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동맹 심화, 인도태평양, 쿼드.. '아베 외교'의 유산

김태훈 2022. 7. 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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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재임 시절 한국과는 '악연'이었고 중·일관계도 순탄치 않았으나 서방에선 "국제사회의 진정한 지도자"란 찬사를 받았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비전과 일본·미국·호주·인도의 협의체 '쿼드' 설립 등 아베 전 총리가 남긴 영속적 유산의 중요성을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아베 전 총리는 미·일동맹 심화가 일본 안보의 기틀이란 인식 아래 임기 내내 미국과의 밀착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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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트럼프와 교우하며 미·일관계 '밀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비전도 제시
바이든 "쿼드 등 아베의 유산 잘 계승해야"
2018년 6월 미국 워싱턴 백악관을 방문한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오른쪽)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귀속말을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재임 시절 한국과는 ‘악연’이었고 중·일관계도 순탄치 않았으나 서방에선 “국제사회의 진정한 지도자”란 찬사를 받았다. 특히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두 행정부를 거치며 아베 정권과 ‘밀월’로 불릴 만큼 가까이 지낸 미국은 “아베 전 총리의 유산(legacy)”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고인을 높이 평가하는 모습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8일 오후, 일본시간으로 9일 오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했다. 전날 아베 전 총리 사망 소식을 접한 뒤 추모 성명 발표, 주미 일본대사관 방문 및 조문, 모든 연방정부 기관들의 조기 게양 지시에 이어 4번째로 취한 조치다. 원래 바이든 대통령은 좀 더 일찍 통화하고 싶어했으나 일본시간으로 너무 깊은 밤이라 몇 시간 뒤로 미뤘다고 한다.

정상 간 통화 후 백악관은 보도자료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에게 아베 전 총리의 비극적이고 폭력적인 총격 사망에 분노와 슬픔, 깊은 애도를 표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과 미국 국민이 기시다 총리 및 일본 국민과 함께 애도하고 있음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비전과 일본·미국·호주·인도의 협의체 ‘쿼드’ 설립 등 아베 전 총리가 남긴 영속적 유산의 중요성을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2016년 5월 일본 히로시마를 찾은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가 곁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원폭 피해자를 추모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 통화 내용에 아베 외교의 핵심이 모두 들어 있다. 아베 전 총리는 미·일동맹 심화가 일본 안보의 기틀이란 인식 아래 임기 내내 미국과의 밀착을 시도했다. 그는 2016년 당시 오바마 대통령을 히로시마로 초청해 원폭 희생자 위령탑을 참배토록 했는데 이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의 오명을 벗고 국제사회에서 ‘유일무이한 원폭 피해국이자 평화 애호국’이란 이미지를 굳히는 데 크게 기여했다. 2017년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로는 한 해에만 최대 5차례 정상회담을 가지며 신뢰관계를 구축한 끝에 경항공모함 건조 등 일본 군사력 확장에 대한 미국의 동의를 얻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서로 “도널드” “신조” 하고 이름을 부를 정도로 막역하게 지냈다.

아베 전 총리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이란 비전을 미국 측에 제시해 오늘날의 인도태평양 전략 수립에 선구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후 트럼프 행정부의 거의 모든 정책을 폐기하거나 수정하면서도 인도태평양 전략만은 그대로 계승해 중국을 겨냥한 포위 및 압박 정책을 펴나가고 있다.

지난 5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쿼드’ 4국 정상회의 참석자들이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왼쪽부터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도쿄=AFP연합뉴스
원래는 일본·미국·인도·호주 간의 느슨한 연락기구에 불과했던 쿼드의 위상과 존재감이 대폭 확대되는 과정에서도 아베 전 총리의 공로가 컸다. 오늘날 일본은 쿼드의 사실상 사무국 역할을 맡고 있으며 4국 정상회의가 정기적으로 열릴 만큼 비중있는 지역 다자협의체로 자리매김 했다. 이 또한 중국의 인도태평양 진출을 견제하는 성격이 짙다.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향후 평화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아베 전 총리의 유산을 어떻게 계승할지 논의했다고 백악관은 소개했다. 일각에선 아베 전 총리가 한동안 미·일동맹을 상징하는 인물로 남고, 또 일본은 물론 미국에서도 그를 기리는 각종 기념사업이 활발히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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