유의 당 대표 징계 결정 직후 '직무대행 체제'를 선언한 권성동 원내대표는 거듭 이 대표의 징계 수용을 압박하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TV조선 9시 뉴스에 출연해 "경제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출범한 지 두 달 된 윤석열 정부와 하나로 단합해서 성공할 수 있도록, (정부를) 뒷받침 하도록 당이 역량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며 "(이 대표가) 윤리위 결정을 수용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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