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경호 미스터리.. 뒷공간 방치해두고 첫 총성후 무대응 왜

도쿄/성호철 특파원 2022. 7. 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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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전 총리의 피격 현장. X표시가 아베 전 총리가 연설하는 위치. 큰 도로의 중앙에서 연설하고 있었고, 뒷편에는 넓은 공간이 보인다. 야미가미 용의자는 뒤편 보도에 있다가 아베 전 총리의 오른쪽 뒤편으로 걸어간 다음, 2발을 쐈다. /마이니치신문

왜 SP(스페셜폴리스)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피격을 막지 못했을까? 스페셜폴리스는 총리를 비롯한 일본 주요 인사를 경호하는 경시청의 조직이다. 8일 11시30분 아베 전 총리의 나라시 유세 연설 때 주변엔 나라시 경찰과 SP가 함께 경호를 맡고 있었다. 정확한 숫자는 공개되지 않지만, 피격 영상에서는 사복까지 포함하면 적지 않은 경호원이 아베 전 총리의 주변을 경호하고 있었다.

아베 신조(68) 전 일본 총리가 8일 선거 유세 도중 총에 맞아 쓰러져 심폐 정지 상태에 빠졌다. 사진은 총격 직전 연설 중인 아베 전 총리에 총을 겨누는 용의자의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피격 영상에는 아베 전 총리의 오른쪽 뒤편에서 살인 용의자인 야마가미 데쓰야가 접근하는게 보인다. 보도에 서 있다가 차도로 들어와, 성큼성큼 걸어왔고 7~8m 부근에서 조악한 총기를 꺼내들고는 조준 사격하 듯, 걸어서 앞으로 나오면서 두발을 쏜다. 두번째 총을 쏜 지점은 4~6m의 매우 가까운 지점으로 추정된다. 사제총인 탓에 첫발과 함께 꽤 많은 하얀 연기와 폭발음이 났다. 총소리와는 다른 폭발음이었기 때문에 주변에선 깜짝 놀라면서도 폭죽이나 장난감으로 순간 착각했다. 사망후 나라현립의과대학측은 총상이 2발이라고 밝혔다. 첫번째 총알도 아베 전 총리를 맞춘 것이다.

8일 오전 11시 30분쯤 나라현 나라시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 연설중이던 아베 전 일본총리를 산탄총으로 쏴 숨지게 한 용의자를 경호요원들이 뒤늦게 제압하고 있다./아사히신문 게티이미지

영상에서 아베 전 총리는 첫 폭발음이 날 때, 무심하게 뒤를 돌아본다. 총상 2발 모두가 아베 전 총리의 몸 앞쪽에서 나왔기 때문에 아마 돌아서면서 첫발을 맞았을 가능성이 있다. 두번째 총탄이 치명상이었을 가능이 크다. 아베 전 총리가 몸을 45도 이상 뒤로 돌린 상황에서 오른쪽 뒤편에서 계속 다가오던 용의자가 발포, 아베 전 총리의 심장에 도달할 정도의 상처를 냈다.

미스터리는 왜 SP가 이 정도의 피습을 막지 못했는가라는 대목이다.

첫번째는 방치된 아베 전 총리의 뒷 공간이다. 마이니치신문은 9일 현직 경찰 간부의 말을 인용, “연설 영상을 보면, 제복 경찰관이 적어 위험 인물이 근접할 공간이 넓게 비어있는 것이 보인다. 평소 경호 체제라면 생각하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정치인이 가두 연설할 때 경호는 일반적으로 전방에 모인 대중에 과격한 인물이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이날 아베 전 총리 상황은 전혀 달랐다. 큰 사거리와 같은 곳에 가운데 아베 전 총리가 서서 연설 중이었다. 아베 전 총리의 뒷편에는 넓은 공간이 있었고, 차량이 지나다닐 정도였다.

두번째는 첫발과 두번째 발포간 수초다. ‘타당’과 같은 연사가 아닌, 사제총으로 ‘탕’ ‘탕’이었고, 중간에 짧지만 수초의 시간이 있다. 용의자는 조준 사격하는 자세였다. 일반인이 경호했다면 당황했을테지만, SP는 전문가다. 첫 폭발음을 듣자마자, 아베 전 총리를 엎드리게 하거나, 뭔가를 해야 했다. 하다못해 용의자 쪽으로 누군가 뛰어들기라도 했다면 용의자가 두번째 총알로 심장을 정확하게 저격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총기 금지 국가인 일본인만큼, SP들조차 “총기에 의한 공격”을 상정치 못하고, ‘칼과 같은 무기’만을 생각했을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다.

세번째는 경시청이 “경호원의 숫자는 밝힐 수 없다”는 설명도 의문이다. 경호와 관련 정보를 외부 공개하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이번엔 이미 경호 실패로 최악의 결과가 나온 상황이다. “연설하는 정치인의 경호 어려움”을 얘기할 상황이 아닌 것이다.

SP는 당시 현장에 1명 밖에 없었다는 말이 일부에서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쿠시마현 경찰조사과 전직 경찰 출신인 아키야마 히로야스 씨는 9일 TV에 출연, “아베 전 총리가 현직이 아니기 때문에 경시청에서는 SP 1명만 보내고, 나머지는 나라현 경찰과 함께 경호하도록 했다. 만약 현직 기시다 총리였다면 주변엔 4~5명, 차내에도 대기하는 등 10여명이 있었지 않았을까. 인원 부족이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발언했다.

현재 일본은 참의원 선거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전국 각지에서 유력 정치인들이 가두 연설을 계속해야 한다. 참의원 선거는 10일이다. 만의 하나, 적정한 숫자의 SP 배치가 이뤄지지 않았거나, 나라현 경찰과 연계가 부족한 정황이 나온다면 일본 여론의 경찰 경호에 대한 비난은 극도로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

일본내에선 SP에 대한 비난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닛칸스포츠는 9일 전 도쿄도지사이자 국제정치학자 마스조에 요이치(73) 씨의 발언을 인용 보도했다. 마스조에 씨는 “일본은 총기 보유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SP도 총에 대한 대응보다는 말하자면 나이프같은 무기에 대한 방어를 주로 한다”며 “하지만 먼 거리에서 총격했다면 모를까, 매우 가까운 거리라면 SP가 방패가 되서라도 주요 인물을 경호하라고 배웠을 것이며, 특히 이번엔 1발째의 총탄때 바로 대응해, 범인을 억제하거나, 적어도 저격을 빗나가게만 했어도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배우 이시하라 요시즈미가 9일 TV에 출연, “도쿄에서 동행한 SP, 나라현의 경찰이 있는데도 360도 포메이션을 생각하지 않았고 후면을 보는 사람이 없었다”며 “야마가미 테츠야 용의자가 (보도에 있다가) 차도에 나와 범행을 저질렀는데 그렇게 움직이면 눈이 갈텐데도 한명도 그걸 안 봤다면 포메이션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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