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사인은 과다출혈..두 번째 총격 왜 못막았나
(시사저널=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유세 도중 총격을 받고 사망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사인은 총상에 의한 과다출혈로 확인됐다. 아베 전 총리가 두 번째 총격을 피했다면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현지에서는 경호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진다.
9일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는 전날 오전 11시30분께 나라현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지역 앞 거리에서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가두 유세를 하던 도중 야마가미 데쓰야(41)가 쏜 총에 맞고 쓰러진 뒤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오후 5시3분께 결국 숨졌다.
사인은 좌측 쇄골 아래 동맥 손상에 따른 과다출혈로 판명났다. 부검을 마친 아베 전 총리의 시신은 도쿄 자택으로 옮겨졌다. 고인의 장례는 오는 12일께 치러질 전망이다.
8년8개월이라는 최장수 재임 기록을 가진 전직 총리이자, 일본 정치권의 상징적 인물인 아베 전 총리는 사망 당일에도 선거를 앞둔 자민당을 지원하는 유세를 펼치고 있었다. 이 유세 현장에서의 짧은 몇 마디가 그의 마지막 공개 발언이 됐다.
현지 언론은 총격 당시 영상 분석과 목격자,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아베 전 총리의 죽음이 '경호 실패'에서 기인했다는 분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아베 전 총리가 사방이 뚫린 곳에서 단상에 올랐음에도 뒤편에서 다가오는 총격범을 그 누구도 제지하지 않는 등 경계가 매우 허술했다는 것이다. 경호가 뚫린 탓에 야마가미는 유유히 유세 단상 쪽으로 다가갈 수 있었고 불과 7~8m 근접 거리에서 아베 전 총리를 향해 발포했다.
요인 경호 전문가인 한 전직 경찰 간부는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왜 뒤쪽이 개방된 곳을 유세장으로 선택했나. (이런 장소에서는) 범인이 360도 어디에서도 저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며 "경찰관이 아베 전 총리를 향해 다가오는 용의자를 전혀 제지하지 않았다. 이것은 완전한 경찰의 실수"라고 지적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이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야마가미가 아베 뒤에서 천천히 다가가는 모습이 찍혀있지만, 총성이 울릴 때까지 그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다. 야마가미는 첫 발을 쏜 뒤 아베 전 총리에 더 가까이 다가가 한 발을 더 쏜 후에야 제압됐다.
처음 총성이 들렸을 당시 아베 전 총리는 놀란 듯 뒤를 돌아봤고, 두 번째 발사된 총을 맞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야마가미가 첫 발을 쏜 직후에라도 그를 제지했거나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즉각 경호에 들어갔다면 목숨을 잃지는 않았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일본 경찰에 따르면, 현장엔 나라현 경찰관과 요인 특별 경호를 담당하는 경시청의 'SP(Security Police)' 요원도 있었다. 경찰은 사건 당시 구체적인 경비 인력 상황을 밝히지 않았지만, SP 1명과 나라현 경찰의 사복 경찰관 등 수십 명이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비 병력은 아베 전 총리를 중심으로 사방 360도에 위치해 있었지만 범행을 저지하지 못했다.
일본 경찰청은 사건 당시 경비 태세에 문제가 없었는지 검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경호 실패로 전직 총리가 유세 도중 사망하는 최악의 총기 테러 사건으로 이어진 만큼 후폭풍은 상당할 전망이다.
한편, 아사히신문 등은 야마가미가 경찰 진술에서 자신의 어머니가 심취한 종교 단체와 아베 전 총리가 연관된 것으로 생각해 살해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용의자는 정치적으로 우익 성향인 아베 전 총리를 노린 확신범이 아니라 개인적인 이유로 행동한 '외로운 늑대'(단독으로 행동하는 테러리스트)라는 분석이 나온다.
야마가미는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가 (종교)단체에 빠져들어 많은 기부를 하는 등 가정생활이 엉망이 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경찰은 야마가미가 총격에 사용한 검은 테이프로 감긴 사제 총을 압수하고, 정확한 제조 또는 습득 경위를 조사 중이다. 용의자는 "인터넷에서 부품을 사서 스스로 권총을 만들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그는 2002∼2005년 해상자위대에서 임기제 자위관으로 재직했으며 당시 소총의 사격과 해체 조립에 대해서 배운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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