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나의 것] 어느새 사이버렉카와 '공생관계'가 된 기성언론

김윤정 칼럼니스트 2022. 7. 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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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방탄소년단 리더 RM이 일반인 여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유튜브발 뉴스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이제는 기성 언론이 사이버렉카의 스피커 역할까지 자처한다.

사실 사이버렉카가 양산하는 루머 중 열애설은 귀여운 수준이지만, 기성 언론이 이를 받아 뉴스로 재생산하며 사이버렉카 채널의 영향력을 키워주고 있는 현 상황은 분명 짚어볼 필요가 있다.

조회수에 눈이 멀어 스스로 유사 언론, 사이버렉카의 뉴스 하청업자로 전락한 일부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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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RM 결혼설 탈덕수용소발 루머 재생산하는 뉴스 하청업체들

[미디어오늘 김윤정 칼럼니스트]

지난달 23일 방탄소년단 리더 RM이 일반인 여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유튜브발 뉴스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유튜버는 '친한 동생의 아는 후배'가 '언니만 알고 있으라'며 RM과의 결혼 소식을 알렸다는 한 커뮤니티 글을 근거로 제시했는데, 동생과 후배가 주고받았다는 카카오톡 대화 캡처가 내용의 전부였다. 믿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싶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 영상이었지만, 이튿날 온라인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스캔들을 제기한 유튜버가 유명 사이버렉카 '탈덕수용소'였기 때문이다.

탈덕수용소는 아이돌, 인플루언서 등을 주 타깃으로 삼는 사이버렉카로, 악플과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는 등 각종 루머의 집합소로 악명이 높다. 단골 먹잇감은 단연 방탄소년단이다.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 뮤직이 “악성 유튜브 콘텐츠에 대해 대응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으나 속수무책. 뷔가 “상처받고 용기 내지 못한 사람들을 대표해서 고소하겠다”며 직접 고소 의사를 밝히기까지 했지만, 탈덕수용소는 “월드스타 방탄소년단이 보는 채널”이라며 “홍보해줘서 고맙다”는 글을 올리며 오히려 즐겁다는 듯한 반응만 보였다.

▲ 유튜브 '탈덕수용소' 채널 갈무리.

탈덕수용소가 올리는 게시글 중 상당수는 여타 사이버렉카 계정들이 그렇듯 이미 논란이 된 이슈를 재생산하거나, 부실한 정보를 짜깁기한 루머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유튜브 시청층이 증가하면서 그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제는 기성 언론이 사이버렉카의 스피커 역할까지 자처한다. 탈덕수용소가 RM의 결혼이 임박했다는 영상을 올린 뒤, 수십 개의 연예매체가 이를 방탄소년단 소속사에 확인해 '사실무근' 기사를 쏟아낸 것이다. 언론사가 탈덕수용소발 루머의 진위를 확인해 기사로 생산까지 해주며 채널을 홍보해준 셈이다. 구독자 6만 대에 불과한 탈덕수용소발 뉴스는 이렇게 수십, 수백 개의 기사로 재생산되면서 날로 유명세를 더해가고 있다. 유료 멤버십까지 운영하며 콘텐츠마다 조회 수가 적게는 수십만, 많게는 수백만 회까지 기록 중이다.

사실 사이버렉카가 양산하는 루머 중 열애설은 귀여운 수준이지만, 기성 언론이 이를 받아 뉴스로 재생산하며 사이버렉카 채널의 영향력을 키워주고 있는 현 상황은 분명 짚어볼 필요가 있다. 유튜브 영상으로만 존재하던 정보가 기사로 보도되면 루머가 대중에게 광범위하게 전달됨은 물론, 누군가에게는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사실로 받아들여질 여지까지 생긴다. 여기에 유사 언론의 어뷰징 기사까지 쏟아지면 대중은 더더욱 진실을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사이버렉카의 돈벌이에 언론이 이용당하고, 대중의 눈 가리기에 동원되는 것이다.

탈덕수용소 이야기를 주로 쓰긴 했지만 뻑가, 가로세로연구소, 이슈왕TV 등 이슈로 큰돈을 번 '대형 사이버렉카' 계정만 해도 이미 여럿이고, 다음 주자를 노리는 이들도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이들의 주목 경쟁은 더 자극적이고 과격한 주장을 펼치는 양상이 될 수밖에 없다.

▲ 가로세로연구소 유튜브 채널 갈무리. 왼쪽부터 김용호, 강용석, 김세의.

현행법상 유튜브는 방송으로 분류되지 않아 방송법 규제를 받지 않을뿐더러 언론이 아니니 언론중재법 대상도 아니다. 인터넷 심의방송·보도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하고 있으나 삭제·접속차단 시정요구만 가능하다. 사실상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하지만 모든 법과 규제의 대상인 언론은 사이버렉카발 루머를 그저 옮겨 적었다는 이유로 또다시 법과 규제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언론의 책임은 그대로 남는다. 조회수에 눈이 멀어 스스로 유사 언론, 사이버렉카의 뉴스 하청업자로 전락한 일부 언론. 이제라도 언론의 자존심을 지켜야 하지 않을까. 더 이상 사이버렉카발 루머를 뉴스면에서 만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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