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또 봉쇄될라..中 시안 대학생들 한밤 탈출 행렬

김지성 기자 2022. 7. 9.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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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중국 산시성의 성도인 시안에선 한밤중에 긴 도보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손에는 저마다 여행 가방이 들려 있었습니다. 피란 행렬을 방불케 했습니다. 시안을 하루빨리 떠나려는 대학생들이었습니다. 대중교통이 끊긴 늦은 시간이라 이들은 걸어서 공항으로, 기차역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날 시안시 방역 당국은 이튿날인 6일부터 일주일간 시 전역에 임시 통제 조치를 시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시내 초·중·고교는 예정보다 일찍 방학에 들어가고, 대학은 폐쇄 관리되며, 식당에서는 식사가 금지된다고 했습니다. 주점과 레저·체육 시설, 도서관, 박물관, 영화관 등 다중 이용 시설은 일주일간 문을 닫도록 했습니다.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시안에서 나온 코로나19 누적 감염자는 18명. 20명도 채 안 되는 감염자가 나왔는데도 인구 1,300만 명의 대도시에 대해 폐쇄 관리에 들어간 것입니다. 당국은 오미크론 하위 변이가 발견됐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도시가 봉쇄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시민들은 믿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진시황 병마용 등으로 유명한 시안은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전면적 도시 봉쇄 조치가 내려져 시민들의 외출이 금지됐고, 지난 4월에도 도시가 부분 봉쇄됐습니다.
 
지난 5일 밤 시안의 대학생들이 걸어서 공항과 기차역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 (출처=더우인)
  

대형 소독차 수십 대 동원…에어컨 장착한 방역복까지 등장

 
상하이와 베이징 등을 휩쓴 뒤 잠시 주춤해지는가 싶었던 코로나19가 중국에서 다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안후이성과 장쑤성, 산둥성 등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고, 상하이에서도 또 감염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미크론 하위 변이가 베이징을 비롯해 곳곳에서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여전히 고강도 방역 정책, 이른바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중국에선 최근 보기 드문 장면들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장쑤성 우시에선 대형 소독차 수십 대가 동원돼 일제히 소독약을 뿌리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장쑤성 우시에서 소독차들이 거리에 소독약을 뿌리는 장면 (출처=웨이보)
 
에어컨을 장착한 방역복도 등장했습니다. 찌는 듯한 폭염 속에서도 중국에선 매일같이 대규모 PCR 검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짧은 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란 방증이기도 합니다.
 
방역 요원이 에어컨을 장착한 방역복을 입고 PCR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웨이보)
  

베이징 백신 접종 의무화 논란…"미접종 노인 복리 혜택 중단"

 
수도 베이징에선 백신 접종 의무화 논란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앞서 베이징시는 오는 11일부터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 공공장소 출입을 금지한다고 전격 발표했습니다. 백신 미접종자는 학교, 도서관, 박물관, 영화관, 미술관, 문화관, 체육관, 헬스클럽, PC방 등을 들어갈 수 없도록 제한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시설들을 이용하려면 백신 접종 확인서를 제시하도록 했습니다.

베이징의 지방자치단체는 한술 더 떴습니다. 중국 방역 정책의 특성 중 하나는, 중앙정부나 시 방역 당국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아래로 내려갈수록, 지방으로 갈수록 더 엄격해진다는 것입니다. 방역 실패 책임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이 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베이징의 한 마을위원회는 '60세 이상 노인이 백신을 접종하지 않으면 가족에 대한 복리 혜택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겠다'고 통지했습니다. 생수, 명절 때 제공되는 쌀·면·기름, 70세 이상 노인 지원, 빈곤 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베이징의 한 마을위원회는 60세 이상 노인이 백신을 접종하지 않으면 복리 혜택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네티즌들은 반발했습니다. '백신 접종자의 기준이 뭐냐, 3차 부스터샷까지 접종해야 하느냐', '미성년자도 포함되느냐', '당장 백신을 맞지 않은 학생들은 학교를 가지 말라는 말이냐' 등의 항의가 이어졌습니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온 교민과 유학생 등 중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미 외국산 백신을 맞았는데, 문제는 중국 방역 당국이 운영하는 건강 코드에 외국산 백신 접종 기록은 등록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외국산 백신 접종자가 중국산 백신을 다시 맞아야 하느냐'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외국산 백신과 중국산 백신을 교차 접종했을 경우 부작용이 없다는 보장도 없다는게 문제입니다.

논란이 확산하자 베이징 방역 당국은 한발 물러섰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 방역 당국 관계자는 관영 매체와 인터뷰에서 "백신 접종은 자율 원칙에 따른다"며 "베이징 시민들은 엄격한 체온 측정과 72시간 내 PCR 검사 음성 증명서가 있으면 공공장소 출입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논란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베이징의 일부 오피스 빌딩은 이미 백신 미접종자의 출근을 금한다고 통지한 상태입니다. 일부 네티즌은 "상부의 지시가 철회되지 않으면 각 기관과 시설은 규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오히려 혼란만 가중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베이징 당국은 아직 구체적인 지침은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 의무화를 유지할지, 아니면 철회할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비판은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지성 기자jis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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