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원 뚫린 환율]'반사이익' 자동차·가전조차..대응에 '진땀'

이인준 2022. 7. 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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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환율 상승, 수출 호재지만 시장 환경 녹록지 않아
제품 수출서 남겨, 원자재 수입에서 까먹을 수도
환율 급등이 물가 상승도 부추겨…소비 둔화 우려도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상반기(1~6월) 무역수지가 역대 최대 규모인 103억 달러 상당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밝혔다. 이날 오전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2.07.01. yulnet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인준 정윤아 기자 =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약 13년 만에 1300원 선을 넘나들며 산업계에 깊은 시름을 안겼다.

일반적으로 원화 약세는 자동차, 가전 등 수출품의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등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수요 둔화 우려가 커져 이들 업종조차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반도체, 車·가전 등 단기적으로는 호재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으로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조선·가전 등의 업종은 단기적인 호재가 기대된다.

무협이 지난해 8월 발간한 '원화 환율 변동이 우리 경제 및 제조업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원화 가치가 10% 하락하면 기계장비(3.5%p), 컴퓨터·전자·광학기기(2.5%p), 운송장비(3.5%p) 순으로 영업이익률 상승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의 경우 수출입 대금을 달러로 결제하는 비중이 높아, 보유한 달러의 가치가 상승하며 회계상 환차익을 보는 구조다.

수출 경쟁력도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특히 생산한 차량의 절반을 수출하는 자동차 업계도 원화 약세를 통해 얻은 가격 경쟁력을 기대하고 있다. 기아 주우정 부사장은 지난 4월 실적발표 콘퍼런서콜을 통해 지난 1분기 기준 외화 보유액이 220억 달러 이상이며, 환율 상승으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 돈으로 바꿀 때 1달러에 1000원 받던걸 1300원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수출을 많이 하는 우리 입장에선 환율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매출이 늘면 적극적인 판촉 활동에 나설 수 있다. 또 대금을 달러로 지급 받아 수익을 다시 원화로 바꾸면 그만큼 환차익이 생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 학과 교수는 "환율이 오르면 수출을 많이 하는 자동차회사에 도움이 된다"며 "하반기에 현대차 기아도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가전 업계 역시 수출에서 일부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다.

‘환율상승=수출기업 호재' 단순 도식은 옛말

하지만 일반론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은 가격 경쟁력 측면을 상쇄하고도 남을 부정적 측면이 더 강하다고 산업계는 보고 있다. 원자재 등 수입 측면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인플레이션은 단순히 한두 품목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환율 상승이 긍정적 상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게 산업계가 가진 공통적인 불안이다.

전 세계적으로 얽히고설킨 공급망은 코로나19, 전쟁 등의 영향으로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어 기업들의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주로 원자재를 반입해 반제품이나 완제품 형태로 수출하는 것이 일반적인 구조다. 제품 수출에서 남아도 원자재 수입에서 까먹는 것이다.

고유가 상황에서 자동차 등처럼 친환경차 수출과 같은 반사이익 기대 업종도 있다. 다만 그마저도 물류 상황이나 금융 등 각종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하는 탓에 환율 인상이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기아 주우정 부사장은 "재료비 변동폭이 커진다는 것은 시장에 어려움이 발생한다는 말이고 환율의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긴장감도 팽배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최근 발표한 '2022 하반기 수출 전망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 150곳 평균 수출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적정 원·달러 환율 수준은 1206.1원이다. 이미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를 넘나들어 업종에 따라 수익 악화를 경험하고 있는 기업이 적지 않다.

고환율, 물가 상승에 ’기름‘ 부을 수도…실적 전망도 잿빛

더구나 환율 급등세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원자재, 곡물가 등이 줄줄이 오르는 가운데 환율마저 수입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원가 부담을 이유로 기업들이 제품 가격에 전가하기 시작하면 소비 심리가 저하하면서 기업들은 판매 부진에 빠질 수 있다. 제품가 인상은 또다시 우리나라 제품의 경쟁력 약화로 나타나 수출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된다.

원가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도 쉽지 않아 설령 환차익을 보더라도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가 지난 4월 공개한 '환율변동 이 산업별 손익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은 생산비용 등을 감안해 최종 제품가격을 스스로 결정하기보다는 수시로 반영되는 시장 수급 여건과 향후 전망 등이 가격을 결정한다. 수요 산업인 TV, 스마트폰 등이 최근 출하량 감소 우려가 커진 가운데 공급 가격에 대한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는 편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ijoinon@newsis.com, yoon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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